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월간구독신청

[조희완 칼럼] 일사각오(一死覺悟)의 정신으로 2015년을 승리하자

   
▲ 조희완감사원 제5국 심의관, 감찰관, 제7국장, 제4국장국가청렴위원회 신고심사국장, 관리관(1급)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객원연구원(반부패)한양대학교 자치행정대학원 겸임교수필자소개필자는 본지 상임고문으로 공직생활 28년(감사원, 국가청렴위원회) 중 국장급 직위에만 10년 이상 근무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과 공직사회의 반부패 개혁을 위해 연구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본지에 우리나라 정치,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중 사회비리척결에 내용이나 주제가 있으면 대한뉴스 편집국으로 연락바랍니다.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으며, 제보해 주신 분의 신분보장을 약속드립니다.

일사각오(一死覺悟)의 정신으로
2015년을 승리하자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새해가 되면 새로운 축복을 염원하고 새로운 희망을 설계한다. 그래서 새해는 언제나 좋은 것이고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축복과 희망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거기에 따르는 각오와 결의와 실천이 있어야 한다. 2015년 새로운 한 해를 승리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이 있다. 바로 일사각오의 정신이다. 일사각오란‘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를 말한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우리나라 독립군이 되기 위한 조건은‘죽을 각오가 되어 있느냐?’였다고 한다.

그 한 예로 백범 김구 선생은 거사를 앞둔 윤봉길 의사에게 중국 송(宋)나라 시대 야부도천(冶父道川) 선사의 선시를 인용해‘현애살수장부아(縣崖撒手丈夫兒: 벼랑 끝에서 잡은 손을 놓는 것이 진정한 장부의 결단이다.)’를 당부했다고 한다. 새해에는 그런 각오가 있어야 한다. 특히 2015년은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이고, 동시에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이며, 또 한일수교 50주년이 되는 중요한 해이다. 그런데도 국내 사정을 보면 지난해에 일어난 온갖 부정부패와 난제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2015년에 그대로 이월되어 발목을 잡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다시 한 번 일사각오의 정신으로 일어나야 한다.


일사각오(一死覺悟)의 정신으로 세상을 이기자
  사람들은 세상 살기가 어렵다고 말들을 많이 한다. 그만큼 특별한 각오가 없이는 세상을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성경에 보면 예수도 마지막 십자가의 고난을 앞두고 제자들에게“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고 말했다. 바로 일사각오를 결의한 것이다. 우리 민족 역사에도 일사각오로 나라를 구한 애국선열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분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다.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한마디로 말하면 일사각오의 정신이다. 공주사대 김덕수 교수가 10년간 이순신 연구에 몰두하여 쓴 책이『맨주먹의 CEO 이순신에게 배우라』이다. 김 교수는 이 책에서 오늘날 우리들이 이순신 장군에게서 본받아야 할 일사각오의 정신을 다음과 같이 11가지로 요약(필자가 일부 내용 수정·추가)해서 제시하고 있다.

  ①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몰락한 역적의 가문에서 태어나 가난 때문에 외갓집에서 자랐다. ② 머리가 나쁘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첫 무과시험에서 낙방하고 32살의 늦은 나이에야 겨우 무과 병과(병과는 9등 이하로 28명 중 12위)로 급제했다. ③ 좋은 직위가 아니라고 불평하지 마라. 나는 14년 동안 변방 오지의 육군 수비 장교로 돌았다. ④ 윗사람의 지시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불의한 직속상관들과의 불화로 세 차례의 파직과 두 차례의 백의종군과 수차례의 계급 강등의 불이익을 받았다. ⑤ 몸이 약하다고 고민하지 마라. 나는 평생 동안 고질적인 위장병과 전염병으로 고통을 받았다. ⑥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마라. 나는 적군의 침입 징후로 나라가 위태로워진 후에야 47살에 전라좌수사가 되었다. ⑦ 조직의 지원이 없다고 실망하지 마라. 나는 스스로 논밭을 갈아 군자금을 만들었고, 1만 7천여 명에 달하는 대병력을 먹이고 입혔으며, 23번의 전투에서 23번 이겼다. ⑧ 윗사람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마라. 나는 끊임없는 오해와 의심으로 모든 공을 뺏긴 채 죽기 직전까지의 모진 고문과 28일 간의 옥살이를 했다. ⑨ 자본이 없다고 절망하지 마라. 나는 빈손으로 돌아온 명량해전에서 12척(나중에 1척을 추가하여 13척)의 낡은 배로 330여 척의  적선을 물리쳤다. ⑩ 옳지 못한 방법으로 가족을 사랑한다 말하지 마라. 나는 20살의 셋째 아들(이면)을 적의 칼날에 잃었고, 또 맏아들(이회)과 함께 전쟁터로 나갔다. ⑪ 죽음이 두렵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적들이 물러가는 마지막 노량해전에서 500여 척의 적선을 물리치고  54살의 나이로 죽음을 택했다.

  이처럼 이순신 장군은 일생을 통하여 일사각오의 삶을 살았다. 특히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은 스스로 전장(戰場)의 선두에서‘필사즉생(必死卽生: 죽고자 하면 산다.)’의 정신으로 싸워 겨우 12척의 전선으로 330여 척의 적선을 물리칠 수가 있었다. 이순신 장군과 거의 동시대에 살았던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도 줄리어스 시저에서“비겁한 자는 죽기 전에 여러 번 죽지만 용감한 자는 오직 한 번밖에 죽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일사각오의 정신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고 후손을 위하고, 또 오늘날 우리 사회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 확실한 방법이 되는 것이다.

