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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완칼럼] 반부패(Anti-Corruption)가 국민희망이고 제1국방이다

‘십-만(10-10,000) 국가청렴정책’이 시급하다

   
 

반부패(Anti-Corruption)가 국민희망이고 제1국방이다

 ‘십-만(10-10,000) 국가청렴정책’이 시급하다

부패는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 
  요즘 뉴스를 보면 온통 부정부패에 관한 뉴스가 우리 사회를 황폐하게 하고 있다. 방산(防産)비리, 해외 자원개발 비리, 정치인들의 비리와 막말,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권력형 성추행 문제 등 온갖 비리와 부패가 하루도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부패는 망국병”이라고 규정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중국 B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부패나 적폐는 결국 국민도 아주 힘 빠지게 하는, 경제의 활력도 잃어버리게 하는 원흉”이라고 했다. 정확한 지적이고 사실이 그렇다. 부패를 뜻하는 영어의 Corruption은 함께(Co-) 망하다(ruption)의 합성어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라는 책에서“로마제국의 멸망은 외부 게르만족의 침략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내부의 부패에 의해서 붕괴되었다.”고 했다. 이처럼 부패는 국가의 흥망성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우리 민족역사에는 과거 왕조시대부터 작금에 이르기까지 부패가 뿌리 깊게 내려져 있고,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청산되지 못하고 있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와 갈등의 근원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우리 민족역사에서 931번이나 치욕적인 외침(外侵)을 받은 것도 결코 그 시대의 부패상과 무관치 않다. 따라서 부패는 외부의 침략보다 더 무서운 망국병임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는 F학점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는 국제사회에서 낙제점에 머물러 있다. 세계 각국의 부패정도를 측정, 발표하는 국제투명성기구(TI)에 의하면 2013년도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CPI: 부패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55점을 받아 조사대상 177개국 중에서 46위에 불과하다. OECD 34개국 중에서도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는 2011년에 43위, 2012년에 45위로 3년 연속 계속 하락하고 있다. 북한은 100점 만점에 8점으로 맨 꼴찌이다.

  그리고 지난 5월에 홍콩에 본부를 둔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가 발표한‘2014 국가 부패 수준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 선진국 중에서 최악의 부패국가(10점 기준에 7.05점, 10점에 가까울수록 부패)로“개발도상국 수준의 부패가 남아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부패에 대한 처벌 강도도 8.95점으로 아시아 국가 중에서 2번째로 낮은 수준이고, 종합적인 부패지수에서는 중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0.05점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은 7.10점으로 해마다 점점 나아지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점점 나빠지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또 PERC 관계자는“한국의 부패 뿌리는 정치·경제 피라미드의 최상층부에까지 뻗어 있고, 부패에 둔감한 한국인의 도덕관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부패수준은 정말 심각하다. 국가청렴도를 10점만 상승시키면 1인당 국민소득은 4,700여 달러 상승효과가 있다고 한다. 반대로 국가청렴도가 떨어지면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심화되어 사회적인 갈등비용이 증가한다. 지난해 국내 한 연구기관의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연간 사회적 갈등비용은 246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서 거기에 걸맞은 국가청렴도를 달성하지 못하면 허울 좋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선진국치고 국가청렴도가 70점 이하(70점 이상인 국가는 25개국)인 나라는 하나도 없다. 따라서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일명 김영란法)’이 하루 속히 당초 원안대로 통과되어야 한다. 만일 이 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지 못하면 국회의원들은 모두 그만 두어야 한다.

그들만의‘밥그릇 지키기’에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정부는‘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이다. 부패를 척결하지 못하면‘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사회가 된다.
 
