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민무숙 원장

2016.09.28 14:55:00

양성평등, 생각의 전환과 패러다임의 변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2016-09-26 17;07;59.JPG▲ 양평원 민무숙 원장은 인터뷰에서 중점추진사업으로 명품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유비쿼터스 교육’을 통한 교육대상 확대를 통해 양성평등 문화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과 ‘서울대 카카오톡 성희롱 대화’를 비롯해 ‘대학가 성범죄 가해자 실명공개 대자보’ 등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온·오프라인 상에서 여성을 경시하는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여성을 성적 대상이나 역차별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다. ‘여성혐오’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남성과 여성이 모두 올바른 인권성교육을 거치지 않고 오로지 지식습득을 위한 교육에 집중되다 보니 이러한 사건들이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은 평등한 존재이지만, 내재된 잠재의식과 미디어를 포함해 우리 사회가 성을 왜곡시키는 사례가 아직도 만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민무숙 원장을 만나 양성평등의 현실과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봤다.

글 김준호

양성평등,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남녀 모두의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은 최근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면서 팍팍한 생존현실에서 남성이 평소 가지고 있던 사회적 불만을 처음 보는 여성에게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원영이 사건은 아이의 양육이 부부 공통의 의무이자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남성은 돈만 벌어다 준 채 아이의 양육을 방치한 전통적 성별 고정관념에서 기인한 가슴아픈 사건이었다. 이 두 사건은 전혀 다른 형태로 서로 다르게 보이지만 ‘양성평등’이라고 하는 공통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전자는 여성을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기적인 존재이자 혐오의 대상’으로 보았다면, 후자는 여성을 ‘가사와 양육의 책임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대상’으로 간주했다는 점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출산과 육아를 오롯이 담당해야 하는 현실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고, ‘경력단절녀’라는 말이 있듯 재취업 역시 쉽지 않다. 또한 여성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폭력에 대한 두려움은 남성이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가령, 각기 다른 엘리베이터 안에 남성과 여성이 각각 타고 있다고 가정하자. 여기에 또 다른 여성과 남성이 각각 탑승해 문이 닫히게 되면 여성은 심리적으로 불안해지는 반면, 남성은 이 상황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 한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남성에게는 그 여성은 동승한 한 명의 사람일 뿐이지만, 여성에게는 그 남성은 밀폐된 공간에서 자신을 위협하는 가해자로 돌변할 수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압축성장으로 우리나라가 많은 발전을 이룩해 왔지만, 이와 같이 사회 곳곳에 불안한 요소들이 가득하다면 양성평등사회 실현은 매우 요원할 것이다. 민무숙 원장은 뿌리 깊은 남녀차별 의식을 개선하고, 성별에 관계없이 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2016-09-26 17;08;19.JPG▲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6월 22일 서울시내 4개 대학 대학원(서울대학교·연세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동덕여자대학교 문화학 및 여성학전공)과 학-관 연계를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세계 하위권의 성격차지수, 외국 선진사례 참조해야
2015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성격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145개국 중 115위를 차지했다. ‘교육’과 ‘보건’에서는 격차가 거의 없었지만,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과 ‘여성 고위직 비율’, ‘여성 의사결정분야’에서는 가장 격차가 컸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57%로 90위, 여성 임금은 남성의 약 55%로 116위를 차지했으며, OECD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의사결정분야에서는 여성의원 비율은 94위, 여성장관 비율은 130위를 기록했다. 2015년 11월 현재 핀란드 장관의 62.5%가 여성이고, 캐나다, 프랑스, 리히텐슈타인은 여성 장관이 50%로 남녀 동수내각을 이루고 있으며, 전 세계 평균 여성장관 비율이 17.7%임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는 5.9%에 불과하여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여성의원 비율 역시 전 세계 평균이 22.5%인데, 우리나라는 15.5%로, 세계 190개국 중 111위를 차지했을 뿐이다.(2015년 기준) 이마저도 ‘여성할당제’가 아니었다면 더욱 낮은 수준을 기록했을 것이다.

또한, 올해 3월에 발표된 우리나라 유리천장지수는 25점으로 OECD평균인 56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남녀임금 격차는 36.7.%로 여전히 꼴찌이며, 전체 지표 가운데 여성 고위직 비율(11%)과 사내 이사진 여성 비율(2.1%)도 각각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5년말 기준 여성공무원은 전체의 49.4%이지만, 4급 이상 여성 관리자 수는 12.1%, 3급 이상 고위공무원은 5.1%에 불과하다.

