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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지식은 칼날이요, 지혜는 칼자루다

   
▲ 박인화 서울재동초등학교 교장

지식은 칼날이요, 지혜는 칼자루다

  얼마 전 한 일간지에서 독친(毒親)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독이 되는 부모라는 뜻이다. 독친 테스트도 소개되었다. 독친 테스트를 한 주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친이나 독친주의군(毒親注意群)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은 다른 나라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세계적이다. 그러나 열심히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지금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녀교육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확실한 진단은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나 행복도가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이 이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내려오고 자살하는 청소년이 세계 1위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우리 사회 전체가 불합리한 신념에 빠져 있다. 자녀 교육에 성공하는 것이 내 자녀가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취업해서 높은 연봉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은 10%도 안 된다. 90% 이상의 사람들은 이미 실패가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불합리한 신념을 미신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생각이야 말로 미신에 사로 잡혀있는 것이다. 그런데 부모들은 유치원 때부터 이러한 미신을 맹신하여 자녀를 성공의 길로 잡아끈다. 그리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부모들은 자녀들의 맹목적 성공을 서서히 포기해 간다. 그 과정에서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독을 내뿜고 자녀들은 본래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건강한 생명력을 잃고 마는 것이다.

  세상에는 세종류의 사람이 있다. 귀한 사람과 천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이다. 귀한 사람은 남을 존중하고 돕는 사람이다. 바로 우리나라 교육이념인 홍익인간을 말한다. 천한 사람은 남에게 피해를 주고 괴롭히는 사람이다. 공부를 하는 진정한 목적은 귀한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이다. 우리 교육을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 교육이 과연 귀한 사람을 키우고 있는가 하는 성찰이다.

  딸 셋을 낳고 어렵게 아들을 낳은 집이 있었다. 귀한 아들이기에 아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아끼지 않고 해주었다. 아들이 누나들의 따귀를  때려도 누나들에게 동생이 스트레스가 있어서 그러니 맞아주라고 했다. 과연 이 아이는 귀한 사람이 되었겠는가? 말할 것도 없이 이 아이는 천박한 사람이 되었다. 귀하게 키운다고 했는데 왜 남을 돕고 존중하여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귀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남들을 괴롭히고 남들이 싫어하는 천한 사람으로 키웠는가?

  잘못된 생각의 결과다. 요즘은 부모들이 대부분 대학교육을 받는다. 인터넷에서 원하는 모든 지식들을 얻을 수 있다. 걸러지지 않은 지식으로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착각한다. 심지어 학교 선생님들의 사소한 교육방법도 지적하고 학교의 권위도 존중해주지 않는다. 지식정보화 사회의 폐단이다. 지식은 물질을 풍부하게 하고 인간을 편리하게 해주었다. 지식은 칼날과 같은 것이다. 칼은 매우 유용하지만 잘못 쓰게 되면 다른 사람을 해치고 자신도 해칠 수 있다. 지식이 칼날이라면 지혜는 칼자루와 같은 것이다. 지혜가 없는 지식은 칼자루가 없는 칼이다. 지식은 욕심을 잉태한다. 욕심은 다른 사람은 어떻게 되든 나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이다. 지혜는 양심을 실천하는 것이다. 양심이란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해주는 마음이다.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잘 살고자 하는 공동선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연결되어 있다. 사회적 갈등이나 병리현상은 반드시 원인이 있다. 학교폭력이나 청소년들에게 고통을 주는 병리 현상을 치유하는 길은 교육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모든 사람들이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물질을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그릇된 신념이나 남이야 어찌되든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남을 돕는 것이 나를 돕는 것이라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제3의 물결인 지식정보화 사회의 다음이 바로 제4의 물결인 지혜 중심의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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