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맞아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는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선물은 받는 사람의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선물을 선택한 사람의 센스를 돋보이게도 하고, 받는 사람의 품격도 높여준다. 선물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기쁨이 같으면 그 기쁨은 두 배가 될 것이다. 간혹 체면을 앞세워서 어떤 선물이 좋은지 묻지도 못하고, 선물을 받고도 싫은지 좋은지 표현 못 하는 때도 있다. 명절에는 선물하는 이의 배려가 더욱 돋보일 수 있게, 선물하는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선물의 의미와 선물 잘 주는 노하우를 살펴봤다.
선물의 의미
선물의 사전적 의미는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함 또는 그 물건’으로 정의된다. 일상에서 말하는 선물은 물건에 대한 정의를 넘어 그것을 전달하기까지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과 행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생일을 맞은 어떤 사람에게 케이크를 선물한다고 생각해보자. 먼저 선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어떤 종류가 좋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제과점으로 직접 가서 여러 종류 중에서 하나를 고른다. 지갑을 열고 값을 치르며 경제적 지출이 생겼다. 그것을 조심스럽게 들고 선물을 받을 주인공에게 간다. 이러한 과정을 살펴보면 하나의 케이크가 그냥 케이크가 아니다. 주는 사람은 케이크에 정성을 들이고 받는 이는 그 정성에 감동한다. 따라서 선물이란 그냥 하나의 물건이 아니라 그 물건을 통해 사람 사이의 ‘정’을 나누는 것이다. 때로는 그 시대 삶을 엿볼 수 있어 한 사회의 문화를 읽는 거울이기도 하다.

선물을 효과적으로 주는 법은 무엇일까!
선물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일상을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좋은 활력소이다. 누구 집에 초대받아 방문할 때 고민 중의 하나가 선물로 무엇을 들고 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집마다. 사람마다 나름의 문화가 있기에 똑같은 물건이라도 어떤 곳에서는 좋은 선물이 되지만 어떤 곳에서는 최악의 선물이 될 수 있다. 어떤 곳에는 꽃을 가져가야 하지만 어떤 곳은 음식을 가져가야 한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살 수는 있지만 비싸서 쉽게 사지 못하는 외국산 과일 용과, 두리안, 망고 등 종류별로 담아 선물로 보냈다. 그런데 선물을 받는 사람은 당뇨 환자라 과일을 먹어서는 안 되었다. 보낸 사람이 얼마나 귀하게 준비하여 보냈는지 성의를 생각하면 남에게 줄 수도 없다. 그래서 당연한 이야기지만, 선물은 받는 대상이 누구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대상에 따라 연인에게 전하는 로맨틱 선물인지, 친한 사람에게 주는 깜짝 선물인지, 개인에게 주는 일일 선물인지, 가족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선물인지,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감사의 선물인지, 어떤 의도도 없이 그냥 주는 선물인지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옛 선조들이 좋아했던 선물과 우리나라 근현대 인기 선물로는 어떤 것을 주고받았을까.
조선시대의 인기 선물
달력은 절기나 때에 따른 선물이었는데 조선시대는 책력이라고 했다. 그 시대 책력은 주로 임금이 관리하여 권력의 상징물이기도 했다. 임금이 관리들에게 하사하면, 그 관리들이 또 지인과 주변에 나눠주었다고 한다. 책력에는 절기에 따른 다양한 행사와 농사법, 일상생활에 대한 지혜도 담겨 있었다. 책력 밑에는 그날 있었던 일이나 약속 등을 적기도 했다. 그 외 연신방위지도라고 해서 한 해 동안 각 방위의 길흉도 적혀 있었다고 한다.

