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외국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탈북한 데 이어 정찰총국 대좌가 망명하는 등 북한 엘리트층의 체제 이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일반주민의 탈북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에 입국한 탈북민의 수는 모두 342명으로,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탈북민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2009년 이후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국경단속 및 감시를 강화하면서 2011년 2706명에서 점차 줄어 2015년 1276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던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탈출해 귀순한 배경에 중국당국의 협조 또는 묵인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중국 정부는 공안을 통해 자국 내 체류중인 탈북자를 색출하고 북송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으나, 이들이 지난달 6일 중국 내 식당에서 집단탈출해 출국한 후 동남아를 통해 7일 입국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근무했던 중국 내 북한식당은 저장성 닝보의 류경식당으로, 이들 북한 종업원은 북한 당국이 발행한 북한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이를 이용해 합법적으로 입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의 탈북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되고 중국 및 우리 정부의 협조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북한의 귀국 명령이 떨어진 상황에서 하루 이상 연락이 끊기면 북한의 정보망이 가동되는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미리 중국이나 우리 정부와 탈북일정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고, 이를 통해 단기간 안에 신속하게 제3국을 거쳐 입국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정부의 협조 및 묵인이 있었던 것은 한꺼번에 북한 여권소지자 13명이 제3국행 비행기를 타는 상황에서 중국당국이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합법적인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즉, 북한과의 직접적인 외교 마찰을 피하는 한편, 중국 내 탈북자 색출에 대한 변화의 기류를 보임으로써 대북제재 상황에서 고립된 북한을 또 다른 방식으로 압박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한, 중국이 모르는 상황에서 자국 내 있는 북한 종업원을 우리 정부 단독으로 탈출하는 것을 도왔다면 우리 정부와의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입국한 13명 외에 동료 종업원들이 추가로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이들의 행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머지 종업원들은 현재 중국이나 동남아 제3국에 머무르고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이들 13명 북한 종업원의 탈출 및 입국과정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는 것도 국내로 입국하기까지 이들의 신상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한국행이 아닌 제3국으로의 입국을 희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매듭지어지기 전까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달 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이후 외화벌이 일꾼 중심으로 동요가 커지고 있고, 경제상황 악화로 북한주민도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이 탈북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으로 외화벌이 일꾼들의 귀국명령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식당 종업원들은 북한 내 중산층 이상으로 출신성분이 좋은 사람들로만 선별해 사상교육 후 외국으로 내보내게 되는데, 대북제재 이후 자금압박에 시달리게 된 북한정권이 외화벌이 일꾼들에게 제때 외화를 상납하지 못해 귀국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들 종업원이 귀국하게 되면 외화벌이에 대한 책임과 함께 오랜 외국생활로 자본주의에 물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우므로 탈출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에서 TV나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본 세상이 대북제재로 희망이 없는 북한과는 전혀 다르고, 자유롭고 풍족해 보이는 한국이나 제3국행을 선택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해 탈북해 국내 입국한 정찰총국 출신의 인민군 대좌도 북한 내 엘리트층의 불안정한 사정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대남 공작업무를 담당하는 정찰총국의 대좌는 인민군 일반부대의 중장(우리의 소장)급에 해당하는 직위로, 북한군 장성이 탈북해 국내에 입국한 사례는 아직 없었다. 정찰총국은 총참모부 산하기관이지만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직보하는 인민군의 핵심조직으로, 대남담당 비서와 통일전선부장을 맡게 된 김영철이 이끌던 조직이다. 정찰총국은 2009년 2월 기존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과 노동당 산하 작전부, 35호실 등 3개 기관을 통합한 조직으로, 실제 2009년 황장엽 노동당 비서 암살 기도,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 등 대형 도발의 뒤에는 항상 정찰총국이 있었다.
이외에도 미술품 제작과 수출로 외화벌이하는 만수대창작사 소속 무역일꾼과 보위부 요원 등 2명이 탈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수대창작사는 1970년대부터 외국에 대형동상과 작품을 팔면서 최근 10년 동안 1억 6천만 달러가 넘는 외화를 벌어들이는 북한의 대표적인 외화벌이 기관으로, 이들은 만수대창작사 작품을 외국으로 반출하는 일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5월 당 대회를 앞두고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 상납 압박이 커지자 두 달 전 탈북해 중국에 숨어 있다 최근 탈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국파견 노동자들의 집단 탈북사건이 벌어지자 북한은 국가안전보위부 검열조를 중국에 급히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중앙기관 간부들은 외국 파견인원 철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들이 집단 탈북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 12일과 17일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수위를 높이면서 종업원들에 대한 즉각적인 송환을 거듭 요구한 데 이어 22일에는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가족들을 서울로 보내겠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고,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측의 가족 대면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