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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방

국보 삼국유사의 목판본을 재현하며, 제6차 산업의 성장 견인차로 삼은 군위군

2016-10-31 17;02;06.JPG▲ 효가 만본의 근원이라는 김영만 군수
 
한 지명의 생성에는 반드시 그 이름에 부합되는 유래가 있다고 한다. 지명이 군사 군과 위엄 위자인 군위군[軍威郡]은 군사의 위엄을 뜻한다. 군사는 나라의 위기 상황 때 역할을 하고 빛을 발하는 데, 일연선사(一然禪師 1206~1289)가 군위에서 『삼국유사』를 저술한 때는 몽골의 침략으로 백성의 삶이 처참하고 피폐한 고난과 어둠의 시기였다. 어려운 시기 우리민족의 자주의식을 깨우치고 후대에 민족혼을 심어주고자 했던 일연선사는 입적하기까지 군위군에 있는 인각사에 머물며 삼국유사를 저술했다. 청년기부터 자료를 모아 온 일연선사가 말년에 그간의 경륜과 지혜로 80세 무렵부터 작성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총체적인 문화유산의 원천적 보고로 평가될 뿐만 아니라 신화와 설화의 보고로 한국 고대사 연구의 귀한 자료인 삼국유사, 군위군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글·사진 김윤옥

법고창신 군위군
서울보다 조금 큰 면적에 인구는 24,000여명이다. 노령인구가 35%를 차지하며 농촌지역 평균 소득도 타 지역에 비해 낮다. 군위를 연구한 학자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경제적인 낙후로 급격한 변화가 없었던 군위의 자연경관과 환경이 지금에 와서는 도리어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청정함과 소박한 정감으로 강점이 되었다. 예전에는 문화가 번영했던 곳의 자취로서 향교, 서원, 옛 사찰이 곳곳에 있으며 일연선사가 인각사에서 구산문도회(九山門都會: 9개의 선불교 문중이 모여서 연 법회)를 두 번이나 열었다는 것은 그 당시 일연선사의 영향력과 그 일대가 번성했음을 알 수 있다. 농산물을 생산만 하던 농가가 고부가가치 상품을 가공하고 향토 자원을 이용해 체험프로그램 등 서비스업으로 확대시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6차 산업이 군위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2015년 설치한 삼국유사목판소가 있는 사라온 이야기마을은 짧은 기간 25,000명이나 다녀갔으며 학생들이 우리 선조들의 옛 문화를 보고 체험하는 명소로 훌륭한 교육장이다. 또한 삼국유사하면 사람들이 군위하며 찾아올 수 있도록 삼국유사 가온누리 사업이 조성중이다. 총 1,374억원이 투입되는 군 역사상 최대 규모사업으로 현재 공정률이 절반에 이르러 2018년 말이면 완공계획이다.

김영만 군수는 다른 지자체 발전의 허와 실을 반면교사로 삼아 삼국유사 가온누리 사업을 더욱 내실 있게 하고자 투자자 및 운영자를 물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17년이면 그간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부계~동명간 도로(팔공산터널)가 개통되어 전국 고속도로의 5개 인터체인지에서 군위로 진입할 수 있다. 도로망이 확충됨에 따라 팔공산 산림레포츠단지, 치유의 숲, 임대형 전원마을 조성, 개발촉진지구 등 팔공산일대 종합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016-10-31 17;02;29.JPG▲ 일연선사 표준영정과 입적한 후 왕명에 의해 세워진 ‘인각사 보각국사 정조탑’(普覺國師靜照塔), 보물 제428호 하단: 인각사 발굴 시 나온 기단석, 탑부재 등 석물
 
이 시대의 역사적 사명, 삼국유사 목판본 재현
경상북도와 군위군에서는 삼국유사 목판의 판각을 통해 삼국유사의 역사적 의의를 재조명하고 목판인쇄술의 명맥이 거의 끊어진 지금 전통적인 목판인쇄술을 재현하고 이를 후세에 전승해야 한다는 취지로 군위군에 삼국유사 목판도감소를 설치했다. 2014년부터 4개년 계획에 따라 이미 삼국유사 초기본·중기본의 목판은 완성되었으며, 이제 2017년도 삼국유사 교감본 목판 작업만을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내년 사업을 앞두고 언론과 학계에서는 좀 더 주도면밀하게 검토를 해서 삼국유사 교감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주무관청은 수렴중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나와 있는 대목이다. ‘삼국유사가 가지고 있는 문제도 적지 않다. 이 책의 체재, 즉 권차(卷次)·편목(篇目)·항목 등에는 약간의 혼란이 있다. 본문 또한 오자(誤字)·탈자(脫字)·궐자(厥字)·중문(重文)·혼효(混淆)·전도(顚倒) 등으로 인한 변화도 있다. 정밀한 교감이 요구된다’