민간부문 여성 관리자의 비율은 평균 7.1%, 여성 임원의 비율은 평균 1.9%로 공공부문보다 훨씬 열악하다. 한편, 노르웨이를 비롯해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연합 주요국가들이 여성임원 할당제(40%)를 개별적으로 도입해 시행하고 있고, 호주는 2023년까지 고위직 여성비율을 50%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은 여성임원이 20% 내외이지만, 성별 다양성이 부족함을 인지하고 다각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2016-09-28 15;05;30.JPG▲ 반응형 웹 기반의 ‘양성평등 미디어’를 통해 국민 누구나 양평원의 강의영상 및 각종 동영상, 카드뉴스 등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명품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유비쿼터스 교육’을 통한 교육대상 확대
2003년에 설립된 양평원은 우리 사회 양성평등의식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주 교육대상은 1차적으로는 정책현장에 있는 공무원이다. 정책이 남녀에게 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를 검토·분석·평가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일반 국민들에게 양성평등, 의식개선, 폭력예방교육 등을 담당할 전문강사를 양성하여 7개 분야의 전문강사들이 일반국민과 공공기관, 기업을 대상으로 교육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초중고 교원들은 원격교육연수원을 통해 사이버 교육(온라인을 통한 양성평등 및 폭력예방 교육)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 내용을 각종 동영상 콘텐츠나 카드뉴스로 제작해서 스마트폰으로 사람들이 쉽게 접하고 확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KOICA 및 UNDP 등 국제기구와 협력 하에 개도국들에게 우리나라 양성평등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민 원장은 취임 후 한국대학협의회와 MOU를 맺고 대학내 성폭력 예방과 양성평등 문화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학은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지만, 양성평등의 관점에 기반한 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관련법령에 의거, 2013년부터 매년 1회 1시간 이상 학생 및 교직원들에게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도록 의무화 됐지만, 내실 있게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대학축제 중 양성평등한 대학축제를 위한 자체 예방활동을 각 대학에 제안했고, 57개 대학에서 70회 교육을 시행했다. 9월에는 성폭력 문제에 대해 세미나도 개최하고, 10월에는 여론 선도집단에 대한 폭력예방 명예강사 교육을 한다. 미국은 캠퍼스 내 성폭력이 발생하면 이를 공개해야 하는 세이프티법이 있는데, 공개하지 않는 대학은 정부의 예산지원을 중단한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강력한 정책도입이 필요하다고 민 원장은 밝혔다.

2016-09-26 17;08;58.JPG▲ 양평원은 한국국제협력단과 협력하여 6월 14일부터 24일까지 양평원에서 ‘여성인권 및 여성정책개발 역량강화 과정’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과정은 총 11개국 여성·가족부 공무원 및 젠더 전문가 19명이 참가했다.
 
양평원 원장에 재임한 지 8개월이 된 민 원장은 ‘양성평등과 여성의 역량 강화’라는 기관의 사명과 직원 소명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먼저, 다른 교육기관과 달리 가치를 전파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사명이 매우 중요하며, 직원들이 이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지 않으면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한편, 젠더 및 사회이슈에 대한 스터디 등을 통해 직원들의 전문성 향상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전개해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앞으로 젠더교육 허브기관으로서 직원 스스로가 능동적 교육마케터로 성장하도록 적극적으로 동기를 부여할 계획이고, 진정한 양성평등을 위해서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동참을 반드시 이끌어낼 것이며, 정기적 포럼에도 남성지도층들의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지난 6월 24일 그랑서울에서 개최된 2016년 제2차 포럼 본에서는 사회지도급 여성리더와 남성서포터즈 1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건강한 가족, 행복한 사회’를 주제로 직접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날 민 원장은 “저출산·고령사회 도래, 가족공동체 해체, 경제성장률 저하 등 사회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양성평등 문화가 조기 정착해야 한다.”며 “양평원은 양성평등 문화조성 노력이 다양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포럼 본은 2010년 4월 출범해 여성 역량과 성과 공유를 통한 지속성장과 사회공헌 기회 마련을 위한 네트워크의 장으로서, 여성의 역량 제고와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또한, 여성인재양성 및 양성평등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외부기관들과의 협업이 시너지 효과가 있으므로 여러 기관들과 MOU를 체결하고, 후속 프로그램들을 공동 기획·실행함으로써 그 가치를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노력을 전개할 예정이다.

앞으로 역점 추진사업으로는 명품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유비쿼터스 교육’을 통한 교육대상 확대를 뽑았다. 먼저, 명품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공무원이 직관적이고 자기성찰적인 학습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내용을 구성하고, 추후 대상별 맞춤형 교
육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자기주도적인 교육훈련계획에 의거 성인지력을 확장할 수 있도록 전문강사를 4단계 교육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양성할 계획이다. 그리고 교육운영 시스템의 체계화를 위해 올해부터 외부전문가로 구성한 ‘교육과정운영 자문회의’를 정기적으로 운영해나가고 있다.

한편, 스마트폰으로 양질의 교육과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모바일 교육 시스템 및 본격적인 스마트 러닝 기반 인프라를 구축해 공무원 중심의 집합교육에서 전 국민 교육으로 그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양성평등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손쉽게 접할 수 있으며, 7개의 SNS채널을 통해 상시적 공유, 확산시스템도 마련했다. 강의영상과 동영상, 카드뉴스 등이 제작 배포되고 있어 양성평등 콘텐츠들의 노출수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양성평등 교육은 학습자와의 공감대 형성과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므로, 양성평등 문화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고 대국민 교육 효과가 실질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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