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다급해졌다. 애초 무소속 출마후보들의 복당 희망의사를 단칼에 거절했던 새누리당이 복당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 이면에서 이번 총선에는 친박계가 60% 이상 당선됐기 때문에 당을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기 때문이다. 총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반성하겠다는 새누리당이 김무성 대표 사퇴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후 친박계가 당권 경쟁에서 다시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청와대는 조기 레임덕을 걱정하면서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해법에 골몰하고 있다. 더민주나 국민의당 중 하나를 반드시 끌어안아야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민주는 김종인 대표와 친문계가 본격적인 관계 정립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예상되는 가운데 문재인 전 대표의 행보가 논란의 소지를 키울 수 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거머쥔 국민의당은 제3당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되지만, 안철수계와 호남계가 본격적인 당내 대결을 예고하고 있어 파열음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은 국민의 심판을 받아들이겠다고 반성했지만, 총선 이후 야권통합과 당권 및 대권 주도권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 정국을 들여다봤다.


상생과 협치가 절대 필요한 20대 국회
제20대 총선에서 여당의 충격적인 참패로 청와대를 비롯해 상당한 정치구도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122석, 더민주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중 여당 성향 7석, 야당 성향 4석. 20대 국회를 구성하게 될 여야의 의석수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장 자리를 야당에 내주는 등 3당이 의장과 부의장 자리를 한 자리씩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필요한 전체 의석수 60%인 180석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무소속을 복당 및 야당연합을 구성한 후 국민의당을 끌어들인다 해도 최대 167석, 171석에 불과하다.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국민의당의 협조를 받지 않으면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다.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지만, 실제로는 3당이 서로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으면 19대 식물국회보다 더한 최악의 국회가 될 수 있다. 여야 모두 선거결과에 자만하지 않고 국민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성론 역시 내년에 있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신중론에서 기인하는 셈이다. 총선에서 민심은 일방적인 독주가 아니라 정치권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경제를 살리라는 것이다. 청와대의 국회심판론에 대해서도 오히려 성과를 못내는 현 정권을 심판했다. 새누리당은 전통적인 지지층의 표심이탈로 원내 제1당의 지위를 박탈당했고, 더민주는 새누리의 과반저지를 위해 수도권에서 표심을 결집해 총선에서의 승리를 견인했지만, 호남에서의 참패와 비례대표 선거에서 3등을 기록하는 등 불명예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국민의당은 제3당의 입지를 굳히며 성공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이번 총선에서의 승리는 자신들의 지지층의 표가 아닌 대안적인 성격이 강한 것으로 드러나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남은 임기, 위기의 청와대
먼저, 청와대의 국정운영 방향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새누리당의 패배로 국정운영 기조와 정책, 국회와의 관계설정 등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남은 임기에서 조기 레임덕을 최소화하고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거대 야당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각종 개혁과제 역시 20대 국회 원 구성 전까지 기다려야 하고, 이 과정에서 국정운영의 전반적인 정책기조에 대한 비판도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역시 조심스럽게 수긍하는 분위기다. 특히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된 국민의당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더민주가 반대하더라도 국민의당이 찬성한다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 더민주는 반대하고 있고, 국민의당 역시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왔다. 대학구조개혁법 역시 더민주가 반대해왔고, 규제프리존 특별법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부양책도 야당이 반대하면 불가능하고, 한국은행법 개정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청와대는 구조개혁을 위해 입법과 무관한 조치를 최대한 취한다는 방침이지만, 국회 권력의 이동 자체가 구조개혁의 추진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한다. 야당도 구조개혁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으나, 청와대가 추진하는 방식과는 다른 방식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더민주가 제기해온 법인세 인상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고 대응방법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당청 관계도 남은 임기 동안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도 총선 패배의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친박계가 당을 장악하면 한숨을 돌리겠지만, 반대의 경우 차기 대권이 부상하면서 당청 관계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20대 국회가 민생과 경제에 매진하는 일하는 국회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정부도 새롭게 출범하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차기 당 지도부 놓고 물밑 신경전
