행정안전부는 주민등록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7월 5일(월)부터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재혼가정의 '세대주와의 관계' 표시 선택권 부여, 전국 어디서나 주민등록증 신규 발급 허용, 채무자의 초본 교부기준 상향으로 소액 채무자 보호 등의 내용을 담았다.
재혼가정의 ‘세대주와의 관계’ 표시에 선택권 부여
먼저 사례를 살펴보면, 남편과 이혼 후 자녀를 데리고 A와 재혼한 B는 최근 자녀의 학교에서 등본을 가져오라고 하자 당황스러웠다. 자녀는 A를 친부로 알고 있는데, 등본에는 ‘자녀’ 대신 ‘배우자의 자녀’로 표기되어 있어 A가 친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거나 친구들에게 놀림받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주민등록표 등·초본상 표기되는 ‘세대주와의 관계’와 관련하여 재혼가정의 당사자 쌍방이 모두 동의하는 경우 ‘계부’, ‘계모’, ‘배우자의 자녀’를 ‘부’, ‘모’, ‘자녀’로 변경하여 표기할 수 있게 된다. 관계기관은 등·초본은 매년 약 1억 통 이상 발급되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데, 재혼가정은 ‘세대주와의 관계’ 표기(‘계부’, ‘계모’ 등)만으로 재혼 사실이 노출되는 만큼 ‘세대주와의 관계’ 표시에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불필요한 개인정보 노출이 최소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주민등록증을 처음 발급받는 만 17세 이상의 주민등록자는, 본인의 주민등록지 시·군·구 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신규 발급을 신청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고등학생 등은 학교 근처에서 손쉽게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주민등록증 재발급도 전국 모든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발급 신청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이혼·재혼 증가에 따른 사생활 보호,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강화 등 사회 환경 변화를 수용하기 위한 주민등록제도 개선이 필요해서다. 주민등록 업무와 관련하여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던 제약들을 개선하여 주민편의 증진을 도모하고, 운영과정상 미비한 제도 보완 목적도 있다.
우리나라 신분증 역사는
조선 태종 13년에 처음 시행된 ‘호패’로부터 시작한다. 호적법의 시행을 위한 보조역할을 담당했던 호패는 “호구를 정확히 하여 민정의 수를 파악하고, 직업과 신분을 명확히 하며, 군역과 요역의 기준을 밝혀 백성의 유동과 호적 편성상의 누락과 허위조작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해방 후 1950년부터는 각 시·도민증을 발급했다. 당시 ‘민증’에는 직업과 신장, 체중, 특징, 언어, 혈액형 등을 모두 적어야 했다. 1962년 1월에는 기류법을 제정하여 주민등록 신고를 하도록 했고 1962년 5월에는 주민등록증법을 제정하여 시·도민증 제도를 수용했다. 1968년 ‘1·21 무장공비 김신조 침투 사건’이후 국가안보론이 팽배해져 여당인 공화당은 단독국회를 열어 주민등록법을 통과시킨다. 이때부터 18세 이상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었다. 이후 지문날인과 소지의무조항 등이 추가되었다.
1970년 1월 1일 주민등록법 2차 개정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치안상 필요한 특별한 경우에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도록 함으로써 간첩이나 불순분자를 용이하게 식별, 색출하여 반공태세를 강화하기 위하여”였다. 1975년 3차 개정 이후부터는 17세 이상의 모든 남녀에게 주민등록증 발급 의무를 부과하였고, 사법경찰 관리가 확인을 요할 때는 언제든지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도록 법규를 바꾸었다. 1977년에 이루어진 4차 개정은 세대별 주민등록표 외에 개인별 주민등록표가 만들어졌다. 또한 이 개정에서 주민등록증의 발급 통지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상 발급받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벌금형이나 구류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벌칙규정이 도입되었다. 1999년부터는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이 사용되었다. 2000년 10차 개정에서는 주민등록법에 ‘지문’이라는 문구를 처음으로 삽입함으로써 지문날인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대신 주민등록증 소지 의무는 사라지게 되었다.
주민등록번호는 생년월일을 나타내는 앞 6자리와 ‘성별번호-출생지 지역번호4자리-출생순번-오류검증 번호’로 이루어진 뒤 7자리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주민등록번호 발급 시 찍게 되는 열 손가락 지문의 고유한 무늬에 따라 개인마다 지문번호를 부여받지만 이는 당사자에게 공개되는 않는다.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하거나 지문을 찍어주는 것은 결과적으로 ‘지문번호’와 그 번호들의 근거가 되는 ‘개인 신상정보’를 고스란히 제공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지문번호는 물론 주민등록번호의 부여 근거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신분증 제도’가 있지만, 일본에서는 개인 신분의 확인이 필요할 경우 여권, 보건증, 면허증 따위에 있는 사진이나 주소, 성명 등을 확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사회보장번호 Social Security Number’가 은행계좌를 개설할 때나 각종 계약, 보험, 운전면허 시험, 입사 등에서 신분확인용으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