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60대와 70대에게 '후회'는 어떤 의미일까? 과거에는 자식만을 바라보고 희생하며 살아온 부모 세대가 주를 이루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급변하는 가치관과 사회 구조 속에서 새로운 실버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세대와는 다른 삶의 방식과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노년의 삶에 대한 기대치 또한 변화하고 있다. 60대와 70대가 노년에 가장 후회하는 것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러한 후회가 새로운 실버세대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특히 자녀 부양 의무에 대한 인식 변화, 개인의 행복과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경향, 그리고 소비 패턴의 변화 등을 통해 새로운 실버세대가 만들어갈 미래 사회의 모습을 예측해 본다.
60·70대가 늙어서 가장 후회하는 것들
KB금융그룹이 2025년 9월 전국 25~74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발표한 KB골든라이프보고서에 따르면, 행복한 노후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건강'이 48.6%로 가장 많았고, '경제력'은 26.3%로 두 번째였다
하지만 막상 60대와 70대가 되어 노후를 살아보면 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고 토로한다.

노년에 가장 아쉬워하는 세 가지
건강을 당연하게 여긴 것
노년에 가장 많이 아쉬워하는 것은 결국 건강이다. KB골든라이프보고서에서 노후 행복 요소별 준비 점수를 7점 만점으로 측정한 결과 건강은 4.27점으로 경제력(3.37점)보다 높았지만 여전히 중간 수준에 머물렀다.
질병관리청이 2025년 발표한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2024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551만 원으로 전체 인구 평균 226만 원의 2.4배에 달했다.
젊을 때 건강을 당연하게 여기고 무리하게 살아온 대가가 노년에 한꺼번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한국갤럽이 2024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노후 시작 나이를 70세 이상으로 답한 비율이 2023년 기준 64%로 나타났는데, 이때 건강을 챙기려 하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가족·지인 관계를 소홀히 한 것
노년에 돈 다음으로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람이다. KB골든라이프보고서에 따르면 노후 행복 요소 중 '가족·지인 관계'의 중요도는 60대를 저점으로 70대, 80대로 갈수록 다시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은퇴 후 가구를 대상으로 노후 행복 요소별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가족·지인 관계 만족도는 54.2%로 건강(51.1%), 여가생활(41.2%), 경제력(34.5%)보다 높았다.
이는 관계를 잘 유지해온 사람이 노년에 가장 편안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65세 이상 노인 1만 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서는 전체 노인의 3.2%는 자녀와 아예 연락이 끊긴 상태였고, 혼자 사는 고령자의 18.7%는 어려울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관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젊을 때 소홀히 했던 것들이 노년에 고스란히 남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가를 즐길 준비를 하지 않은 것
60대, 70대가 되면 시간은 넘치지만, 여가생활 만족도는 낮은 경향을 보인다. 국가데이터처가 2026년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70세 이상 시니어의 하루 평균 여가시간은 5.5시간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지만, 여가생활 만족도는 30.1%로 최하위였다.
젊을 때 일에만 매달리느라 취미 하나 제대로 가꿔본 적 없는 사람이 퇴직 후 막막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KB골든라이프보고서에서 여가생활 준비 점수는 3.92점으로 가족·지인 관계(4.36점), 건강(4.27점)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일할 때 돈을 모은 것처럼, 즐기는 법도 미리 쌓아두지 않으면 노년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경제적 준비 부족 및 기타 후회
'더 많이 저축하라'는 후회는 은퇴 후 가장 큰 고민인 경제적인 어려움과 직결된다.
고정 수입은 줄어들지만 자녀 지원비, 병원비 등 각종 지출은 늘어나는 현실에서 젊은 나이에 저축을 하지 않으면 큰 고난을 겪을 수 있다. 또한, '배우자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 것', '노년을 함께 할 친구를 만들지 못한 것', '자식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것' 등 관계에 대한 후회도 크다.
이 외에도 '배움을 멈추지 않은 것', '평생 할 수 있는 취미를 만들지 않은 것', '일기를 쓰고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 '연금과 보험을 들지 않은 것', '좀 더 도전하고 여행하지 않은 것' 등이 60대 99%가 후회하는 10가지에 포함된다.
새로운 실버세대의 인식 변화- 액티브 시니어의 등장
과거의 노인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새로운 실버세대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노년기를 보내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자녀 부양 의무에 대한 인식 변화
전통적으로 부모 부양은 자녀의 몫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새로운 실버세대는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를 모실 책임이 전적으로 자녀에게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비율은 20.63%에 그쳤다.
20년 전 조사에서는 53%에 달했던 수치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이는 부모와 자녀 모두 각자의 삶에 충실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 중 현재 자녀와 따로 사는 이유로 '독립생활이 가능해서(34.6%)'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부모 스스로도 자녀에게 기대지 않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행복과 자아실현 중시
새로운 실버세대는 개인의 행복과 자아실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 이는 젊은 시절 이루지 못했던 꿈을 실현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통해 삶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시니어 모델 활동에 참여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의 사례는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준다. 이들은 은퇴 후에도 배움을 멈추지 않고, 평생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새로운 도전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는다
부부 관계의 변화-황혼이혼과 졸혼
새로운 실버세대의 가치관 변화는 부부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체 이혼 건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60세 이상 부부의 이혼(황혼이혼)은 오히려 증가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60세 이상 황혼이혼 비중은 2000년 3%대에서 2024년 25.8%로 늘어, 10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졸혼(卒婚)'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관계도 등장했다. 졸혼은 법적인 부부 관계는 유지하되, 각자의 삶을 존중하며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과거에는 갈등이 있어도 자녀 때문에 참고 살았던 부부들이 노년에는 자신들의 행복을 찾아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가며
60대와 70대가 노년에 가장 후회하는 것들은 건강, 관계, 그리고 여가 준비 부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러한 후회는 단순히 개인적인 아쉬움을 넘어, 새로운 실버세대가 노년의 삶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새로운 실버세대는 과거 세대와 달리 자녀 부양 의무에서 벗어나 개인의 행복과 자아실현을 중시하며, 경험 중심의 소비를 통해 능동적인 삶을 영위하고자 한다. 또한, 부부 관계에서도 전통적인 틀을 벗어나 황혼이혼이나 졸혼과 같은 새로운 형태를 통해 자신들의 행복을 추구한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우리 사회에 다양한 시사점을 던진다. 개인은 젊은 시절부터 건강 관리, 관계 형성, 여가 활동 준비, 그리고 경제적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하며, 사회는 이러한 새로운 실버세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과 서비스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실버세대는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자 강력한 소비 주체로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변화시키는 주역이 될 것이다. 이들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건강하고 활기찬 고령화 사회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