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를 가나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일어나는 궁금증이 있다. 너도나도 ‘명장’이란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운다. 케이블 TV 홈쇼핑에서는 전통식품 판매를 하면서 ‘명인’이라며 상품 소개에 열을 올린다. 소비자는 혼란스럽다. 명장·명인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봤다. 먼저 숙련기술인의 날에 대해 잠깐 살펴보자.
새롭게 제정된 숙련기술인의 날
숙련기술인의 날은 2023년 9월 9일부터 처음 시작됐다. 법적으로 인정받는 54번째 국가기념일이다. 숙련기술인이란 숙련기술장려법에 의해 선정된 대한민국명장, 우수숙련기술자, 숙련기술전수자, 기능한국인 및 국제기능올림픽입상자 등을 통칭하는 명칭이다. 숙련기술인의 날이 새롭게 제정된 목적은 우리나라 산업발전을 위해 노력한 우수한 기술인을 포상하고 그들이 앞으로도 정진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숙련기술인의 날 제정에 숨은 공로자가 있다
숨은 주인공은 대한민국숙련기술인총연합회 배명직 회장이다. 그는 기양금속공업 대표이사이며 대한민국명장이다. 계기는 숙련기술인들의 사회, 경제적 지위를 향상하고 예비 숙련기술인이 될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서 시작됐다고 한다. 제정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2020년 7월 1일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배명직 회장이 정세균 전 국무총리에게 숙련기술인의 날 제정을 건의했다. 이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 등에서 숙련기술인의 날 제정을 위한 숙련기술장려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관한 첫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반대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배명직 회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관계 기관과 국회의원들을 만나 설득하였고, 3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 2023년 6월 30일 이원욱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숙련기술장려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법정 기념일로 지정됐다. 한 분야에서 본인만의 기술을 갈고닦아 하나의 경지에 오른 숙련기술인들. 그들이 땀 흘려 일군 노력과 세월에 박수를 보낸다.
대한민국명장이란?
대한민국명장은 대한민국명장회에서 선정한다. 선정 기준은 추천기관의 추천을 받는다. 종사하는 주된 사업장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 세종특별자치시장 또는 특별자치도지사, 대한민국명장으로 선정되려는 직종을 관할하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중소기업청장(대한민국명장으로 선정되려는 사람이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른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경우로 한정한다)이 추천하면 자격이 주어진다. 명장 선발 대상은 고용노동부에서 고시한 기계, 재료, 전기, 통신, 조선, 항공 등의 산업분야와 금속, 도자기, 목칠 등의 공예분야와 제과제빵 등 38개 분야 92개 직종에서 15년 이상의 경력자이다. 단순히 경력만 많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관하는 공식 심사와 평가를 거쳐야만 비로소 명장으로 선정된다.
진짜 명장 알아보는 법
대통령 명의가 있는지 확인해보자
명장 선발은 연 1회 진행하고 선발되면 대통령 명의의 명장패가 수여되며 숙련기술장려법에 따라 대한민국명장회에 등록된다. 반드시 짚고 넘어갈 점은 명장패에 ‘대통령 명의’가 새겨져 있어야 진짜 명장임이 증명된다. 만약 대한민국명장이 아닌 자가 대한민국명장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한 경우, 업무표장에 등록된 대한민국명장패를 사용하는 경우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유튜버 ‘정보의 신’은 “600만 원이면 살 수 있는 대한민국 제빵 명장 자격증? 여러분이 갔던 명장 빵집의 진실”이라는 주제로 “너도나도 제빵 명장이라 홍보하며 소비자를 호구 만들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알려 똑똑한 소비자의 길로 안내했다.
명장이 운영하는 빵집 직접 가서 맛보다
명장이 만드는 빵은 특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연상된다. 과연 맛도 그럴까. 궁금증을 안고 명장 빵집을 일부러 찾아갔다. 전면 간판에는 명장 휘장과 함께 한자로 ‘大韓民國名匠’이라고 내걸었다. 출입문 한켠에는 대통령 명의가 적힌 명패가 있었다. 왠지 기대감과 함께 신뢰가 생겼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의외로 소박한 모습이었다. 한편, 요즘 유행하는 빵들은 윤기가 반지르르하고 토핑을 화려하게 올려 눈길부터 유혹하는데, 이곳의 빵은 어디서나 볼 만한 그저 그런 느낌이었다. 직원에게 빵의 특징이 무엇인지 묻자 가루쌀을 활용해 만든 건강빵이 주력 품목이라고 알려줬다. 카스텔라와 단팥빵을 선택했다. 아~기대가 컸던가 아니면 미각이 둔해서인가 특별한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은 개인의 주관적인 평가이다.
대한민국명인은?
명인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에서 선정해 발급한다. 식품명인 자격 요건은 식품산업진흥법에 따라 해당 식품의 제조·가공·조리 분야에 계속해서 20년 이상 종사하거나 전통식품의 제조·가공·조리 방법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그대로 실현하는 등 요건을 갖춘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산업진흥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장류, 김치류, 주류, 묵류 등 전통식품식품명인을 지정하고 식품명인지정서를 수여한다. 명인이 제조하는 해당 제품은 식품산업진흥법에 따라 ‘식품명인’의 표시를 할 수 있어 명인제품의 소비 촉진에도 기여하게 된다.
해양수산부는 우리 수산전통식품을 보전하고 계승하기 위해 수산전통식품의 제조·가공·조리 분야에서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종사한 사람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수산식품명인을 선정한다. 심사는 국립수산과학원이 전통성, 경력 및 활동사항, 계승·발전 필요성과 보호가치, 산업성, 윤리성에 대해 현장실사를 실시하는 등 엄격하고 공정하게 진행된다. 수산식품명인으로 지정되면 기능 보유 제품에 ‘대한민국수산식품명인 표시‘를 할 수 있고 제품전시, 홍보, 박람회 참가, 체험교육 등 다양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명장·명인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도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대한민국 명장과 명인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명장·명인의 자격 명칭은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중앙정부라고 해도 이를 독점할 수 없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유권 해석이 있다. 특히 명인 칭호는 주로 민간단체에서 발급되며, 해당 단체의 회원 중 자체 기준에 따라 선발된 사람에게 부여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수백만 원의 회비를 납부해야 하며, 심사위원이 대부분 해당 단체 소속 간부로 구성되어 공정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많은 베이커리 전문점이 명인 칭호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소비자의 평가는
어떤 소비자는 포털 사이트에서 명장이 운영한다는 유명한 가게를 찾아가 빵을 사고 인증 사진을 찍어 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댓글에 “명장이 아니고 명인이네”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괜히 속은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고 한다. 일부 빵집에서는 대한민국 제과제빵 명장 또는 명인이라는 마크를 부착하고 있지만, 이 명칭은 정부에서 인증한 것이 아닌 민간단체에서 발급한 것도 있다. 모 제과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목이 좋은 지하철처럼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오픈하면 장사가 잘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명장 또는 명인이라는 명칭과 함께 규모가 커야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너도나도 명칭을 남발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점에서 소비자는 실망하고 불만이 터지는 것이다. 진짜 명장과 명인의 권위가 실추되지 않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