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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방

제주경찰청장 이상철 치안감

제주 경찰관 ‘이상철법’으로 도민안전과 조직문화에 소통 새바람

한반도의 남쪽에 자리 잡은 제주도는 과거에는 유배지로 오늘날에는 관광지로 최근에는 전 세계에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 난민 및 불법체류자 증가로 치안환경 특수성에 따른 치안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그래서 제주도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경찰의 임무가 더욱더 무겁게 느껴진다. 경찰 지휘부 최고 수장 이상철 청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날아갔다.  

 

 

이상철 청장은 남 진주 사천 출신, 1986년 경찰대 2기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장과 경비부장, 서울청 차장, 사이버안전국장, 대전지방경찰청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8730일 제주청장으로 부임했다. 그동안 제주도에서 근무한 소감에 대해 묻자 세계자연유산 제주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기 위해 틈날 때마다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공부하면서 치안상태를 살피고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등을 체험합니다. 제주에서 근무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큰 축복이고 행복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제주 경찰의 업무 방향 가운데 첫손에 꼽는 중요한 지침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도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항상 도민만을 바라보며 성과나 수치에 연연하지 않고,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치안정책을 펼쳐 도민 안전을 지키는 경찰의 본분을 충실히 수행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제주도 경찰관들이 지켜야 할 법 중에 이상철법이란 게 있다는데 소개해주세요.

경찰과 같은 계급 조직은 위계질서를 강조하는데, 계급이나 위계질서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업무의 중요한 부분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상철법은 청장에 대한 아부성 발언 소위 용비어천가와 과잉 의전 등을 금지함으로써, 계급의 의미를 확대하여 해석하여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고, 계급 중심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유연하고 수평적인 방향으로 바꾸어 보고자 만들어 직원들에게 실천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청장이든 순경이든 계급을 떠나 같은 동료로서 자유롭게 소통하는 가운데, 업무의 가장 중심에 도민을 두고 형식보다는 실질적으로 일하는 조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내용에는 리더가 칭찬에 도취하면 마약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개인적 신념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제주도의 치안 환경 및 특수성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2012년 이래 인구와 차량 증가율이 전국 1위이며 상시 체류 관광객이 21만 명 수준으로 제주도민 68만 명의 30%에 달하는 등 안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국제자유도시로서 전 세계에서 무비자 입·출국이 가능한 특수한 치안환경이며, 불법체류자 증가로 외국인 강력 범죄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작년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5대 범죄 비율이 1,308건으로 전국 평균 943건보다 약 38.8%나 높게 나타났습니다. 통계는 제주도 상주인구만을 기준으로 하고, 관광객 등 유동인구 비율이 월등히 높은 조건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범죄율이 과하게 높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습니다. 실제 범죄 발생은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전국 평균과의 격차도 줄고 있습니다. 최근 불법체류자에 의한 강력범죄 비중이 높게 나타났으나 신속한 수사로 피의자들을 모두 조기에 검거하였습니다. 특수성은 2006년 이래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치경찰제를 시행하고 있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공존하며 치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경찰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른 구분으로 경찰의 권한과 책임이 중앙정부에 있으면 국가경찰, 지방자치단체에 있으면 자치경찰이라고 한다. 자치경찰제 도입은 참여정부 고 노무현 대통령 공약으로 출발했다. 지방자치 시대에 지역 치안 질서 유지는 국가경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자치경찰 도입을 추진했다. 그동안 역대 정권에서도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다. 제주자치경찰은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제 시범 새행으로 창설됐다. 그동안 국가경찰과 긴밀한 협조 체제하에서 사무 분담 및 업무를 협약하고 추진하는 등 자치경찰제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는 자치경찰제 전국 확대 시행에 앞서 효과를 검증하고, 발생 가능한 문제점과 보완사항 등을 발굴개선하기 위한 좋은 지침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평가다. 주민들의 많은 기대 속에 도입되어 어떤 성과들이 있었는지 들어보자.

