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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칼럼 <희망에는 생명력이 있다>

 

김대성

 

죽음에 이르는 병19세기 초 덴마크의 실존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대표적인 저서 중의 하나이다. 그 책 내용에 의하면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하는 것, 혹은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를 역()으로 설명하면 희망은 생명으로 들어가는 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참담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환경에서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생존을 위하여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말기 암을 극복한 의사 이야기

1987, 미국의 한 임상병리 전문의사가 자신이 위암 말기 환자인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실력 있고 존경받는 의사였고 신실한 신앙인이었다. 그는 자신의 상태에 대하여 절망하지 않고, 침착하게 치료를 시작하였다. 자기를 치료하는 동료 의사들에게 치료 단계마다 일일이 방법을 제시하고 그렇게 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검사, 약물투여, 수술 등 모든 과정에서 자신이 상황을 판단하여 치료법을 제안하였고, 의사들은 그것이 비록 의학적 상식에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죽음을 재촉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었지만, 본인의 의견을 존중하여 그대로 해 주었다.


여러 달이 지나면서 병세는 호전되었고 마침내 완치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동료 의사들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었다. 그를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치료에 협력한 종양전문의사가 그가 완전히 회복된 다음 개별적 인터뷰를 요청하여 그의 투병 이야기를 상세하게 듣게 되었다. 심층적인 대화를 통해 그가 어떻게 말기 암을 극복하고 완전히 회복되었는지 그 원인을 분석해 본 결과 세 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첫째는, 흔들림이 없는 희망을 가진 것이었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포기했지만 본인은 암과 끝까지 싸울 결심을 하고 나을 수 있다는 강력한 희망을 가지고 투병을 했다는 것이다. 매 단계마다 확고부동한 희망을 가졌던 것이 회복의 첫 번째 요인이었다.


둘째는, 신앙인으로서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신뢰한 것이다. 특히 그는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다는 시편 23편의 말씀을 매 치료 전에, 치료 과정에서, 치료가 마친 다음에 암송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믿는 신()이 늘 곁에 가까이 존재하면 자신의 회복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했던 것이다.


셋째는 기도의 힘이었다. 자신의 드렸던 기도는 물론이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본인의 치료와 회복에 큰 힘이 되었다고 고백하였다.


이 세 가지 요소 중에, 둘째와 셋째 요소는 신앙인들에게 국한된 것일 수 있으나, 첫 번째 요소인 희망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치료제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 이야기를 들어보면, 희망이라는 것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희망이야기

넬슨 만델라는 흑백 인종 차별이 극심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인차별철폐 운동에 앞장서서 활동을 하다가, 1964년 종신형을 선고 받고 감옥살이를 시작하였다. 가족들은 재산을 몰수당하고 변두리 흑인 마을로 쫓겨났다. 4년 후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그 다음 해에는 큰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는 불행이 겹쳤다. 인간적으로 보면 그야말로 절망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형무소 생활 14년이 되던 해에 딸이 갓 출산한 아이를 데리고 아버지 면회를 왔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아기의 이름을 지어 달라고 하였다. 만델라는 죄수복 위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꾸겨진 종이 조각 하나를 펼쳐서 딸에 보여주었다. 그 글자를 보는 순간, 딸은 눈물을 쏟기 시작하였다. 그 종이에 쓰여져 있던 글자는 아즈위’(희망)라는 단어였다. 본인이 감옥에 갇혀 있지만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아기의 이름을 아즈위라고 하라는 뜻이었다.

 

그 후 13년이 지난 다음에 27년의 감옥살이를 끝내고 1990년에 석방되었다. 44세부터 71세까지 인생의 황금기를 감옥에서 보냈으니, 이제는 모든 희망이 사라질 것 같은 나이였으나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75세의 나이에 대통령에 출마하여 당선되었다. 그는 대통령이 된 다음에 자기를 박해하고 고통을 주었던 모든 정적(政敵)들 용서하였고 그가 추진하던 흑인차별 철폐를 마침내 완성하는 위대한 업적을 남기게 되었다.


그가 석방되고 수년 후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그는 이러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 오랜 기간, 절망의 세월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었습니까?” 그의 대답은 두말할 것도 없이 희망이었다. “나는 위대한 변화가 반드시 일어나리라는 아즈위(희망)을 한 순간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사람이 죽는 것은 힘이 들어서가 아니라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가 95세로 그 생을 마감하였을 때, 세계의 언론들은 한결 같이 그에 대하여 인간의 품격을 한 단계 올려 준 사람이라고 극찬하였다. 27년 동안 그 참혹한 환경에서 생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95세의 장수를 누릴 수 있었던 비결은 그가 항상 가슴에 품고 다녔던 아즈위였을 것이다.

 

희망의 생리작용

플라시보 효과라는 것이 있다. ‘플라시보라는 말은 기쁘게 해 드리겠습니다”(I shall please)라는 의미의 라틴어이다. 장례식에서 유족들 대신에 곡을 해주고 돈을 버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곡을 해 주는 것이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마음에 위로를 주는 효과가 있어서 그런 용어가 나온 것 같다. 이러한 유래 때문인지, 진통제를 투여할 수 없는 환자가 통증을 호소할 때에 밀가루로 만든 알약을 진통제라고 주면 그것을 먹고 진통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플라시보 효과라고 한다.


그런데, 그러한 효과나 작용이 그저 기분상 그런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어떤 생리적 작용이 일어나서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인지 상당한 실험이 이루어진 것 같다. 사람 몸의 통증을 차단시키는 약품으로 대개 몰핀을 사용한다. 그런데 사람 몸에는 천연 몰핀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엔돌핀엔케팔린이라는 화학 물질이 바로 그것이다. 이 화학 물질은 희망의 두 가지 성분인 믿음기대가 뇌를 자극시키고, 그 결과로 엔돌핀과 엔케팔린을 분비시켜 몰핀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인간이 어떤 환경에서든지 희망을 품고 살면 생명력이 강화되고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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