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 선거로 정치권 질타 - 여야 텃밭도 무너져, 16년만의 여소야대

2016.05.02 11:00:00

새누리, 수도권 참패…더민주, 호남 내줘 / 국민의당, 원내교섭단체 확보·캐스팅보트 쥐어


새누리 122, 더민주 123, 국민의당 38, 정의당 6, 무소속 11
이것은 최종투표율 58%로 끝난 이번 4·13 총선에서 여야 정치권이 받은 성적표다. 새누리당은 제20대 총선에서 더민주에게 원내 제1당의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집권여당이 총선에서 이렇게 참담한 패배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반의석 이상 내지 180석까지 내심 기대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원활한 국정 운영을 돕겠다고 자처했던 새누리당은 공천을 둘러싼 막장드라마와 같은 계파 갈등으로 불통의 정치,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하다 성난 민심의 회초리를 맞았다. 더민주는 비례대표 갈등으로 내림세에 접어들기 시작해 소모적인 야권통합 논쟁으로 국민의당에 반사이익만 준 채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참패를 당했다. 대신 과반이 걸린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확실한 입지를 굳히며 16년만에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었다. 국민의당은 당 내분으로 지지율이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야권통합론에 맞서 안철수 대표가 강력한 의지와 리더십으로 돌파하며 지지세 반등을 일으키며 정당지지율 2위와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획득하며 20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정의당은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무소속 돌풍도 예상보다는 훨씬 약했다는 평가다. 20대 총선을 지역별·이슈별로 정리해봤다.

이미지 2.jpg▲ 이번 4·13총선에서 상대의 적진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3명의 당선인.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는 전남 순천에서 2번째 승리를 거뒀고, 정운천 후보는 전북 전주을에서 전북의 첫 교두보를 마련했다. 더민주 김부겸 후보는 31년만에 대구에서 당선된 야당 당선인으로 기록됐다.
 

이미지 3.jpg▲ 이번 총선 결과, 가장 주목받는 여야 정치인으로 무소속 유승민 당선인과 더민주 정세균 당선인이 있다. 유 후보는 새누리당 공천과정에서 계파갈등의 핵심으로 친박의 견제를 받아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됐다. 이후 복당여부가 다시 한 번 쟁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대권후보인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를 1만표 이상 차이로 꺾고 더민주 대선후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일여다야 구도의 수도권, 더민주의 압승

원래 수도권은 일여다야의 구도로 선거연대 및 야권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새누리당의 절대우세가 점쳐지던 지역이었다. 수도권 122석 가운데 105곳이 단일 야권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저지가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선거연대마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더민주는 지지율이 급락, 승리를 예상할 수 있는 지역이 별로 많지 않았고, 국민의당은 경쟁력을 갖춘 후보가 별로 많지 않아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였다. 하지만 개표 결과 더민주가 당선된 곳은 82군데로, 새누리당 35석의 2배를 웃돌 정도로 대승을 기록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후보와 김성식 후보가, 정의당은 심상정 후보가 당선됐을 뿐이었다. 더민주는 서울 종로와 용산뿐만 아니라 여당의 텃밭인 강남에서도 당선자를 내는 성과를 냈다. 격전지인 서울 종로에서 더민주 정세균 후보가 대권후보인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를 눌렀고, 용산에서도 더민주 진영 후보가 당선됐다. 강남을 지역에서는 전현희 후보가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를 꺾고 24년만에 당선되는 기적을 낳았고, 송파을에서도 더민주 최명길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을 낳았다. 49개의 의석이 걸려있던 서울은 더민주가 35석, 새누리당이 12석, 국민의당이 2석을 차지했다. 경기도에서는 더민주가 수원과 용인지역에서 완승하면서 전체 60석 중 40석을 가져갔고, 새누리당은 19석, 정의당은 1석을 가져갔다. 인천에서는 13석 가운데 더민주가 7석, 새누리당 4석, 안상수, 윤상현 등 여당성향의 무소속 2석을 차지했다. 여당이 참패한 것은 공천갈등으로 여권 지지층의 이탈과 수도권 민심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해석됐다. 더민주는 불리한 구도 속에서 새누리당에 대한 분노 표출과 유권자의 단일화를 호소한 선거전략이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서 더민주가 압승하면서 앞으로 수도권에 대한 중앙정부의 정책은 더민주와 상의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더민주가 내걸었던 경제민주화와 혁신학교 등의 공약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영남=새누리당’ 등식 깨져