일사각오(一死覺悟)의 정신으로 엄정한 국가기강을 확립하자
  지난 2014년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어수선한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와 유병언 사건으로 국가의 기능이 거의 반년 이상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였고, 특히 지난해 연말에는 각종 사건 사고와 비리로 국민들의 마음을 쓸쓸하고 허망하게 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청와대 비선실세관련 문건 작성 및 유출 사건,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파렴치한 언행으로 국제적 망신살을 자초한‘땅콩 회항(nuts rage)’사건, 재미교포 신은미 씨와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황선 씨의 황당한‘종북 토크쇼’등 수많은 부정부패사건들이 우리 사회를 혼란하게 하고 어지럽게 했다. 사회 최고지도층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은 통영함 납품관련 비리에 연루돼 국방부에 인사조치 요구되었고,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10년 전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에게 처남의 취업을 부탁했다는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들어났으며, 또 전직 국회의장과 검찰총장 출신 P씨와 S씨는 골프장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국가기강이 엄정하지 못한데서 기인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은 공직자와 사회지도층과 국가를 불신하게 되고, 그로 인해 사회적 통합은 점점 어렵게 되며, 국가경쟁력도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엄정한 국가기강의 확립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종합국력은 세계 9위(중국 사회과학원 및 한반도선진화재단이 2014. 3월 발표)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 일본 다음으로 세 번째이다. 그리고 종합자유민주주의 지수는 세계 20위(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2014.1월 발표)로 아시아권에서는 최고이고, 일본(22위)보다도 앞서고 있다. 그런 만큼 우리 사회의 법질서도 선진화 되어야 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차원에서 국가기강의 확립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첫째, 국가는 무엇보다 사회정의(正義)를 세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 영국의 유명한 철학자이며 사회과학자인 허버트 스펜서는『개인 대 국가』라는 책에서“국가의 의무는 정의를 관리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물론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정의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부정부패를 다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반부패 수준은 국제적으로 볼 때에는 F학점이다. 지난해 12월 4일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는 조사대상 175개국 중에서 43위(100점 만점에 55점)로 6년 연속 정체상태에 있다. OECD 34개국 중에서는 27위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50점대는 절대 부패에서 겨우  벗어난 정도에 불과하다.

참고로 북한은 100점 만점에 8점으로 175개국 중에서 최하위이다. 국가청렴도는 그 국가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도를 의미한다.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하게 일류 선진국이 되고, 또 완전한 자유민주주의 복지국가가 되려면 국가청렴도가 최소한 70점 이상은 되어야 한다. 부패를 척결하는 데에는‘물의 법칙’,‘빛의 법칙’,‘소금의 법칙’등 몇 가지 법칙이 있다. 그 중에서‘물의 법칙’은‘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법칙인 것이다. 필자가 항상 주장하는‘십(10)-만(10,000) 국가청렴정책’도 그런 차원에서 중요한 것이다. 여기서 10은 국가청렴도를 우리나라의 국력에 맞게 세계 10위권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고, 10,000은 사회지도층 10,000명(과거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법안의 대략적인 수사대상자 숫자임) 정도의 청렴도를 중점적으로 확립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 하루 속히 당초 원안대로 통과되어야 한다.
 
  둘째,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연고주의(Nepotism)와 청탁문화의 적폐(積弊)를 혁파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개념 중에서 하나가 부패에 관한 개념이다. 연고주의가 부패라는 인식이 아주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에서는 치명적인 부패 유형으로 ① 뇌물수수, ② 공금횡령, ③ 인적·물적 자원배분의 왜곡, ④ 특정세력과의 유착, ⑤ 연고주의를 들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연고주의를 최고의 부패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그의 저서『트러스트: Trust』에서 한국과 중국이 선진국이 될 수 없는 이유로 한국은 ‘연고주의’, 중국은 ‘관시(關係)’에 의해서 사회가 작동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연고주의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연, 학연 등에 인사병폐 뿐만 아니라 공조직 내의 특정 사조직과 동업자 카르텔에 의한 전관예우, 끼리끼리 문화에 의한 각종 관피아 문제 등이 모두 연고주의에서 기인되고 있다. 이와 같은 연고주의와 또 여기서 파생되는 청탁문화를 혁파해야 한다. 그 한 방안으로 필자는‘삼위 사불(三爲 四不)’의‘공직자 신 행동강령’을 강력히 추진할 것을 주장한다. 여기서 三爲(하여야 할 3가지)는 ① 소명감을 가진다. ② 정직하게 행한다. ③ 낮은 자세로 섬긴다. 四不(하지 말아야 할 4가지)은 ① 부당한 금품을 받지 않는다. ② 부당한 이권이나 청탁에 개입하지 않는다. ③ 연고주의에 빠지지 않는다. ④ 자신의 업적을 부풀리지 않는다.

  셋째, 새로운 글로벌 경영윤리를 정립하여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甲乙관계를 혁신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개념 중에서 또 하나가 권력과 재물에 관한 개념이다. 권력과 재물은 소유개념이 아니라 소명개념이라는 것이다. 그 인식의 차이에 따라 ‘군림이냐 섬김이냐’,‘독식이냐 나눔이냐’,‘착취냐 상생이냐’의 엄청난 결과를 달리한다. 민주주의는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아시아 제1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발전시켜 나가려면 권력과 재물에 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갑을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정말 공정한 사회라면‘을이 갑을 존중하는 사회’,‘패자가 승자를 존중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한 글로벌 경영윤리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 필자는 그것을‘해브즈 오블리주(Haves Oblige)’ 즉‘가진 자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지난 번 대한항공 사건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나아가 세계 글로벌 경영윤리를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극작가인 영국의 버나드 쇼의 묘비에는“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고 한다. 그런 후회가 없는 2015년 한 해가 되도록 하자.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