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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조손가정

대중문화 속에서는 조손가정 출신 인물들이 새로운 인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정동원과 이수연-조손가정이 길러낸 목소리들

 

조손가정 출신의 가수로 가장 많이 알려진 두 인물이 있는데 트로트 가수 정동원과 이수연이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개인의 성공을 넘어, 조손가정이라는 환경이 얼마나 복잡한 정서를 아이들에게 심어주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언이기도 하다.

 

정동원은 2007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부모가 이혼했고, 어머니는 떠났으며 부산에서 사업하는 아버지는 정동원을 조부모에게 맡겼다. 마음의 문을 닫은 정동원이 다시 세상에 열리기 시작한 것은 할아버지와 함께 흥얼거리던 트로트를 통해서였다. 할아버지는 손자를 위해 손수 연습실을 만들고 드럼과 색소폰을 사줬으며, 정동원은 드럼이 세 번 부서질 때까지, 입술이 터져 피가 날 때까지 악기를 연마했다.

정동원이 '미스터트롯'에 출연을 결심한 것도 폐암 투병 중이던 할아버지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프로그램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정동원은 프로그램에서 감정을 쏟아붓던 그 눈물의 의미를, 시청자들은 뒤늦게야 온전히 이해하게 됐다. 할아버지의 삶 전체가 자신에게 쏟아진 사랑이었음을 알기에, 그 무대는 단순한 경연이 아니라 일종의 헌정이었다.

 

이수연은 2014년생으로 어린 시절 7살의 나이에 아버지를 잃는 아픔을 겪었으며,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보살핌 속에서 성장했다. 그녀가 '현역가왕3'에서 깊은 감성으로 트로트를 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할머니가 조언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떠올리며 노래한다고 밝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국민 손녀'라는 별명은 단순한 귀여움의 표현이 아니다. 그 별명 안에는 수많은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보내는 응원과 연대가 담겨 있다.

두 사람의 성공은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조손가정이 결핍의 상징이 아니라, 그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온전한 가족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이 두 사람이 대중의 조명을 받기 전까지 조손가정의 아이로서 감내해야 했던 시선과 편견의 무게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된다. '왜 부모님이 없어?', '할머니가 엄마야?' 등 학교 교실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혹은 어른들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서 조손가정 아이들은 자신의 가족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반복적으로 놓인다. 그 설명의 피로감은 성인도 버거울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편견을 넘어-다양한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

조손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크게 두 방향에서 작동한다. 한쪽에서는 '불쌍한 아이'라는 동정의 시선이 존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문제 가정'이라는 낙인이 붙는다. 두 시선 모두 조손가정을 비정상으로 전제한다는 점에서 폭력적이다. 사랑은 혈연의 형태나 세대의 조합과 무관하게 작동한다. 할머니의 손으로 차린 밥 한 끼, 할아버지의 낡은 손으로 잡아주는 손, 그것은 부모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직시해야 할 것은, 조손가정이 생겨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구조적 원인들이다. 청년 빈곤, 이혼 이후 양육 책임 방기, 중독 문제에 대한 사회적 지원 부족, 그리고 위기 가정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의 미비, 이것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조손가정의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일흔의 할머니가 초등학교 알림장을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다. 고단한 무릎을 이끌고 손자녀의 학예회를 참관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스마트폰 앱으로 급식비를 납부하려 애쓸 것이다. 그 집 창가에 비치는 빛은 결코 작지 않다. 그 빛 속에서 아이들은 자라고, 노래를 배우고,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낸다.

조손가정은 우리 사회의 균열이 만들어낸 가족이지만, 동시에 그 균열을 사랑으로 메우려는 가족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이고, 낙인이 아니라 정상적인 가족으로서의 인정이다. 제도는 더 촘촘하게, 손길은 더 따뜻하게, 그리고 시선은 더 열린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자란 아이들이 훗날 그 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그 여정을 함께 걸어줄 차례다.

조부모의 주름진 손은 단순한 보호의 상징이 아니라, 한 세대가 다음 세대를 지켜내는 책임의 흔적이다. 이제 그 책임을 개인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나누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