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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완 칼럼] 반부패·인성한국(人性韓國)으로 거듭나야 한다

   
▲ 조희완
감사원 제5국 심의관,
감찰관, 제7국장, 제4국장
국가청렴위원회 신고심사국장, 관리관(1급)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객원연구원(반부패)
한양대학교 자치행정대학원 겸임교수

우리 민족은 세상을 구할 소명을 띠고 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T.S 엘리엇의 유명한 말이 있다. 요즘 우리나라의 형국이 마치  그러하다. 지난해 4월에는‘세월호 참사사건’으로 거의 반년 이상 국정이 마비되다시피 하였고, 올해 4월에는‘성완종 뇌물 리스트 사건’이 불거져 온통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와 같은 대형 부정부패 사건 외에도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연일 크고 작은 부정부패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그렇지 않아도 살아가기가 어려운데, 이런 부정부패 사건을 접할 때마다 정말 통탄과 분노와 불신을 금할 수가 없는 것이다. 부정부패는 그 특성상 함께 망하는 암 덩어리와 같은 망국적인 병폐를 지니고 있다. 어느 시대나 막론하고 부정부패가 만연하면 국내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국제정치도 제대로 되지 않고 정권의 정통성도 잃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그동안 반부패(Anti-Corruption)가 우리 민족 역사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이고, 제1국방이라고 본지를 통해서 수십 차례나 강조해 왔다.

  이처럼 나라가 어렵고 혼란할수록 우리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민족은 원래부터 부패한 민족이 아니다. 오랜 역사를 통하여 수많은 외침(外侵)과 또 일제 강점기와 과거 왕조시대를 거쳐 오면서 몰지각한 지배계층과 조병갑 같은 탐관오리들이 백성 위에 군림함으로써 부패하게 되었지, 원래는 세상을 구할 빛의 민족이었고, 하늘의 소명을 받은 선민(選民: Chosen People) 이었다. 따라서 단군 시조의 건국이념도 홍익인간(弘益人間: 널리 인간 세계를 이롭게 한다)이었고, 최초의 나라 이름도 조선(朝鮮)이었다.‘조선’이라는 나라 이름은‘아침의 밝음’이라는 뜻이고, 이‘밝음 사상’은‘하늘이 온 세상을 밝게 다스리기 위해 이 땅에 내려와 나라를 세웠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자랑스러운‘한글’도‘하늘이 내려준 글자’라는 것이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인 광화문(光化門)의‘광화’라는 말도‘바른 정치로 온 세상에 빛을 드리우다’라는 철학이 담긴 대 선언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매년 기념하고 있는 4대 국경일의 하나인 광복절(光復節)은‘빛을 되찾은 날’이고, 다른 하나인 개천절(開天節)은‘하늘 문을 열고 나라를 세운 날’을 기리기 위한 것임을 봐서도 우리 민족의 소명을 알 수가 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는 2500년 전 공자(孔子)도 평생의 소원이 뗏목이라도 타고 군자(군자는 한마음으로 사는 빛의 사람을 말함)들이 사는 나라 조선에 가서 살고 싶어 했다고 하며, 그의 인(仁)사상과 중용(中庸)사상의 원류도 조선이었다고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20C초 독일 인지학의 창시자이며 사상가인 루돌프 슈타이너(R.steiner)는“인류문명의 대변동기에는 반드시 작은 한 지혜로운 민족이 나타나 온 인류의 나아갈 길을 자기의 역사와 문화, 즉 성배를 통해 제시한다. 로마 후반기에 그것은 이스라엘이었다. 그때보다 더 크고 더 우주적인 대전환을 맞은 오늘, 그 민족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그가 극동(한국)에 와 있다는 것밖에는 알 수가 없다”고 했으며, 또 비슷한 시기에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도 한국을‘동방의 등불(Lamp of the East)’이라고 칭송했다. 최근에는 영국의 캐머런 총리도 한국을‘세계의 등불(Beacon of Light)’과 같은 존재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우리 민족은 세계사에서 귀중한 소명을 띠고 있다. 부정부패로 나라가 주저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야 한다. 세계 46위인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를 적어도 세계 10위권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리고 지난해 연말에 통과된‘인성교육진흥법’도 강력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지상명령인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시급한 과제는 정치인을 비롯한 지도층을 혁신하는 일이다
  지난해 10월 한국대학신문이 창간 26주년을 맞아 실시한 전국 대학생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부정부패 척결’이고, 가장 불신하는 집단으로는 무려 85.3%가‘정치인’이라고 답했다. 이제 정치인들은 국민의 조롱거리로 전락했으며, 오죽하면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해(國害)의원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까! 또 국회 인사청문회 때마다  온갖 비리가 쏟아져 나와 국무위원들을 비롯한 최고위직 공직자들의 권위도 땅에 떨어져, 국민의 신뢰도 없어지고 국가기강도 제대로 확립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우리 사회의 지도층을 바로 세우는 데 있다.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논어』에 보면 공자의 정치사상은 정명사상(正名思想)에 있으며, 그리고‘政者는 正也라(정치란 바르게 하는 것이다)’고 했다. 정명이라 함은‘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부모는 부모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로서,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은 정치인다워야 하고, 공직자는 공직자다워야 하고, 법조인은 법조인다워야 하고, 언론인은 언론인다워야 하고, 선생은 선생다워야 하고, 군인은 군인다워야 하고, 종교인은 종교인다워야 하고, 기업인은 기업인다워야 하고, 노동자는 노동자다워야 한다. 우리 모두가 제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사회정의(Social Justice)인 것이다. 제 모습답지 못한 어떠한 사람도 모두가 사이비이고, 모리배이고, 시정잡배이고, 사기꾼에 지나지 않는다. 성경에서도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나면 성전(聖殿)도‘강도의 소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는 말씀이 있다.

  따라서 이제는‘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우리 사회에 만연한 황금만능주의, 맘몬신(돈神)의 유령과 저주에서 벗어나야 한다.‘돈과 연줄이 없으면 정치도 못하고, 직장에서 승진도 못하고, 고위공직에 가지도 못하고, 사업도 못하고, 출세도 못한다.’라고 하는 등의 항간의 자조적인 말들이 근절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를 제대로 작동시킬 수가 없다. 또 인사도 권력주변에서 돈을 쫓아 달려드는 불나방 인사에서 벗어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출과정에서 보듯이‘세상 끝에서 대한민국의 해답을 찾는 인사’를 해야 한다. 고려 공민왕이 개혁을 위해 신돈을 발탁하면서 한 유명한 말이 있다.“대대로 권신대족(權臣大族)들은 친당(親堂)이 뿌리처럼 얽혀져 있어서 서로의 허물을 덮어주고 숨겨준다. 세상을 초월해 홀로 우뚝 서 있는 사람을 등용해 개혁을 맡기겠다.”정말 맞는 말이라 생각된다. 무엇보다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국가가 앞장서서 해야 한다. 영국의 유명한 철학자인 허버트 스펜서는“국가의 의무는 정의를 관리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국가가 부패를 척결하여 정의를 세우지 못하면 율곡 이이가 선조에게 올린 상소문처럼“나라가 나라가 아닌 것이다(基國非基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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