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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뉴스 - 연변뉴스

연변 제일의 맛 “순이냉면”

[인터넷 대한뉴스]

 

“너 연변 다녀왔다면서?” “응” “그럼 연변 가서 순이냉면 먹어보았나?” “물론이지, 순이냉면 먹어보지 못하면 연변에 갔다고 할 수 없지…”. 그렇다. 연변에서 순이냉면이라 하면 이발이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물론 이발이 갓 나기 시작한 어린애들도 한 번쯤은 먹어본 냉면이다. 그래서 순이냉면을 모르면 연변에 갔다 왔다는 이야기는 자연히 거짓말로 된다.

“올 초까지 순이냉면은 연길시에만 11개의 분점(체인점)을 냈습니다. 크기는 2만 3천여 평방이고, 일 냉면판매량은 3만 그릇을 초과합니다”. 순이냉면집 주인 조광호 씨의 자랑이다.

일 판매량이 3만여 그릇이면 밀가루가 약 3만근, 닭 알이 3만개, 소의 뒷다리고기가 800근이 나간다는 얘기다. 연변이라는 이 작은 산골에서는 엄청난 만패량이다. 연길시에는 100여 개에 달하는 냉면집이 있다. 그중 력사를 자랑하는 냉면집만 해도 10여 개나 된다.

그런데 2009년에 연길시의 외딴곳, 외딴집에서 ‘순이냉면'이라는 간판을 달랑 내건 순이냉면이 내로라하는 냉면집들을 제치고 판매량 1위를 기록했으니 아마 이런 일을 두고 “후에 난자가 먼저 된다”고 하는 걸까? 표연히 떠오른 순이냉면 앞에서 한때는 연변을 풍미하던 냉면집들이 추풍낙엽이 되었다. “순이냉면이 뭐가 특별하길래 자석처럼 손님을 끌어가는 걸까?”. 냉면집을 경영하는 경영주들이 약속이나 하듯 부러운 눈길로 주인 조광호 씨를 바라보았다.

조광호는 그 특별한 비결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냉면을 만드는 재료가 좋아야 합니다”. 그러자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무슨 비결이냐고 코웃음 쳤다. “누구는 좋은 재료를 쓸 줄 몰라서 쓰지 않는 건가? 값이 비싸니깐 쓰지 못하는 거지…” 그들은 장사를 망치게 하는 함정이 질이 차한 재료를 사용하는데 있다는 것을 몰랐다.

하지만 조광호 씨는 보아냈다. 그래서 5년 동안을 하루같이, 한결같이 소비자의 입장에서 소비자의 잣대와 저울로 재료를 살피고 검사하고 사들였다. “결국 재료에 맛이 들어있습니다”. 조광호씨의 고백이다. 조광호 씨는 일찍 농촌에서 과수원을 경영했다. 그래서 “무릇 경영이라면 과수나무를 다루듯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경영철학이었다.

그는 과수에 물을 주고 벌레를 잡아주고 영양분을 공급하듯 경영도 경영 대상을 꼭꼭 진맥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진맥'이 있었기에 조광호 씨는 5년 동안 오직 성장만을 거듭했을 뿐 한 번의 실패도 없었다. 그에게는 이미 오픈한 11개의 체인점에 이제 곧 오픈하게 될 2개의 체인점이 있다.

그리고 한국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이미 인가를 받았다. 곧 ‘연변의 냉면왕'으로 화려하게 등극하게 될 조광호 씨다. 연변의 으뜸가는 냉면왕이라면 마땅히 뜨르르한 사무실을 갖추고 비서도 두어 명 두어야 제격일 텐데 촌뜨기 조광호 씨에게는 지금까지 한 평짜리 사무실도 없고 사무원도 없다. 그에게는 음식점이 곧 사무실이고 부지런한 손발이 곧 사무원이다.

“융자는 얼마나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사업을 하는 사람치고 융자가 없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말이다. “융자라니요? 융자를 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조광호의 대답이다. 작은 돈으로 눈덩이를 굴리듯 사업을 굴려온 조광호 씨였다.

그러느라 사람들로부터 한때는 깍쟁이라느니 수전노라느니 하는 그다지 명예롭지 못한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이런 평가는 조광호 씨에게 있어서 “구더기가 있으니 장을 담그지 말라”는 소리로밖에는 더 들리지 않았다. 이러쿵저러쿵 조광호 씨를 채점하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덩치가 크게 발전한 순이냉면 앞에서 입을 다물었다. 그럴 뿐만 아니라 큰 혜택을 보기도 했다. 조광호 씨의 부인이며 순이냉면의 제2인자인 허순희 씨도 역시 조광호 씨 못지않게 일욕심이 많다.

그는 손님이 물려들면 직접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주방 안팎을 바람이 쌩쌩 일게 돌아치는데 말 그대로 일당백이다. 그래서 주위사람들은 혀를 차면서 말한다. “저렇게 억척스럽게 일을 하니 돈을 벌 수밖에…” 순이냉면이 소문이 나니 누군가 한국에서 순이냉면이라는 간판을 도용하여 냉면집을 벌여놓았다. 그것 때문에 은근히 신경을 쓰는 조광호 씨 부부다.

“그만치 벌었으면 남들이 간판을 빌린다고 큰일이야 나겠는가?” 내가 조심스레 이런 뜻을 내보이자 부부는 순이냉면이 어느 여염집 코흘리개의 이름인가 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서 간판을 빌리는 것쯤은 별일이 아닌데, 방관하면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은 순이냉면이 언젠가는 곤두박질하게 된다고 한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순이냉면이 연변 제일의 맛으로 되기까지는 그들 부부의 피타는 노력이 뒷받침되어 왔다. 부부는 아득바득 벌어서는 자기 몸에 일전을 쓰기를 주저하면서도 한푼 두푼 투자를 늘여 사업을 키워왔다. 별을 이고 일어나 별을 지고 돌아오면서 5년을 살아왔다. 때론 날아오는 돌에 마음도 상했지만 오직 앞을 보고 달려왔다. 그런데 이럴 듯 몸과 마음을 다해 키워온 순이냉면이라는 한 폭의 그림이 누군가의 서투른 붓질에 망가진다는 것이 무척 가슴 아팠던 것이다.

조광호 씨는 재료구입과 배합을 과학적으로 했다. 재료는 국내에서 최상의 재료를 구입하고, 설비는 한국에서 최상의 설비를 구입했다. 최상이 아니고서는 인정을 받을 수가 없다는 경영이념이 몸에 배인 것이다. 이런 최상의 재료와 설비를 사용하면서도 늘 “암행어사”가 되어 체인점 하나하나 돌면서 맛과 량, 그리고 위생환경, 봉사환경을 체크해 나간다. 아마도 미꾸라지 한마리가 강을 흐리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원견에서 나온 것이다.

얼마 전 화룡시에 순이냉면이 오픈했다. 사람들은 연길의 순이냉면이 왔다면서 너나없이 찾아왔다. 준비된 재료가 다 떨어졌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몰려드는 손님들로 하여 부득이 영업중지라는 패쪽을 문에 내걸어야 했다. 돌아서는 손님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조광호 씨 부부는 마음이 아팠다. “여보 이걸 어쩌지?” “글쎄요. 미안하고 안타까울 뿐이죠.” “하여간 늘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니깐…”.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4년 7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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