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참 특별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업무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를 편히 할 수 있는 공식적인 시간이다. 삼삼오오 동료끼로 몰려가 마치 회식이라도 하는 양 즐거움도 있었다. 하지만 연일 오르는 물가 때문에 “내가 쏠~게”라는 말은 추억의 말이 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서 벗어난 기현상도 있다. 저출산으로 인구는 감소하는 데 육아 비용은 치솟고 있다. 또 치솟는 물가로 폐업하는 곳도 많은데 대형 카페는 왜 자꾸 생기는지 궁금하다.
런치플레이션이란?
런치플레이션은 점심(lunch)과 가격 급등(inflation)을 결합한 것으로 점심값 급등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즉 고물가와 인건비, 원재료비 상승으로 외식 비용이 크게 오른 현상을 지칭하며 미국에서 생겨났다.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 외식비의 경우 냉면· 비빔밥·김치찌개 백반·자장면·삼계탕·칼국수 등은 보통 1인분, 김밥은 1줄, 삼겹살은 환산전은 100~250g 정도, 환산후는 200g 가격 동향을 살펴보니 전체 소비자 물가가 10%대 상승하는 동안 외식 부문 소비자물가지수는 2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 점심은 얼마? 편의점·나홀로·집으로
외식 메뉴 가격이 많이 올라 직장인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NHN페이코(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금융 및 생활 분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사업자)가 2025년 상반기 기준 모바일 식권 결제 약 900만 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국 직장인들의 평균 점심값은 9,500원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은 1만 5,00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점심값을 기록했다. 여기에 커피까지 마시면 2만 원 가까이 된다. 직장인들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합리성을 따져 편의점 도시락을 찾고 있다. 편의점 GS25는 새롭게 출시한 '혜자롭게 돌아온 명불허전 도시락'이 일주일 만에 15만 개 넘게 판매됐다고 밝혔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지그재그는 최근 7월 11일∼8월 10일 한 달간 도시락 관련 상품 거래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0%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갑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무거워지니 더치페이하거나 나 홀로 혼자 밥 먹고 직장과 집이 가까우면 집에 가서 먹기도 한다.
남들도 다 하는데…내 아이만큼은. 유아플레이션
유아와 가격 급등(inflation)을 결합한 신조어이다. 저출산으로 아이들 숫자는 줄어드는데 지난달 소비자 물가 동향을 분석한 결과 분유는 7%, 기저귀와 산후조리원, 유치원 납부금 같은 경우에는 4% 넘게 올랐다고 한다. 수요가 줄어드는데 가격이 올라가는 기현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들도 다 하는데… 내 아이만큼은 잘해주겠다는 부모의 마음이 육아 관련 시장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산후조리원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MBC 라디오 ‘이진우 손에 잡히는 경제’ 뉴스에 따르면 10년 내내 올랐다고 한다. 업체는 수요가 줄어드는 데 따른 경영난을 극복하려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처지를 밝혔고, 실제로는 시장이 쪼그라드는 것 이상으로 가격을 올려 받았다고 분석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산후조리원 가맹점 수는 연평균 4% 정도 줄었는데 결제 건당 승인 금액은 해마다 24% 가까이 늘었다. 아이를 적게 낳으니까 살아남은 산후조리원들은 오히려 콧대가 높아지는 것이다.
저출산이 육아 물가를 올리는 주범
정부는 매월 현금으로 지급하는 ‘부모급여’ 제도를 2023년에 처음 도입하였다. 부모급여 제도는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영아기 아동의 안정적인 발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2025년부터 부모급여를 상향 조정하여 만 0세 아동이 있는 가구에 매달 100만 원, 만 1세 아동이 있는 가구에 50만 원씩 지급한다. 8세 미만 아동에게 매달 지급하는 아동수당 10만 원은 별도로 지급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작년 기준으로 만 1세 미만의 아동에게 월 평균 약 110만 원에서 140만 원 정도의 돈이 든다고 한다.
부모로서는 자녀가 한두 명뿐이니 아이를 위해 교육 용품, 장난감, 키즈카페에 가는 것 등에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또래들과 어울리며 사회성도 키워야 하므로 높은 비용을 감내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까 오히려 저출산이 육아 물가를 올렸다는 지적이 있고 유아인플레이션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다. 학원도 학생들 숫자가 약 100명쯤 되어야 하나의 학원이 유지될 수 있는데 학생 숫자가 50명으로 줄어들면 그 학원은 문을 닫는다고 한다. 학생은 내 동네에 학원이 문을 닫으니 인근 다른 동네로 학원에 다녀야 한다. 경쟁력 있는 그 학원은 학원비를 올려도 멀리서 온 학생들로 붐빌 것이다.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는 상속세 절세에 유리해서
최근 김포, 양평, 남양주, 용인, 파주 등 수도권 외곽에 초대형 카페가 눈에 띄게 늘었다. 푸른 숲과 호수와 강을 배경으로 1,000평~5,000평 이상 넓은 부지에 자연 친화적 통창과 유럽식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사람들은 여행 온 듯한 분위기 있는 감성에 커피와 빵 맛도 일품이라며 자동차를 타고 먼 거리를 달려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는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연인, 가족 단위 방문으로 북적이고 SNS에는 인증 사진이 넘쳐난다. 이런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바라보며 드는 생각은 “왜 자꾸 생길까? 건설비는 최소 50억 원에서 100억 원은 하지 않을까? 커피와 빵을 팔아서 초기 건설비를 뽑을 수 있을까? 한 달에 얼마를 팔까?”등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알아봤다. 경제 전문 언론과 세무사, SNS, 일부 부동산 블로거를 통해 가업승계 지원제도를 활용한 상속세 절세 수단이라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즉 세금 전략, 특히 증여세 절세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란?
창업 세대의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가업승계는 기업 경영자의 중요한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가업승계 세제 혜택 중 하나인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를 마련했다. 경영자가 계획적으로 사전 상속할 수 있는 제도이다. 가업 주식을 증여하는 경우 600억 원을 한도로 10억 원을 공제 후 10%의 저율로 증여세를 매긴다. 부모 사망 후 상속 때에는 최소 300억 원을 상속 재산에서 공제해 준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일반 증여보다 세금을 대폭 줄여 자산을 물려줄 수 있다.
왜 하필 베이커리 카페 일까?
음료만 팔면 안 되고 꼭 빵을 같이 팔아야 절세 혜택
가업승계 특례를 받기 위해선 세법상 인정되는 업종이어야 한다. 가능한 업종은 제조업, 유통업, 외식업 등. 불가한 업종은 임대업, 유흥업소와 같은 소비성 서비스업은 제외된다. 이런 점에서 베이커리 카페는 제조와 판매 형태를 갖춘 외식업으로 분류돼 절세가 가능한 업종에 포함된다. 그래서 음료만 팔면 안 되고 꼭 빵을 같이 팔아야 하는 것이다. 절세 효과를 보려면 개인 명의는 안 되고 법인 형태여야 한다. 혜택을 받으려면 증여 후 5년 이상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초대형 규모는 수백억 원 자산 증여 시 수십억 원의 절세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는 가업승계, 법인, 부동산, 절세라는 ‘종합 자산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세무 전문가에 따르면 초대형 베이커리를 통한 상속세·증여세 절세는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까다로운 요건과 엄격한 사후관리로 인해 실현 가능성이 낮은 방식이라고 한다. 절세 목적만으로 초대형 베이커리 창업이나 가업승계를 시도할 경우, 오히려 세무상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