총선 이후 여야는 권력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새누리당은 기존 새누리당 지도부가 14일 4·13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원유철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원유철 원내대표를 포함해 선거 참패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무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함께 총선 참패의 혼란을 조기에 수습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5월 초 차기 원내지도부 선출에 앞서 계파간 내부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차기 지도부 선출을 놓고 이번 총선 참패의 원인을 겉으로는 모두의 책임이라며 자성하는 눈치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네 탓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이한구 전 공관위장의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지만, 정작 이한구 전 위원장은 자신의 생각이 여전히 옳았다는 뜻을 밝혔다. 최경환 의원 역시 총선 전과 달리 자중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이번 총선에서 친박계가 60% 이상 당선됐기 때문에 당권장악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박계의 공세 역시 만만치 않다. 이번 총선 참패 책임을 친박계가 져야 한다며 차기 지도부에서 빠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는 공통 책임론을 내세우며 비난을 피하고 있다. 한편,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의원들 역시 복당 허용 쪽으로 선회했다. 국회의원 한 명이 아쉬운 형편에서 20대 국회 원 구성까지 야당에 밀리면 안 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막말파동의 윤상현 의원과 선거참패의 원인을 제공한 유승민 의원의 복당문제가 단순히 계파간 이해득실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선거에 지고서도 뼈아픈 반성보다는 벌써 밥그릇 싸움을 시작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선거에서 진 원인을 분명히 밝히고 대책을 수립하는 한편, 조건 없는 복당이 아닌 새누리당의 가치에 맞는 의원들만 복당시키는 등 일관성 있는 조처를 내려야 등 돌린 민심을 다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차기 당 대표로는 친박계에서는 최경환 의원과 이정현, 이주영, 원유철 의원, 비박계에서는 정병국, 유승민 의원이 거론되고 있으며, 차기 원내대표로는 친박계에서 홍문종, 유기준, 정우택 의원이, 비박계에서 나경원, 이군현, 김정훈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더민주, 김종인 체제 속 주류 반발 예상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18일 비대위원 명단발표에 이어 친정체제를 대폭 강화하는 당직자 인선을 발표했다. 이러한 가운데 더민주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대표직 합의 추대여부를 둘러싸고 주류와의 갈등이 벌어질 조짐이다. 친노·86 등 주류 의원들은 김 대표 추대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송영길 의원을 비롯해 정청래 의원과 최재성 의원도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비주류에서도 난색을 보이고 있는 한편, 당내 조직과 세력이 전혀 없는 김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에는 나갈 생각이 없다는 견해다. 6~7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를 뽑는 더민주는 차기 대선주자 선출 등 관리형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대통령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을 고려할 때 당 대표로 인지도와 영향력을 높인 후 대선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당 대표 후보군으로는 김종인 대표를 포함해 정세균, 송영길, 박영선, 김부겸, 김진표, 정청래 등이 거론되고 있고, 이번 달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우상호, 우원식, 이인영, 설훈, 조정식, 양승조, 노웅래, 민병두, 이상민, 안민석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당, 안 대표 측근 VS 호남의원 대립 불가피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대선 직행 가능성이 크다. 안 대표는 15일 내년 대선에서도 야권연대 없이 1차 투표에서 과반득표자가 없으면 최다득표자 2명이 결선을 치르는 결선투표제 도입을 요구했다. 대선 전 야권 대통합을 주장하는 호남계와 미리 선 긋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임기를 창당 후 6개월 이내 차기 전당대회까지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은 오는 8월 2일 전에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 당 대표에는 안 대표 측근그룹과 호남 현역의원 그룹간 계파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우선 천정배, 박지원, 정동영, 박주선 의원 등 호남 현역의원 그룹들이 당 대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원내대표에는 주승용, 김동철, 유성엽, 장병완 의원도 거론된다. 모두 호남 기반 의원들이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호남의원들이 장악하면 안철수 대표와 대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상 최대 선거사범, 내년 재보궐 선거로 이어질 듯
한편, 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도 선거사범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찰은 선거사범 1606명을 단속해 76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기고 1267명을 수사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당선자 43명도 포함됐다. 검찰이 수사중인 98명과 중복되는 10여명을 제외하면 당선자 중 수사대상은 100명이 넘는다. 경찰은 선거사범 공소시효가 6개월인 점을 고려해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유형별로는 허위사실 공표가 539명으로 가장 많았고 금품 및 향응제공, 현수막 훼손이 뒤를 이었다. 허위사실 공표는 47%가 늘어나 흑색선전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304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과 경북, 경남 순이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내년 재보궐 선거가 사상 최대규모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