지팡이는 장수 노인에게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을 담아 임금이 내려주는 하사품이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전통을 이어 1993년부터 대통령 사인이 들어간 ‘청려장’을 선물해왔다. 주민등록상 100세인 노인과 또 주민등록과는 다르지만, 실제 나이가 100세로 명확하게 확인된 노인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종이는 양반가에서도 아끼고 아꼈던 문사의 필수품이었다. 쌀 7말 값을 치를 만큼 비쌌다. 청어도 귀한 선물이었다. 청어와 관련된 선물 이야기도 있다. 허균이 어느 날 금산부사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는데 내용 가운데 청어와 관련된 일화가 나온다. 편지 끝에 ‘이편청어 심하궤세(二編靑魚 深荷饋歲)’라고 썼다. 이 말은 청어 두 두름은 연말 선물로 잘 받았다는 뜻이다. 청어가 종묘의 제사상뿐만 아니라 밥상, 술상에 올라갈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그 외 조선시대의 인기 선물 품목을 보면 쌀·조·수수 등 곡식, 생선·조개·새우젓 등 술과 음식류, 옷감·의복·바느질 도구 등 의복류 서책·시문, 붓·종이·벼루와 같은 온갖 문구류, 가축과 꿩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품목이 선물이 되었다. 조선시대 역시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물건을 주고받았음을 알 수 있다.
그땐 그랬지, 1950년대~1990년대, 2000년대 인기 선물
1950년대는 한국 전쟁 직후라 늘 먹을거리가 부족했다. 쌀, 밀가루, 달걀 등 식료품이 최고의 선물이었다. 미군 군수품을 통해 유통했던 과자나 사탕 같은 군것질거리가 많아 나오면서부터 어린이들에겐 눈깔사탕이 인기가 많았다. 1960년대는 설탕, 통조림, 라면 등 가공식품이 명절 인기 선물이었다. 그중 설탕은 케이스가 양철로 만든 쇠통이었다. 그것은 털실이나 반짇고리 등 생활 속 물건들을 보관하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내용물보다 케이스가 더 인기였다고 한다.

1970년대는 산업화와 함께 커피와 콜라 등 기호식품이 새로운 선물로 등장했다. 그 외 속옷과 비누, 조미료 등 생필품이 인기를 끌었다. 어린이들에겐 여러 가지 과자가 모두 들어있는 과자 종합선물 세트가 널리 유행했다. 1980년대는 경제발전이 가속화되면서 넥타이와 지갑, 벨트 등 고급 잡화용품과 고기 세트와 양주 세트가 각광을 받았다. 또 당시는 프로스포츠가 출범하던 시절로 축구공, 야구공과 글러브, 배트 등 스포츠용품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TV 만화 주인공 인형과 로봇도 인기 만점이었다.

1990년대는 백화점 상품권이 본격적으로 발행되기 시작하면서 상품권이 새로운 명절 선물로 자리를 잡았다. 양주는 여전히 인기가 있었다. 건강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곶감 등 지역 특산물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외 전자제품이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워크맨, 삐삐, 카세트 등이 젊은 층에서 호응을 얻었다. 2000년대는 웰빙 열풍이 불면서 다양한 식품 선물 세트가 나왔다. 굴비, 옥돔, 바닷가재, 게 등 해산물과 홍삼과 수삼, 버섯 등 건강식품이 대세가 되었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와인, 전통주, 디저트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인기 선물과 가치소비를 내건 선물 세트
뭐니 뭐니 해도 현금은 여전히 최고의 선물이다. 상품권도 좋지만, 그것은 사용처가 지정돼있기 때문에 조금은 불편하다. 현금은 적더라도 마음을 담아 부모님과 가족에게 선물하면 좋다고 선물 선정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평소 쉽게 사 먹지 못했던 한우 선물 세트도 인기 품목이다. 신선식품도 선호하는 편이다. 기후변화와 장마와 태풍이 과일 수확에 영향을 끼쳐 과일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크고 탐스러운 과일 선물은 받는 사람을 웃게 만든다. 그 외 굴비와 멸치 등 수산물, 육포, 홍삼정, 한과 등이 있다.
한편, 물건을 살 때 가격과 품질, 디자인 등 기본 요소 외에 의미를 고려하는 가치소비는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기업은 친환경과 같은 요소를 내세워 기업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올해도 추석 선물세트 소비시장을 관통하는 단어는 ‘양극화’였다. ‘실속’과 ‘고급’이 선물세트 트렌드를 양분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뉘었다. 최상급 암소 한우세트 300만원, 위스키 1억 3천만원과 5만원 미만의 실속형 선물등 소비양극화가 추석 선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