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명
평창올림픽유치초대특위위원장·전 도의원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말들이 참 많다. 외국인들이 찾아와 동계올림픽 개회식장이 어디냐고 묻는다. 허허벌판에 성화대만 엉성하니 하나 서 있는 곳을 알려주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선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타깝고 창피한 마음과 함께 화가 난다.
대통령은 남북통일 첫 단추가 평창올림픽이라고 밝혔었다. 강원도에서 남북의 관계 개선이라는 큰 역사적 물줄기의 시작을 마련했고 여기에 힘입어 북한과 미국의 2차 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며칠 후 개최된다. 그런데 그런 기회를 만들었던 역사적인 장소, 강원도 평창의 현장은 지금 겨울바람만 스산하게 불어 삭막함만 더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을 치른 다른 나라를 살펴보자. 동계올림픽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나가노의 경우를 보면 그 현장을 보존하고 올림픽 정신을 살려 지금은 관광수익을 올리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룬 지금의 평창은 성화대만 외로이 남아 있고 이곳이 올림픽을 개최했었는지도 의심스러울 정도로 폐허를 연상케 한다. 굳이 이렇게 올림픽이 끝나기 무섭게 빈 창고 털어내듯 모든 시설들을 철거했어야 했을까. 올림픽이 열렸던 역사적인 장소를 찾아오고 싶어 하는 내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기념비적이고 체계적으로 유지와 관리를 할 수는 없었을까.
중앙정부의 무관심과 강원도의 안일한 대처로 올림픽 기념 시설 하나도 살리지 못하고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개최 전부터 올림픽 시설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큰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기정사실화 하면서 개최 후 철거를 당연한 것처럼 여겼다. 당연히 올림픽을 치룬 후에는 시설의 관리 처분문제가 큰문제로 대두될 것이란 예측으로, 보존이나 역사적인 산물로 남기기보다는 가장 예산이 적게 드는 철거란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임론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허술한 관리와 대책으로 지켜져야 할 것들이 무참하게 사라지는 그 결과가 안타까운 것이다. 오늘도 성화대는 그 자리에서 평창을 지키지만 그마저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함이 늦겨울의 저녁노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평창 대관령 용평스키장에서 ' 제100회 전국동계체육대회'를 치루면서 개회식장이 없다는 것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