 

자치경찰제 시범운영 1·2단계 추진 사항과 3단계 예정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그동안 이원화된 치안과 행정이 연계되어 맞춤형 통합서비스 제공이 가능해 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컸습니다. 지난해 제주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2단계에 걸쳐 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지역경찰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와 국가경찰 인력 123명을 제주자치경찰단에 이관하여 자치경찰 사무 확대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범운영 결과, 국가경찰은 긴급·중요한 신고에 역량을 집중하여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 공이 증가하고, 자치경찰은 비긴급, 일상신고를 전담하여 각각 전문성이 향상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현재 제주동부서에 한하여 시행 중인 자치경찰의 112신고출동 처리 사무를 제주 전역으로 확대하고,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를 신설하는 국가경찰 파견 인력이 260명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자치경찰 인력 151명과 합하면 411명으로 늘어, 제주에 1급지 경찰서 한 개가 신설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에서도 제주에서의 시범 운영의 효과를 영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모형을 확정, 발표하였습니다. 국가경찰의 근간을 유지하며, 자치경찰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지역 맞춤형 치안시책을 펼쳐나가면 사회 안전망이 보다 더 촘촘해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국 최초 동물사체실험 과학수사로 미제 사건 해결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게스트하우스 관광객 살인사건, 중국인 불법체류자간 살인사건 등 주요 강력사건을 모두 조기에 해결하였고, 특히, 20092월 발생한 제주 어린이집 보육교사(당시 27, ) 피살사건의 용의자(49, )를 사건 발생 10여 년 만에 구속함으로써 사법정의를 실현하였다. 사건 발생 당시 수사는 택시기사 A씨를 용의자로 지목했으나 사체 부검 결과가 부검의의 소견과 경찰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더 이상 용의선상에 둘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와 맞물려 2016년 신설된 제주경찰청 미제사건 수사팀은 재수사에 착수, 국내 최초 동물사체실험과 미세섬유 추가확보 등 증거 보강을 통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관들에게 격려의 한 말씀 해주세요.

100페이지가 넘는 종합수사 보고서를 직접 읽었습니다. 당시 수사관들은 부족한 단서 등 현장에서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머릿속이 온통 하얘지는 느낌이었지만,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없어야 한다는 끈질김 속에 사법정의를 실현했습니다. 가천대 법의학과 이정빈 교수, 전북청 현철호 검시관, 경찰수사연수원 송태화 교수, 부산청 김나진 경위, 경기남부청 심경양 검시관 등 실험팀, 그리고 제주청 미제팀과 양수진 강력계장, 광역수사대, 과학수사 요원 등 수사팀의 열정과 노고에 진심 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설 명절과 휴일까지 반납한 그들의 노고에 고인과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도의 아픈 역사 4·3항쟁과 순직 경찰 예우

 

탐관오리가 많고 민란이 잦았던 제주는 194843일부터 1954921일까지 제주도에서 일어난 아픈 민중의 역사가 있다. 한라산 봉우리마다 붉은 봉화가 피어오르고 한 발의 총성 소리를 신호로 경찰관과 지역유지들이 닥치는 대로 죽어 나갔다. 그것이 4·3항쟁이다. 당시 제주도에 경찰관서가 20군데였는데 14곳이 불탔다고 전한다. 제주도에 살았던 대부분의 사람은 선량한 사람, 경찰, 토벌대, 마을 출신 공비 등 너나 할 것이 없이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었다. 오늘날 4·3항쟁은 국가추념일로 지정됐다. 그리고 20004·3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뒤늦게 조명된 문형순 서장은 ‘2018년 경찰 영웅에 선정됐다.

 

제주경찰 지휘부 최초 4·3공원 참배를 했는데 그 의미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이념 논쟁을 떠나 제주4·3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아픈 역사입니다. 지난 12일 새해 시무식에 앞서 제주경찰 전 지휘부가 충혼묘지에 이어 제주4·3공원을 찾아 참배하였습니다. 지휘부가 4·3 관련 희생자들에게 참배한 것은 4·3사건 발생 71년만에 처음이었습니다. 늦은감이 있지만 이번 방문을 계기로 4.3 유족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위로되었기를 바라며 어둡고 아픈 역사를 딛고 일어서 제주 사회가 화합과 통합, 상생을 위해 한 단계 더 높이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제주지방경찰청 청사에 문형순 서장 흉상을 설치한 의미는 무엇입니까.

