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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방

대담 -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하여 2

한국 사회의 변화와 혁신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으로

[인터넷 대한뉴스]

 

 

 

 

 

지난 호에 이어‘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하여’라는 주제의 대담을 게재합니다. 본 대담은 한국 사회의 변화와 혁신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으로, 숭실사이버대학교 경영학과 문근찬 교수가 김용선 LG 인화원 前 원장을 멘토로 하여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 핀란디제이션에서 배울 점

 

문근찬 : 지난 호에 말씀하셨던 핀란드의 사례는 주변의 강대국 속에 위치한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연구하고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핀란디제이션을 단지 핀란드가 소련에 굴종했던 역사를 말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서 배울 더 중요한 교훈은 오히려‘핀란드가 합리적인 판단으로 나라를 보전했다.’는 점이 아닐까요?

 

김용선 : 예전에 출장 중에 핀란드 국립박물관에 들렀던 것이 계기가 되어 핀란드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후 핀란디제이션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당시 헬싱키의 국립박물관에 러시아 황제 초상을 걸어놓은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박물관 직원에게 핀란드가 그렇게 싫어하는 러시아의 황제 초상을 걸어 놓은 것에 대해 물었더니‘싫어한다고 그런 역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 않나?’라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겠다는 그 나라 사람들의 태도에 탄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핀란디제이션에서 배워야 할 점은 역사적 국면에 따라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강대국의 영향권 속에 살아가는 평상시 국면에서 어떻게 합리적인 판단으로 외교와 국방을 현명하게 해 나갈 것인가?’하는 점입니다. 우리는 현재 미국을 동맹국으로 하면서 아시아권에서 세력을 다투는 일본과 중국이라는 강대국들에 둘러싸여있고, 이런 속에서 통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스스로의 국방력을 강하게 유지한 가운데 외교를 현명하게 해나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미 언급했듯이 국민정서라고 통칭되는 감정을 접고 이성적 판단을 해야 합니다.

 

둘째는, 나라가 위기에 처할 수 있지만 그 고난의 과정을 현명하게 이겨내고 미래를 착실히 준비하는 자세를 배워야 합니다. 내 평생에 세 번이나 국가가 전복되는 것을 경험했듯이, 역사에 있어서 국가의 부침(浮沈)은 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평소 살아가면서‘국가란 영원불변인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을 가지면 안 됩니다. 여러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를 생각해야 하고, 만약 최악의 사태가 닥치더라도 그런 세월을 견디고 다시 일어설 역량을 갖추는 자세를 핀란디제이션에서 배워야 합니다. 핀란드 사람들은 2차 대전 후 7년 만인 1952년에 헬싱키 올림픽을 개최했는데, 이는 우리나라로 치면 1960년쯤에 올림픽을 유치했을 정도의 역량이 발휘된 셈입니다.

 

2. 민족주의에 대해서

 

문근찬 : 핀란드의 사례는 국가경영에 있어서 냉철한 이성의 회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줍니다. 반면에‘민족주의’란 국가 경영에서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단일민족임을 자랑하지만, 이것이‘우리끼리 강성대국을 만들자’는 식의 발상이라면 이는 시대착오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민족’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요?

 

김용선 :‘민족’이라는 단어는‘우리나라’라는 구심점을 상징하는 동시에,‘우리끼리’라는 배타성이 부각되는 이중적인 개념이 섞여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민족’을 생각할 때, 우리는 자랑스런 우리나라를 만든다는 긍정적인 면은 살리되, 우리끼리를 강조하는 배타성은 조심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한 때 우리의 것을 아끼고 자랑해야 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로‘신토불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 것으로서 외부에 자랑할 만한 것을 많이 만들어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날 대부분의 일상에 양복을 입고 자동차를 타고 출근을 합니다. 신토불이를 강조한다면 서양에서 온 양복 대신 한복을 입고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해야 하는데, 생각해 보면 이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한복을 치렁치렁 입고도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생산시스템을 고안한다면 우리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은 마치 하나의 문명체계를 만드는 것과도 비견할 만큼 어렵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3. 글로벌 언어로서의 영어