특권은 부패의 원흉이고 민주주의의 적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제2항에는“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말은 모든 국가기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았다는 것이고, 또 모든 공직자는 국민을 섬기는 공복(公僕: 머슴)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국가권력은 소유가 아니라 소명이고, 군림이 아니라 섬김이고, 누림이 아니라 헌신이고,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다. 거기에 국가권력의 정당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 의식과 자세로 권력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떠한 사람도 공직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일부 공직자의 특권은 권력의 남용과 사유화에 기인한 것이고, 과거 봉건왕조시대에서 비롯된 적폐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올바르고 민주적인 권력관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인 의식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특히 정치인들과 법조인들에게서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국민의 대표라고 하는 국회의원들은 200가지가 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강용석 전 의원이 모 케이블TV에서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밝힌 것만도 불체포특권 등을 포함하여 30여 가지가 넘는다. 그 하나하나가 일반 국민들은 감히 생각도 못하는 것들이다.

또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다. 국회의원들의 연봉은 1억 4천만 원 정도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의 5배가 넘는다. 선진국의 경우는 많아야 1인당 국민소득의 2~3배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은 고려하면 너무 많은 편이다. 그리고 45평짜리 의원회관에서 9명의 보좌관과 비서를 두고 있다. 이들을 위한 경비를 모두 포함하면 연간 6억 5천만 원이 넘게 소요된다. 내란선동 혐의로 구속되어 있는 이석기 의원에게도 똑같은 금액이 지급되었다고 하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국회의원들이 온갖 특권을 누리고 있음에도 금년에 151일간 1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정쟁만 일삼아 국해(國害)의원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의 대표라는 명분으로 걸핏하면 막말과 호통으로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말만하면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스스로는 특권 위에 잠자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대리기사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현 의원의“너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막말은 전형적인 특권의식에서 나온 갑(甲)질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성역 없는 국정감사를 주장하고 있지만 진작 정당 국고보조금은 감사의 성역이 되고 있다. 1980년부터 시행된 정당 국고보조금은 2013년까지 1조 900억 원이 지급되었지만 지난 33년간 단 한 번도 감사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필자가 2001년 감사원 제4국장 재직 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대상으로 정당 국고보조금 지급실태에 대한 감사를 시도했지만 각 정당들의 완강한 자료제출 거부로 결국은 감사가 중도에서 무산된 적이 있었다.

  국회의원들의 실상이 이러하다 보니까 KBS방송문화연구소가 지난 10월 초에 전국 성인남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주요 기관 10곳 중 국회가 신뢰도(10점 만점에 2.24점)와 기여도(10점 만점에 2.75점)의 모든 면에서 최하위 평가를 받았고, 또 정치권에서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국회의원의 특권’을 꼽았다. 그리고 한국대학신문이 창간 26주년을 맞아 실시한 전국 대학생 의식조사 결과(지난 10월 13일 발표)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부정부패 척결(26.7%)’이고, 가장 불신하는 집단으로는 무려 85.3%가‘정치인’이라고 답했다.

  이와 같은 정치인 못지않게 우리 사회에서 특권을 누리고 있는 분야가 법조인들이다. 법조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법부를 제외하고서도 입법부와 행정부에서 두루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 왜 법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지, 또 국민들의 불신은 왜 자꾸만 깊어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법조인들은 이제 섬기는 권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들만이 누리는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사법고시 등으로 판·검사가 되면 일반 공무원들이 평생 올라가기도 힘든 3급(부이사관) 대우를 받는다. 그래서 법원에는 차관급 대우를 받는 고등법원 부장급 이상 판사가 130여 명이나 되고 장관급 대우를 대법관도 13명이나 된다.

  검찰에서는 차관급 대우를 받는 검사장급 검사가 50여 명이나 되고 검찰총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고 있다. 세계 어디에도 법조인들이 이런 특권을 가진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툭하면 고위 법관 출신들이 성추행 문제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더욱더 가관인 것은 최근 골프장 여직원 성추행 건으로 피소당한 전 검찰총장 S씨는 그 여직원에게“너희 아빠가 나보다 더 대단하냐?”고 말했다고 하니 정말 수준 이하의 인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특권의식에 빠져있다 보니 지난해 3월 법률소비자연맹이 설문조사한 바에 의하면 법조계에‘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존재한다.’라는 답변이 92.8%나 되었고, 또 지난 8월 서울변호사회가 회원 1,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의하면 응답자의 89.5%가‘현재 법조계에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이제 정치인은 정치인다워야 하고 법조인은 법조인다워야 한다. 어떠한 특권도 절대부패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그런 너절한 특권을 모두 내려놓고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는 정치인과 법조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정치와 법치가 바로 서야 나라다운 나라가 될 수 있다.     

