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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뉴스 - 연변 뉴스

연변의 맛집, 대패(大派)집!

[인터넷 대한뉴스]

 

 

“임금님의 귀가 나귀 귀와 같다”는 사실을 참지 못하고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찌 복도장이 한 사람뿐이겠는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말하고 싶은 것을 참지 못하여 안달이 난 사람들이 가득하다. 요즘 연길의 미식가들은 대패집 생삼겹살 구이가 으뜸이라고 골목골목을 누비며 공공연히 소문을 내고 다닌다. 그래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소문을 달고 다니는지를 알아보려고 대패집 생삼겹살 구이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가게주인은 분명 산전수전을 다 겪은 로련미가 철철 흐르는 중년의 부인인 줄 알았는데 웬걸 세월에 그을린 테란 조금도 찾아보기 어려운 새파란 젊은 여성이 주인이랍시고 맞아준다. 찾아온 연유를 대충 설명하니 잘 구운 삼겹살처럼 기름이 찰찰 넘치는듯한 피부를 가진 주인 부부가 먼저 삼겹살부터 먹어보고 나서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

공짜로 대접받으면 마음이 약해 빈말로라도 한 가득 칭찬을 해주는 습관이나 오늘만은 실속있게 말해야 할 것 같다. 한마디로 “죽여준다!”고 할까 구수하고 쫄깃한데 거기에다 새콤달콤한 김치말이 국수까지 받쳐나오니 이걸 먹지 못하고 죽었으면 어찌할 뻔했겠는가 싶다.

 

“어려서부터 음식을 만드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나온 후 부모들이 알선해주는 좋은 직업도 마다하고 음식가게를 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준비 없는 싸움을 하지 말랬다고 그 준비를 4년이나 했습니다” 주인 황현옥 씨의 말이다. 가게 주인 황현옥은 먼저 한국의 대박집들을 여덟 집이나 찾아다니면서 일했다고 한다. 주인의 마음에 들려고 시키지 않은 일도 열심히 찾아 하면서 마음을 사고 그다음은 비법을 알아냈다. “네가 정녕 큰 것을 벌고 가는구나!” 마음씨 착한 사장님들은 황현옥의 뜻을 가상히 여겨 아는 대로 가르쳐주었다.

 

4년을 배우고 조사한 끝에 내린 결론은 “손님을 사랑하자”였다. “皮之不存毛将焉附(피지불존, 모장언부)”라고 손님은 피부요 나는 터럭이니 피부가 없으면 어찌 터럭이 자라겠는가? 그래서 그는 어떻게 하면 손님의 입맛을 살리고 손님을 즐겁게 해드리겠는가를 연구했다. 누구나 허물없이 찾아와 마음을 부리 울 수 있는 추억의 음식점을 만들려고 했다.

드디어 대패 생삼겹살 구이점을 오픈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대패집 생삼겹살 구이고 별미라는 소문이 쫙 퍼지면서 손님들이 락엽부절 찾아오는데 그야말로 장사진이다. 그리하여 대패집 생삼겹살 구이를 시작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벌써 분점을 두 개씩이나 차렸다.

 

“부부가 손잡고 욕심 없이 작은 대패집 하나만을 경영하며 즐겁게 살겠다”던 약속은 다 팽개치고 지금부터는 분점을 수없이 늘이겠다고 한다. “왜?” 하고 물으니 주인 황현옥 씨가 왈 “고객의 마음을 읽어야지요. 고객이 바라는 것을 외면하면 영업인의 자세가 아니니깐요.”

 

요즘은 온 나라가 부패와 낭비를 억세게 때리는 때여서 내로라고 하는 음식점들마저 울상이 되고 있는 판국이다. 그런데 코딱지만 한 대패집에서는 여기저기 분점을 오픈한다고 떠들썩하니 참으로 놀라울 일이다. 그래서 무슨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있는가 싶어서 선배경영주들과 후배경영주들이 영업을 배우려고 기웃기웃하고 있다.

 

“부처만을 구하고 마음을 구하지 않으니 어리석은 일이 아닙니까?” 주인이 한마디 한다. 뜻인즉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고객을 기쁘게 하고 음식도 맛이 나는데 그냥 돈만 벌겠다는 생각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얘기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십 리 밖에다 놔두고 먼저 고객을 알고 맛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 황현옥의 경험이다.

 

대패집에서는 접대원들이 깔끔하게 정성스럽게 고기를 직접 구워드린다. 그리고 뒤끝의 개운한 입맛을 더해주기 위하여 자체로 입안이 짱 해나는 김치와 김치말이 국수를 살짝 밭쳐준다. 주인이 몸소 올 리 뛰고 내리뛰며 고객을 살펴준다.

황현옥의 남편 박정국 씨 역시 무던한 사람이다. 잘 나가던 복장무역회사를 버리고 아내를 도와 대패집 “상머슴”으로 일한다. 주방의 구석구석에 그의 손이 닿지 않는 데가 없다. 그는 매일 600근의 돼지고기를 들여오는 게 꼭꼭 도장이 박힌 검역증을 떼고 그래도 시름이 놓이지 않아 고기를 이리 살피고 저리 살피면서 좋은 걸로 골라 들여온다.

 

“구워놓으면 맛이야 거기서 거기가 아닌가요?” 내가 물었다.

 

“모르는 소리입니다. 같은 돼지고기라도 잡은 시간이 달라 맛이 다르고 부위에 따라 맛이 다르고 사육연령에 따라 맛이 다르고 사육환경에 따라 맛이 다르고 사료가 다르므로 맛이 다르고 자웅이 달라 맛이 다르고 품종에 따라 맛이 다르고…”

 

판소리로 엮었으며 듣기도 좋으련만 교과서를 줄줄 읽듯 설명이 길고 따분하다. 그만치 돼지고기 “박사”임을 입증하는 논점이라 하겠다.

 

“가장 만만하게 접어드는 것이 음식가게이고 그만치 실패를 많이 하는 것도 음식가게입니다” 주인 황현옥이 주옥같은 경영 담을 뽑아낸다. 사람들은 한국에 가서 뼈 바지게 일하여 돈을 번 후 고향에 돌아와 대수롭지 않게 음식가게를 차린다. 그런데 얼마 못 가서 하나둘 문을 닫는다.

 벌어온 돈을 다 말아먹고는 경영환경이 악랄여 실패를 했다고 변명한다. 어디에 문제가 있는가? 문제는 어떤 음식을 잡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을 잡지 못하는 데 있다고 한다. 황현옥 주인은 “나의 인사 한마디, 나의 일거일동 모두가 손님에겐 아름다움으로 되어야 합니다. 고객은 아름다운 사람이 경영하는 집을 찾습니다.

오르리 헵번이 말하다시피 ‘사람들이 나의 뒤에서 나의 뒷모습을 지켜본다’는 생각으로 자세를 바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음식을 만들 때에는 나의 음식을 나의 부모가 드시고 나의 자식이 든다는 생각을 한시도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고 정색을 해서 말한다.

 

새파란 나이에 경영이념은 도인(道人)에 가깝다. 그러니 실패할 이유가 없다. 주인 황현옥은 이제 “대패음식업종 관리 유한회사”를 세워 창업을 서두르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주고 리드를 하고 스폰서가 되려고 한다. “백성에겐 먹는 것이 하늘”이라고 백성의 “하늘”을 온전히 지켜가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이라 하겠다. 황연옥 사장의 대패집이 “흥부박”처럼 크고 등 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대패집을 나왔다.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4년 6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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