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가 하면, 행복지수도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 이면에는 경제규모의 성장에 따른 소외의 그늘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의 물질적 성장과 사회적 발전은 국민의식 깊숙이 물질만능과 성공지향의 성향이 자리하게 했다.
때문에 이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가치관이 다른 이들의 우울증과 공황장애 같은 정신질환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 그동안 우리는 정신없이 경제적 속도를 따라왔다면, 경제성장의 정체 및 침체기와 가족 붕괴 등의 사회적 혼란은 정신과 마음의 상처를 낳고 있다.
다친 정신 치유 위한 농업 활동
우리나라도 최근 건강과 체험, 힐링을 접목한 ‘치유농업’(Agro-healing)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중장년층이 사회적 실패나 성공을 통해 이루어지던 귀농이나 전원생활, 또 주말농장과는 다른 유형이다. 치유농업이란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농장 및 농촌경관을 활용하는 사회적 경제적 활동이다. 이는 도심 속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도시농업’을 포함하고 있다.
치유농업은 쉽게 말해 ‘치유를 위한 농업의 활용’이다. 그동안 불과 동물의 기세로 살았다면, 우리가 처음 그러했듯 물과 식물의 기운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누르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키우고 교감하는 정서에서 자신의 가치를 느끼고 들여다보게 된다.
아직 국내에서는 널리 활용되고 있지 않지만 유럽 전역에는 치유농업 형태의 사회적 농장수가 굉장히 많다고 한다. 그중에서 네덜란드가 1천 개소 이상으로 가장 많은데, 매주 2만 명 이상이 농촌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국가지원에 힘입어 농촌 혁신과 사회 치유를 이끈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국민 행복지수 높이는 자립기반 목표
우리나라는 치유농업은 농촌진흥청 중심으로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 및 식품 등 다양한 농업자원의 치유효과를 밝히고, 이를 연계한 치유프로그램 개발과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치유농업이 나름의 산업화를 이루고 자립기반을 가질 수 있다면 국민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현재 농촌진흥청이 추진하는 치유농업은 농업행위, 농촌자원(식물·동물·음식·농작업·환경과 문화), 또는 이와 관련한 활동과 산출물을 활용하여 국민의 심리적·사회적·인지적·신체적 건강을 위한 치유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 및 활동을 지향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치유농업’ 성장을 위한 2단계 발전전략으로 올해 산업화 기반 구축에 적극 나선다. 그동안 2013년 식물·동물·음식·환경(경관) 등 농업 및 농촌자원을 이용한 건강증진 활동을 ‘치유농업’으로 정의하고, 3단계 발전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발전전략은 1단계(2013∼2017) 도입, 2단계(2018∼2022) 정착, 3단계(2023∼) 안정 등 단계별 과정을 수립했다.
맞춤 서비스와 과학적 치유효과 연구
치유농업 도입을 위한 그동안의 성과로는 치유농업 법률안 작성, 치유농업 전문인력 국가자격제도 설계 및 인력양성 방안 마련, 국내외 치유농업 현황 및 치유농장 사례를 담은 치유농업 총서 발간 등 인프라 구축에 있다. 이 기간 동안 다양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건강증진 효과를 입증했으나, 아동부터 노년까지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체계와 치유효과를 보다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각 계층별 치유효과를 살펴보면, 유아·아동의 경우 공감과 배려 등의 치유 프로그램을 시행해 본 결과 욕설·조롱·희롱 등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년의 경우는 분노조절과 폭력성 완화는 물론 불안이 크게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또 직장인은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노년층은 신체·생활·인지기능이 강화돼 우울감과 총콜레스테롤의 감소를 보였다.
이밖에도 가족관계에서도 부모 역할이 향상되고 양육스트레스가 감소됐으며, 암·뇌졸중 등 질환자의 우울감 감소와 세로토닌·손기능이 향상됐다. 또 사회적 약자나 사회복귀예정자 등의 불안감 해소와 대인예민성 감소 효과도 뚜렷했다.
산업화 환경 조성과 저변 확대 추진
인류가 농업을 치유의 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그러나 산업화 가능성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치유농장 운영 및 창업모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쳐 다양한 산업체의 요구를 반영하는 기술개발과 저변확대가 필요하다.
따라서 2단계 치유농업 정착을 위해서는 근거법률의 제정, 부처 및 분야별 협력체계 구축, 치유농업 자격제도 시행 및 인력양성, 치유농업 통계 생산 등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또 국가 및 지역단위 추진체계 확보, 타 부처의 다양한 정책과 제도적 연계를 통해 치유농장을 지원하는 여건을 마련하고, 치유농업 산업화를 위한 환경조성 연구도 강화해야 한다.
농촌진흥청 도시농업과 김경미 농업연구관은 “치유농업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산업체의 기술요구, 애로 및 제도개선 사항 등을 상호 교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창구가 만들어져 치유농업 산업화 연구가 현장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