경찰청에서는 2018823일 고() 문형순 서장님의 의로운 정신을 기리고 후배 경찰관들의 귀감으로 삼기 위해 ‘2018년 경찰 영웅에 선정했습니다. 문 서장님은 1947년 제주로 발령받아 1949년 모슬포 경찰서장으로 재직하면서 제주4·3사건 관련 좌익 혐의를 받던 마을 주민 100여 명을 자수시킨 뒤 훈방하여 처형 위기에서 구해냈습니다. 1950년 성산포 경찰서장을 재직할 당시에는 군 당국의 예비 검속자 총살 명령에 부당하므로 불이행한다며 단호히 거부하여 성산지역 주민 200여 명의 목숨을 구하여 한국판 쉰들러라고 불리는 자랑스러운 선배 경찰관입니다. 그의 숭고한 정신을 영원히 기억하고 간직하며, 시민 안전과 인권 보호라는 사명을 다할 것입니다.

 

30년 넘는 공직자 삶 가운데 기억에 남는 일화 한 토막 소개해주세요.

베트남 경찰 주재관으로 근무할 때 하이퐁의 먼바다에 정박해 있던 한국 화물선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현장이 떠오릅니다. 바다 한가운데 고립된 배와 거친 선원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두려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파도가 심해 배를 두 번씩이나 갈아타고 어렵게 현장에 도착해보니, 기관사와 선장이 서로 다투다가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가해자는 자살한 상황으로 매우 참혹하였습니다. 베트남어로 말을 건네니 강하기만 할 것 같았던 선원들은 한결같이 떨고 울면서 저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국 해경 및 베트남 경찰의 도움을 받아 수사를 마치고 배에서 떠나려 하니, 선원들이 가지 말라며 제 소매를 붙잡고 울면서 고마워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면서도 뿌듯했습니다.

 

 

권위적이지 않고 화기애애한 취재 현장

 

인터뷰 현장에는 양수진 강력계장, 우정식 경무계장과 구슬환 홍보계장이 동석해 제주청의 도민우선 치안과 어떤 한 사람도 억울함이 없게 끈질기게 파고드는 과학 수사 등 이모저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우정식 경무계장은 경찰대 17기 시절 이상철 청장이 자신의 지도실장이었고, 지금은 청장으로 모시게 되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은 한결같다며 남다른 인연을 털어놨다. 이상철 청장은 경위 시절부터 인품은 선비 타입이지만 때로는 혁명적이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훈련 때는 독하게 평상시는 부드러운 선비 타입 리더십- 경찰대 시절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저학년에서 고학년이 될 때까지 후배를 훈련시키는 간부 역할을 담당했다. 훈련 시에는 독하지만, 동아리 활동 등 평소에는 매우 부드럽다는 평판이다. 기동대 중대장 책임을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훈련에서 땀을 많이 흘리면 전쟁에서 피를 흘리지 않는다라는 신념 아래, 중대장 손끝 하나에 움직여야 할 정도로 빈틈없는 훈련을 했다. 그러나 훈련 목표를 달성하면 비록 시간이 남아도 훈련을 마쳤다. ‘휴식도 훈련이다라는 신념은 내무반에서 사생활의 자유로 이어졌다. 중대장이 들어가도 하던 일 그대로, 옷을 벗고 있어도, 누워 있어도 되었으며 일어나서 거수경례는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훈련 때와 평상시를 구분 짓는 모습에서 공과 사가 구별되는 리더십이 엿보였다. 대원들이 힘들면서도 따르고 존경하는 것이 이런 점이 아닐까.

 

한편, 기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이 의경 복무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운전병으로 뽑혀 특혜 의혹이 일었던 것에 대해 조심스레 질문했다. 이상철 청장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 쓰지 말고 오이밭에서 신발 끈 고쳐 매지 마라는 말처럼 당시에는 정확한 사실 전달보다는 오해 받을 소지로 변질된 것이 안타깝다고 속내를 전했다. 주변 지인은 이 청장님은 예전부터 지금 제주청에서도 자신의 부속실 비서실장이나 직원을 한 번도 본인이 마음에 드는 누구를 선택하거나 지명하지 않고 발령내는 대로 철저한 인사 규칙에 따르는 분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운전병까지 지목하겠습니까라며 남다른 인사원칙에 대해 말했다. 취재를 마치며 이상철법과 비교해 미국의 경우가 떠올랐다. 그들은 쉬는 시간에는 친구처럼 지내도 근무시간이면 위계질서가 정확하다고 들었다. 경찰 조직은 다른 조직보다 위계질서가 곧 법이고 생명인 곳이다. 격의 없는 소통 방침을 따르더라도 서로의 위치에서 위계질서를 잘 지키면 이상철법은 더욱 빛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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