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준호
일자리는 나이가 아닌 능력이 더 중요하다
최성재 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해 실질적인 노인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최 원장은 우선 노인일자리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정년 퇴직 이후 연령상한제로 인해 사실상 재취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지금까지 평생 열심히 일하면서 자식을 키워왔지만, 자녀들의 결혼과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까지 벌어온 돈을 조금씩 돈을 쓰면서 노년의 빚과 생계에 쫓겨 노후파산을 하는 경우가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은퇴 후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남은 30년 이상의 세월을 살아간다는 것이 막막하기만 하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청년실업으로 자녀들의 취업준비 뒷바라지나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연금제도만으로 노후대비가 어렵기 때문에 노인들이 빈곤층으로 전략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60세 이상 노인들이 일자리를 원할 경우 근로활동을 통해 최저생계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능력이 아닌 나이 때문에 일할 곳을 잃어버린 채 늘어난 수명만큼 더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근로능력이 있어도 일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이라는 이유로 근로능력이 없다는 선입견이 노인계층의 빈곤과 7백여만명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 5월 17일부터 양일간 개최된 ‘고령화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관한 국제대회’에서 미국 대표인 Dr. Gary Burtless의 「고령화와 생산성」이라는 연구 발표에서 연령에 따른 평균 생산성의 감소가 나타나지 않아 노인의 생산성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있는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결과가 있었다. 60~74세 남성근로자가 25-29세에 비해 시간당 임금이 20% 더 높았고, 여성의 소득격차는 고령근로자가 10%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기의 경제활동참가율, 고용률 그리고 소득이 근로적령기에 비해 증가한 것은 잠재적 고령 노동자의 절대적 및 상대적 교육수준 향상과 크게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고령화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국제대회는 OECD 주요국가의 고령자 고용정책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해외의 좋은 사례를 우리나라에 현황에 맞추어 도입하고 발전시켜갈 예정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정부의 위탁을 받아 노인일자리의 개발․보급과 교육을 수행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노인일자리의 개발 및 보급, 노인일자리사업 종사자 교육, 노인일자리에 관한 조사 및 연구, 노인일자리 종합정보시스템 및 노인인력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운영 등을 수행하고 있다. 개발원이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으로는 기업연계형(가칭) 시범사업으로, 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창출해 민간고용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60세 이상의 노인들이 원하는 주당 30시간 근로와 월소득 40~100만원 수준의 지속가능한 양질의 노인일자리 모델을 개발하고 고용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개발원은 노인일자리 사업이 월 20만원의 공익활동으로는 국가재정 부담만 높이고, 수요충족율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감안해 기업과 공유가치창출(CSV)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모델을 개발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개발원에서는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먼저, 시니어인턴십은 만 60세 노인이 기업 내 사업현장에서 인턴으로 참여하는 제도로, 참여노인의 급여를 3개월간 최대 45만원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작년 기준 2,178개 기업이 참여하고, 6,176명이 시니어 인턴으로 채용됐다. 올해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단체급식과 외식 주방보조, BGF리테일이 편의점 캐셔, 메가박스가 입장권 관리와 주차관리 직종에서 노인 인턴제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고령자친화기업은 근로자 대다수를 고령자로 채용하는 기업 설립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만 60세 이상의 고령자를 채용하는 기업에게 최대 3억원 이내 기업 설립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참여기업으로는 실버택배를 운영하는 실버종합물류, 폐합성수지 재활용 처리를 하고 있는 자원과 사람, 차량용 카매트를 제조․생산하는 엠코리아가 있다.
또한, 올해에는 지자체를 비롯해 여러 공공기관과 민간기업과 다양한 협력관계를 맺어 가고 있다. 먼저, 지자체 분야에서는 지난 5월 개발원은 서울시와 미디어윌과 시니어가드 직종을 신설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만 60세 이상 총 30명을 시범 채용하고, 앞으로 더 확산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5월 개발원은 서울시와 미디어윌과, 7월에는 부산시와 부산지역 12개 기업과의 협약을 통해 금융컨설턴트, 농촌일손도우미, 시니어딜리버리, 시니어보안관, 시설․주차관리원, 텔레마케터, 관광․통역안내원 등 노인맞춤형 직무에 1500명을 채용해 지역사회 노인일자리 창출에 큰 기여를 했다. 공기업 분야에서는 지난 6월 LH공사와 협약을 맺었고, LH공사에서는 시니어 사원 1000명을 채용했다. 개발원에서는 시니어사원 선발과 교육을 담당하고, 이후 선발된 시니어사원들은 LH임대단지에서 환경정비, 안전점검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8월에는 도로교통공단 인천지부와 협약을 통해 시니어 교통안전지도사 활성화 사업을 추진했다.
마지막으로 민간기업 분야에서는 4월 선진그룹과 협약을 맺었고, 선진그룹에서는 버스운전원 및 시니어 관광가이드 등에 시니어사원 200명을 채용했다. 5월에는 경기도와 원마운트, 경기도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 시니어 테마파크의 관리원과 버스기사를 고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단체급식 및 외식 주방보조 시니어사원 1000명을 채용하고, 에어비앤비와 도시민박을 통한 시니어 호스트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진행했다. 6월에는 포스코 계열의 포스웰과 시설관리와 급식보조 시니어 사원을 모집했고, 8월에는 KT링커스와 시니어 생활편의부스 관리원을 채용했다.
행복한 노인일자리 확대로 모범적인 정부3.0 사례 창출
정부3.0은 투명한 정부․유능한 정부․서비스 정부를 기본 토대로 하는 국정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부가 가진 정보와 데이터를 국민에게 개방 및 공유하고,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 제대로 일을 하며, 국민 개개인에게 행복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개발원은 노인 대상 맞춤형 일자리 정보를 개방하고 있고, 시니어 사회활동포탈인 100세 누리(https://www.100senuri.go.kr)에서는 일자리, 교육, 노후생활 등 60대 이상에게 필요한 맞춤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기업․지자체․공기업과 협력하여 만든 일자리 역시 정부3.0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최성재 원장은 우리나라가 급격한 고령화 추세에 있으며, 앞으로 노인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때문에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 노인에게 일과 자원봉사 등 지속적인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해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의 생활과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노인일자리는 기업에게 노동비용 절감과 우수한 근로자를 보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에는 사회적 비용 절감과 노인빈곤율, 자살률 완화에 기여하는 등 사회통합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내며, 개인을 비롯한 가족에게는 노후 소득보장과 신체적․정신적 건강유지로 사회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속가능하고 다양한 노인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고, 중앙정부 차원의 보다 전문적인 기관이 노인일자리 정책을 비롯해 보다 많은 일자리 창출을 연계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최성재 원장은 노인일자리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범정부차원의 지원과 대책 없이는 실질적인 고용창출의 효과를 내기 힘들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부처를 비롯해 국회, 관계기관 등을 설득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위상과 국가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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