영남은 전통적인 보수당이 공천권만 획득하면 무조건 당선이 보장되는 여당의 텃밭이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이런 공식이 깨지고 말았다. 전통적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총 65곳 가운데 무려 17곳에서 야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밀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대권후보인 김문수 후보를 꺾은 더민주 김부겸 후보를 비롯해 더민주 공천에서 배제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의락 후보까지 당선됐다. 부산·경남지역에서는 더민주 후보가 8명이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부산진갑에서는 김영춘 후보, 남구을은 박재호 후보, 북강서갑은 전재수 후보, 사하갑은 최인호 후보, 연제구는 김해영 후보가 당선됐다. 특히, 정치 새내기 김해영 후보는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새누리당 김희정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김해갑은 민홍철 후보, 김해을은 김경수 후보, 양산을은 서형수 후보가 당선됐다. 창원 성산은 야권통합후보인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당선됐다. 울산지역에서는 진보진영의 무소속 후보인 윤종오 후보와 김종훈 후보가 당선됐다. 영남에서 새누리당의 발목을 잡은 건 야당만이 아니었다. 공천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의원들이 당선된 지역도 속출했다. 대구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주호영 후보가 당선됐고, 부산 사상에서는 낙천에 반발해 탈당한 무소속 장제원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으며, 공천 탈락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울산 울주의 강길부 후보도 당선됐다. 영남에서 새누리당은 경제 회복과 박근혜 정부의 안정적인 마무리를 호소했지만, 집권여당 독주와 공천 파동에 실망한 보수층이 대거 이탈한 데 이어 부동층 표도 야권으로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 4.jpg▲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14일 국민의당 마포구 당사에서 선거상황판에 당선된 후보의 이름표를 붙인 뒤 당 관계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호남, 더민주 참패·국민의당 압승

호남은 28석 중 23석을 차지한 국민의당이 녹색 돌풍을 일으키며 압승했다. 더민주는 3석에 그쳤지만, 새누리당은 이정현, 정운천 2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국민의당은 광주에서 8석을 모두 가져갔고, 전남에서도 8석을 차지했으며, 전북에서 7석을 차지했다. 더민주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두 차례 방문하며 총선에서 호남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성난 호남 민심을 달래보려고 했지만, 돌아선 민심을 돌리지는 못했다. 더민주는 충격적인 참패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호남에서의 참패를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 이후에도 더민주의 참패가 예상되자 위기감을 느낀 수도권 표심을 결집한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는 견해도 상당하다. 수도권에서 국민의당 후보들이 당선 가능성이 낮게 나타나자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저지를 위해 호남 표심과 여권 이탈층이 더민주 후보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는 지역구 후보 선거가 아닌 비례대표 선거 결과를 보면 오히려 국민의당이 더민주보다 오히려 더 많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수도권 지역에서 유권자들이 교차투표를 많이 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국민의당은 호남을 석권하면서 제3정당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지만, 안철수, 김성식 후보의 당선지를 빼놓고 볼 때 호남에 갇혀 있는 형국이 됐고, 이는 총선 이후 국민의당의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