 

문근찬 : 민족주의에서 편협성을 제거한다면 간단히 말해서 세계화 쪽으로 가자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와의 교역으로 경제가 유지되는 나라인 점에서도 민족감정 같은 요소를 다 내려놓고 세계화를 전제로 국가의 번영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전제를 수용한다면 글로벌 언어로서의 영어 교육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용선 : 우리가 흔히 영어에 대해 이야기 하면 어떤 사람들은 한국인이 왜 미국 언어에 집착해야 하느냐는 식으로 반대합니다. 이렇게 말할 때의‘영어’란 영국 또는 미국 언어로서가 아니라 글로벌 언어로서의 영어를 말하는 것입니다. 한국이 글로벌 언어로서 영어가 더 원활하게 사용되는 나라가 된다면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이익이 많을 것입니다.

외국기업이 더 많이 투자할 수도 있겠고, 그 결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더 많이 고용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외국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단지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외국어를 배움으로써 우리말, 우리의 사고방식에는 없는 다른 생각과 사고방식, 다른 접근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배우고 응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일본이 명치유신 개화기에 서양문물의 우수성에 압도되면서‘화혼양재(和魂洋才)’라 해서‘일본의 정신을 잃지 말고 서양의 기술을 배우자.’를 강조했고, 중국도‘중체서용(中體西用)’이라는 유사한 의미의 사자성어가 있었습니다. 일본이 서양문물을 열심히 배워 강대국이 되었으나 2차 대전에 패한 것은, 결국 합리성을 비롯한 서양의 사고방식을 배우지 못하고 지식과 기술만을 배웠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개인이 글로벌 언어로서 영어를 배운다면 다른 사고와 관점의 존재를 깨닫게 되고 독선에 빠질 위험성이 줄게 되어, 이성적 사고와 판단을 할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이런 개인이 많다면 국가 전체적으로도 독선에 빠지지 않고, 국가를 보전할 가능성이 커질 것입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은 대개 현지 언어와 유대어의 두 가지의 이중언어(bilingual)를 구사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 사람들의 인지 구조가 발달되고 또한 사고가 합리적이 되어 노벨상 등 큰 업적과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이중언어란 두 가지 언어를 모두 모국어로서 구사하는 것이니, 외국어로 커뮤니케이션을 잘 한다는 수준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겠지요.

 

4. 목적의식의 부재

 

문근찬 : 유대인들이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고와 행동에서 오는 합리성뿐 아니라, 수단에 앞서 국가를 보전하겠다는 목적·비전 내지 가치관이 명확하게 서 있다는 점도 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가 지원하는 교육감이 대부분 당선된 것은, 그 사람들은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선거에 임했고, 그 반대 진영은 그렇지 못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용선 : 무슨 일이든 목적의식이 먼저 정해져야 힘을 발휘합니다. 예전에 박정희 대통령시절에는‘잘 살아보자’라는 목적이 있었고, 국민들이 그 목적을 중심으로 힘을 모았습니다.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현재 우리나라 공교육의 목적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고, 마치 대학 입시제도 개편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수단에만 골몰하는 인상을 줍니다. 이래서는 공교육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낼 수 없습니다. 전교조가 지향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목적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뭉쳐서 협동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교육계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공교육의 목적으로서‘자유주의적 민주시민을 양성한다.’와 같은 뭔가 분명한 것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것이 없다 보니 얼마 전 역사교과서 문제에서 보듯이 전교조 쪽에서 반대하는 역사교과서는 단 한 권도 채택이 되지 못하는 지리멸렬한 공교육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5.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해서

 

