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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오질(五質)

김안제

□ 약 력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

본지 편집기획위원장


오래 살다보니 아주 좋은 사람으로부터 매우 나쁜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을 숱하게 사귀어봤다. 그래서 인간사회는 무료하지 않고 흥미로운지 모르겠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사람을 다섯 등급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습관을 갖고 있다. 일컬어 인간 오질이고, 내나름대로 각각에 이름을 붙였다.

좋은 순서로 보아 첫째는 특질(特質)이다. 석가모니, 예수, 공자와 같은 성인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런 사람은 하늘이 보내는 특수한 사람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인 것이다.

다음의 등급은 고질(高質)이다. 세종대왕, 이황, 이이, 이순신, 안중근, 유관순 등과 같이 성인의 반열에는 들 수 없지만, 보통사람보다는 월등히 훌륭한 사람이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고질은 수양과 노력에 의해 어느 정도 달성될 수 있는 경지인 것이다.

셋째는 양질(良質)이다. 매우 훌륭하지도 않고 아주 나쁘지도 않은 평범한 부류를 말하며, 이 글을 쓰는 필자나 이 글을 읽는 독자 거의가 양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네 번째의 등급은 저질(低質)이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부담을 주며 사회의 안정과 질서를 교란시키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저질의 인간은 어느 지역, 어느 집단, 어느 사회, 어느 시대에나 반드시 몇 명씩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끝으로 마지막 단계는 악질(惡質)이다. 가정파괴범이나 매국노, 극악무도한 살인자들이 이에 해당하며, 존재해서는 안 될 족속들이다. 보통의 사람은 일부러 하려고 해도 되기 어려우며, 따라서 이들 악질의 인간은 하늘이 잘못하여 내보낸 실패작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양질 이상의 범주에 들고자 희망하고 노력하지만 꼭 그렇게 만은 되지 않아 양질 이하의 인간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동일한 사람도 어느 하나에 고정되지 않고 여러 가지 종류의 질을 오고 가는 게 일반적이다. 한가한 시간을 가지면 군자는 좋은 일을 구상하지만 소인은 나쁜 일을 도모한다고 한다. 보통의 사람은 스스로를 자제하고 욕망을 억제하지 않으면 좋지 못한 쪽으로 흐르게 된다. 그래서 사람은 배우고 수양하며 극기의 노력을 하게 된다. 양질 이상의 사람이 그 이하로 내려가는 것은 쉽고도 흔하지만 저질이나 악질의 부류에 속한 사람이 그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은 어렵고도 흔치 않다. 양질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타락이나 패가망신이라 하고 양질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개과천선이라 한다.

 일생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양질 이상의 점수를 받은 사람은 죽어서 천당이나 극락에 들게 되지만, 저질과 악질로 분류된 사람은 연옥이나 지옥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살아 생전이나 죽어 저승에 갔을 때를 막론하고 저질이나 악질로 낙인 찍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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