삼국유사 도감소에서는 현재까지 발간된 여러 논저에서 지적하고 있는 명백한 오자나 탈자만이라도 수정해서 21세기 삼국유사 목판의 원형을 후대에 남기려 하는 것이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독특한 목판인쇄술을 발전시켜온 우리 조선전래의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는 큰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어려서 생활 속에, 서당을 다니며 한자공부를 한 세대가 살아 있을 때 해야 할 이 시대의 역사적 사명이다.

2016-10-31 17;02;53.JPG▲ 일연선사는 팔만대장경을 만들 때 도감을 했었다. 군위의 삼국유사 목판사업소를 총괄하는 김용만 도도감. 인각사 발굴 시 경상북도 학예관으로 업무를 추진했다. 우측은 삼국유사 목판본 판각을 하고 있는 현성윤 각수
 
제6차 산업의 안성맞춤
2009년부터 군위군에서는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를 브랜드 슬로건으로 정하여 삼국유사 관련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삼국유사에 담겨져 있는 모든 것을 콘텐츠화 하여 삼국유사와 관련된 것은 군위에 오면 알고,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와 병행하여 민속자료 수집과 구전을 입증할 수 있는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한 역사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군위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하늘에 제사 지내던 천제단이 있는 팔공산 하늘정원에서는 고조선을, 삼국유사를 주제로 한 삼국유사 가온누리에서는 삼국·고려시대를, 사라온이야기마을에서는 조선시대를, 화본역과 화본마을에서는 근세시대를, 김수환 추기경 생가 및 사랑과 나눔공원에서는 현대를, 각 지역마다 정신이 담긴 그 시대상을 체험할 수 있다. 농경과 문화자원과 서비스 산업이 어우러져 그간 조용하던 군위에 새 물결이 일고 있다.


2016-10-31 17;03;23.JPG▲ 삼국유사 목판본 인출 작업 모습, (우측 사진) 국보 제109호 삼존석굴, 경주 석굴암보다 앞서 7C에 조성되었다.
 
취재후기
일연선사는 '기이편'을 기술하면서 ‘삼국유사에 신비하고 기이한 이야기가 많은 이유를 밝히는 서언을 넣었다. 공자 이래로 신비한 이야기는 군자가 입에 담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왕이 일어나 나라를 세우는 큰 사업은 천명을 받아야 하는 것이므로, 예외라는 취지다’

2016-10-31 17;03;43.JPG▲ 김수환 추기경 생가
 
기자는 2013년 혜자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네팔 룸비니동산 평화의 불 이운행사’를 현장 취재했다. 룸비니동산 평화의 불 앞에 앉아 잠시 선정에 잠긴 혜자스님을 찍은 사진에 불꽃 심지 모양이, 백의관음보살상과 알파벳 P자(Peace 평화) 형상으로 나타났다. 이 사진은 추후 한달에 한번 순례길에 나설 때마다 3일에 걸쳐 5천여명이 함께하는 108산사순례기도회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취재 후기에서 이 일을 밝힘은 눈에 보이는 세상뿐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기운이 엄연히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연선사는 출가한 몸이지만 효를 더 중시해 늙은 어머니를 봉양하고자 고향인 군위로 내려 와 인각사에서 역사서를 저술했고, 군위에서 천주교 김수환 추기경이 성장했다. 두 종교의 위인이 군위군 땅에서 살아 숨 쉰 그 자취, 불교의 자기 수양과 천주교의 타인사랑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효 정신이 군위군에 스며있어 후손들에게 면면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을까? 또한 요즘 대구 공항과 공군기지 유치를 위한 경북도내 각 지자체장의 각축이 한창이다. 군위군에는 군사 군(軍)자가 들어있다. 이름으로만 보자면 군위가 공군기지로 적합한 지역이 아닌지 기자도 설화를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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