문근찬 : 그러고 보면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보면 우리의 헌법정신인 자유주의 시장경제, 즉 자본주의를 옹호하거나 지키려는 노력이 잘 보이질 않고, 계속 엉거주춤한 태도로 수세에 몰려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자유주의적 시장경제란 무한경쟁에 의해 부익부 빈익빈의 냉정한 체제라는 오해가 이런 분위기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글로벌 체제 속에서 무역을 통해 생존과 성장을 도모해야 할 한국의 형편에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부정한다면 과연 분배정의를 실현할 부(富)가 존재할 수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김용선 : 몇 년 전에 하버드 대학의 어느 철학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가 우리나라에서 백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나는 어느 토론모임에서 이 주제를 발표해야 했기 때문에 그 책을 사서 읽었는데, ‘정의(justice)’란 말의 다양한 의미를 생각해보는 다소 난해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는 당시에 이 책이 그렇게 많이 팔렸다는 사실에 무척 놀랍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사회가 정말‘정의’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것은 알겠는데, 과연 어떤 정의를 추구하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정의’가 유행어가 될 정도로 우리 사회가 높은‘정의감’에 스스로 취해 있지만, 혹시 우리 사회가‘정의’라는 것을 스스로 책임지고 노력하여 내 앞길을 개척하는 것보다는,‘정의란 곧 경제적 평등’이라는 식으로 단순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우리나라 국가 체제인 자본주의, 시장경제와는 배치되는 태도이므로 심각성이 있는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흔히 생각하듯이 돈을 최상의 가치로 생각하는 체제라기보다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가 가는 체제라는 점이 그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자본주의란, 내가 얼마나 각 분야에서 남을 얼마나 잘 만족시키느냐에 따라 나의 삶이 달라지는 체제라는 점에서 민주주의 정치제도에서의 선거와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마치 정치에서 선거를 통해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당선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에서는 선거 때만이 아니라 매일매일 시장에서 더 많은 표를 얻은 상품을 만든 기업이 돈을 벌고, 사람도 더 노력하고 재능을 발휘한 사람이 더 나은 삶을 가꿀 수 있게 되는 체제라고 볼 수 있겠지요. 한 마디로 남 탓하지 않고 나의 노력으로 내 삶을 개척해 나가는 체제라는 점에서는 기본적으로 도덕적이고 더 정의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열심히 내 앞길을 개척하지 않고도 국가의 분배 정책이나 복지 등으로 잘 살길 바라는 것은 나라 전체를 조만간 가난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는 좋은 의도일지는 몰라도 진정한 정의와는 상반된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6.‘내 탓이오’운동

 

문근찬 : 예전에 한때 우리 사회에는‘내 탓이오’라는 스티커를 차 뒷유리창에 붙이고 다녔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문구는 가톨릭교회에서 기도할 때 나오는 말로 어떤 일이든 남 탓을 먼저 하지 말고 나부터 고칠 것이 없는지 생각해 보자는 뜻으로 생각됩니다. 원장님은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 이 운동의 취지가 매우 적절하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으신데, 불행히도 이 운동이 큰 영향력은 없이 끝났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김용선 :‘내 탓이오’운동은 내가 보기에는 정말 단군 이래 반만년 만에 처음 있다고 할 정도로 놀랄 만큼 훌륭한 국민정신운동이었는데 아깝게도 무산이 되어 아까운 기회를 잃고 말았습니다. 이 역시 우리‘정서’에 어긋났기 때문이지요. 내가 지적하고 싶은 점은, 강대국은 자신이 강하니까‘남의 탓’을 해도 생존에 별 지장이 없지만 약소국은 남(강대국)의 탓이라고 비난해 봤자 그들의 태도를 바꿀 힘이 없으니 아무런 실효가 없다는 것입니다. 대만의 전 총통 이등휘 씨가‘중화사상은 자기반성이 없기 때문에 발전이 없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만, 중국은 워낙 강대국이기 때문에 반성을 안 해도 견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강대국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전술과 전략을 바꾸어야 합니다. 즉‘남의 탓’을 하는 사고와 행동은 전혀 도움이 안 되며 쇠퇴와 멸망의 길일 뿐입니다.‘내 탓이오’는 지난날에 대한 냉철하고 객관적인 평가와 자기반성에서 출발하겠다는 자세를 상징하는 좋은 슬로건이었습니다. 반면에 오늘날 오히려‘남의 탓’이 애국행위로 여겨지는 풍토는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4년 8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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