방산(防産)비리는 이적(利敵)행위이다
  필자는 방산비리 척결에 대해서 일가견이 있다. 1993년 필자가 감사원 제5국 주무과장으로 재직 시 ‘율곡사업 비리 특별감사’ 총괄과장 임무를 수행한 적이 있다. 율곡사업은 우리나라가 1974년부터 시작한‘군장비 현대화 사업’이다. 국방부를 비롯하여 육·해·공군 본부와 ADD(국방과학연구소) 등 관련기관에 대해서 대규모 원단위 특별감사를 실시하였다.

필자는 대인감찰 분야를 총괄했다. 3개월 넘게 퇴근도 하지 못하고 감사를 진행한 결과 전직 국방부장관 2명과 전직 해·공군 참모총장, 전직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6명을 뇌물수수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하였고, 기타 고위직 다수 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한 적이 있었다. 감사 도중에 비리 무기상으로부터“생선회(사시미) 칼로 전 가족을 몰살 시키겠다.”라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

  금년 국방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방위산업에 대한 비리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해군에서는 2억 원짜리 통영함 음파탐지기를 41억 원에 구매 했는가 하면, 차기 잠수함관련 기밀 정보를 독일의 방산 업체에 빼돌렸고, 또 중고 불량 엔진이 장착된 고속단정 13척을 구매하기도 했다. 공군에서는 1조 7천억 원이 투입되는 KF-16 전투기 성능개량사업에서 특혜의혹을 받고 있다. 육·해·공군의 전군에서 비리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0월 29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방산, 군납 비리는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로,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히 척결해서 그 뿌리를 뽑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방산비리에 대해서는 이적행위 차원에서 대대적인 고강도 특별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국가의 의무는 정의(正義)를 관리하는 것이다
  영국의 유명한 철학자이며 사회학자인 허버트 스펜서는 <개인 대 국가>라는 책에서“국가의  의무는 정의를 관리하는 것이다.” 라고 했다. 물론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정의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부패를 다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지난 4월 16일에 발생한‘세월호 참사’를 한번 생각해 보자. 금년 1년 동안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가의 기능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하여, 우리 사회가 입은 인적, 물적, 정신적, 사회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 같은 참사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패에서 기인한 것이다.

  우리가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정책이 있겠지만, 필자는 다음과 같은 3가지를 강력히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는,‘십(10)-만(10,000) 국가청렴정책’의 추진이다. 여기서 10은 국가청렴도를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에 맞게 세계10위권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고, 10,000은 사회지도층 10,000명(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안의 대략적인 수사대상자 숫자임) 정도의 청렴도를 중점적으로 확립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새로운‘해브즈 오블리주(Haves Oblige)’의 추진이다. 이는‘가진 자(Haves)의 사회적 책무’로서 기존 서구사회의‘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사회적 책무)’의 개념과 미국 월가시위 이후에 나온‘리세스 오블리주(부의 사회적 책무)’의 개념을 합친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영을 선도하기 위해서는‘가진 자’와‘못가진 자’ 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윤리를 확립하자는 것이다.

  셋째는,‘삼위 사불(三爲 四不)의 ’공직자 신 행동강령’의 추진이다. 여기서 三爲(하여야 할 3가지)는 ①소명감을 가진다. ②정직하게 행한다. ③낮은 자세로 섬긴다.  四不(하지 말아야 할 4가지)은 ①부당한 금품을 받지 않는다. ②부당한 이권이나 청탁에 개입하지 않는다. ③연고주의에 빠지지 않는다. ④자신의 업적을 부풀리지 않는다.

이것은 조선시대 관리들이 엄격히 지켰던‘사불 삼거(四不 三拒)’의 규범을 오늘날에 맞게 재정립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반부패가 우리 민족역사의 제1과제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 국가가 부패를 척결하지 못하면 이율곡의 상소문처럼“나라가 나라가 아닌 것이다(基國非基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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