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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재 칼럼]고희 넘겨 이제사 千字文을 외우고

   
▲ 전 세계일보 국장 겸 수석논설위원 김윤재

고희 넘겨 이제사 千字文을 외우고

 다음 천자문에 나오는 네 한자를  읽을 수 있는 분은 한자에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휘바람 嘯, 얽어맬 ., 이지러질 虧, 가릴 .’

  나는 어린 시절 천자문을 배울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래서 늘 천자문에는 어떤 글이 쓰여 있을까 궁금했다. 지난해 11월 우연한 기회에 교보문고에서 잘 편집된‘천자문’한 권을 구입했다. 이것을 한 번 외워보면 어떨까. 과연 칠순을 넘긴 내가 외울 수 있을까. 예전 같으면 5, 6세에 배웠어야 할 천자문인데 한번 도전해 보자!

  불교 교리의 핵심이 담긴 <반야심경(般若心經)>을 외우는 데는 그리 긴 기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간상으로 얼마나 소요됐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500번을  보고 읽으니 머릿속에 확 들어 왔다. 초등학교 때 구구단을 외우듯!‘천자문을 외우면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인 미당 선생이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 세계의 최고 높은 산 이름을 순서대로 외웠듯이!

  천자문은 독자들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양(梁)나라 주흥사가 지은 책이다. 넉 자로 된 시(詩) 250구를 만들어 1,000자를 모은 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용한자에서 사용하지 않는  어려운 글자도 적지 않다. 그 뜻은 중국의 고사나 문화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 많다. 옛날 서당 선생님이 겨우 글자 1,000자를 위해 따로 존재했던 분들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뜻을 이해하고 머릿속에 기억할 수 있을까. 그냥 포기해 버릴까.

 정말 도전은 만만치 않았다. 다시 책방을 찾았다.
‘김성동’이라는 분이 쓴 천자문 2종류를 더 구매했다. 하나는 글자를 쓰는 방법과 뜻풀이, 간단한  해설이 붙어 있었다. 다른 한 권은 뜻풀이와 저자의 수필이 담긴 책이었다. 그의 수필에는 순수 우리말을 많이 쓰고 있어서 꽤 글 읽는 재미를 느끼게 했다. 저자는 한자를 진서(眞書)라고 하는 데“우리글”이라는 주장을 펴서 흥미로웠다.

  이 나이에 천자문을 순서대로 외운다는 것은 정말 힘이 들었다. 매일 넉 자씩 외우고, 잊어버리고, 또 외웠다. 외우고 잊어버리기를 반복하였더니 조금씩 외우는 진도가 나갔다. 지난 봄 4개월 동안 지방자치단체 기초의원후보로 출마하는 바람에 공부를 거의 못했다.

4개월의 공백 기간이 있었던 셈이다. 그 후 다시 외우고 잊어버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천자문 읽기를 계속했다. 나도 아직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자심감이 은연 중에 생겼다. 공부는 주로 아침에 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1시간 동안 외우기를 반복했다.

‘하늘 天, 따 地, 검을 玄, 누를 黃으로부터 시작하여 어찌 焉, 어조사 哉, 어조사 乎 ,이끼 也’하고 마지막까지 외웠다. 기간으로는 꼬박 8개월이 걸린 셈이다. 이제 나도 남과 다른 무엇을 하나 내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다는 뿌듯한 자부심을 갖게 됐다.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스럽다. 이제 천자문을  외우고 나니 슬그머니 한자공부를 더 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그래서 요즘은 사람들이 흔히‘병신보감’이라고 농담하는“명심보감”을 읽기 시작했다. 외우기를 시작해 보니 예상 외로 칠순이 넘은 사람도 외우기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맨 앞의 한자는 순서대로‘嘯(소), .(미), 虧(휴), .(예)’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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