초박빙의 승부와 떠나는 여야 중진, 잠룡들의 희비

이번 선거에서는 불과 수십∼수백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아슬아슬한 지역구가 많았다. 인천 부평갑은 14일 오전 5시까지만 해도 국민의당 문병호 후보가 35표 차로 앞섰지만, 개표를 마친 결과 새누리당 정유섭 후보가 4만 2271표로 문 후보를 26표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전주을에서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는 4만 0982표로 더민주 후보를 111표 차이, 전주갑에서도 국민의당 김광수 후보가 3만 9060표로 더민주 후보를 795표 차이로 이겼다. 원주갑에서는 새누리당 김기선 후보가 3만 1845표로 더민주 후보를 134표 차이, 원주을에서도 더민주 송기헌 후보 3만 4052표로 새누리당 후보를 350표 차이로 승리했다. 인천 연수갑에서는 더민주 박찬대 후보가 3만 0047표로 새누리당 후보를 214표 차이, 경기 남양주갑에서도 더민주 조응천 후보가 3만 2785표로 새누리당 후보를 249표 차이로 제쳤다. 경기 안산상록을에서는 더민주 김철민 후보가 2만 4236표로 국민의당 김영환 후보를 399표 차이, 경기 군포갑에서는 더민주 김정우 후보가 2만 5687표로 새누리당 후보를 726표 차이, 경남 거제에서는 새누리당 김한표 후보가 4만 4908표로 더민주 후보를 730표 차이로 이기는 등 피 말리는 승부가 연출됐다.

한편, 4·13 총선에서 낙선해 여의도를 떠나는 여야 중진급 거물인사들도 많았다.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충남 논산계룡금산군에서 접전 끝에 패배해 7선 고지 앞에서 주저앉게 됐다. 5선의 이재오 의원은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되면서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했지만 더민주와 국민의당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장관과 당 대표까지 지낸 황우여 의원도 험지인 인천 서구을에 차출돼 나섰지만 더민주 신동근 후보에게 패했다. 구미 김태환 의원도 공천에서 배제된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4선 고지 도전에 실패했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서울 서대문을에서 더민주 김영호 후보에게 패배했다. 3선인 황진하 당 사무총장도 경기 파주을에서 더민주 박정 후보에게 졌다. 청와대 대변인과 여성부 장관을 지낸 김희정 의원은 부산 연제구에서 정치 신인 더민주 김해영 후보에게 졌다. 원외 민주당에 입당했던 4선의 신기남 의원은 득표율 5위로 낙선했고, 더민주의 김춘진 의원과 우윤근 의원은 전북 김제부안과 광양곡성구례에서 ‘녹색돌풍’에 막혀 국민의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국민의당에서는 4선인 김영환 의원이 안산 상록을에서 더민주 김철민 후보에게 져 낙선했고, 김한길 의원은 야권의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며 출마를 포기했었다.

20대 총선 결과 여야 차기 대선주자들의 명암이 엇갈렸다. 더민주의 김부겸 의원은 대구에서 3수 끝에 당선됐다. 반면,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김부겸 의원에게 꽤 큰 표차로 져 대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 의원은 당내 김종인 대표의 독주를 막을 대항마로 부각되고 있지만, 당분간 대구 민심에 귀 기울이겠다는 계획이다. 여권의 잠룡인 오세훈 후보를 물리치고 6선 고지에 오른 더민주 정세균 의원 역시 단번에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고, 차기 국회의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 인사들의 약진 또한 대권가도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도 차기 대선주자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또한,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의 선전으로 체면은 유지했으나 호남 참패로 상처를 입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측근도 2명밖에 당선되지 않아 앞으로의 대권 행보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더민주 송영길, 김두관 의원과 국민의당 천정배 대표, 정동영 의원 또한 앞으로의 행보도 주목된다. 반면, 여당의 선거 참패로 새누리당 잠룡 후보들은 대권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이번 총선에서 대거 치명상을 입고 입지가 줄어들었다. 이에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대망론이 힘을 얻고 있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은 동료의원들의 낙선으로 20대 국회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박계가 당 대표 내지 원내대표로 추대할 경우 새누리당 차기 대선가도의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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