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죽은 뒤에 남길 돈'보다 '살아 있는 동안 필요한 돈'이 더 절실한 시대가 되었다.
이제 사망보험금을 55세부터 생전에 생활비로 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다.
오는 10월부터 만 55세 이상 종신보험 가입자는 소득이나 자산 등에 상관없이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신청할 수 있게 되면서다. 보유 주택을 활용해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처럼 종신보험도 연금으로 전환해 노후 소득 공백을 보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당겨 받으면 얼마나 될까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건 역시 "얼마를 받을 수 있느냐"이다.
30세에 가입해 20년간 매달 8만7천 원을 납입하고, 사망보험금 1억 원을 약속받은 계약자가 있다. 이 사람이 55세부터 연금을 신청한다고 가정해 보자. 90%를 유동화하고 20년 동안 나눠 받는다면 매달 약 18만 원이 지급된다.
그리고 개시 시점을 80세로 늦추면 월 31만 원까지 올라간다. 또한 유동화를 70%만 선택하면 월 지급액은 줄지만, 남은 3천만 원은 상속재산으로 남길 수 있다.
결국 "지금 당겨쓸 돈"과 "나중에 남길 돈"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관건이다.
종신보험 연금전환의 장단점
우선 기존에는 65세 이상으로 제한돼 있었는데, 이제 55세부터 가능해지니 은퇴 직전 공백기에 활용하기 좋다. 하지만 모든 종신보험이 되는 건 아니고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이며, 사망보험금 규모는 9억 원 이하여야 한다.
계약 기간과 납입 기간은 각각 10년 이상을 채워야 하고, 무엇보다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해야 한다. 또 보험계약 대출이 없어야 한다.
이 요건만 충족한다면 소득이나 자산 수준은 따지지 않으니,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한편, 보기에는 당장 쓸 돈이 생겨서 무조건 좋아 보이지만 종신보험 연금전환 단점도 있다.
내가 살아서 받는 금액이 늘어날수록, 사망 시 남길 돈은 줄어든다. 사후 가족의 생계가 걱정이라면 아쉬운 부분일 수 있다.
또 오래전에 계약할 때 정해진 이율로 계산하다 보니 현재의 시장금리나 평균 수명 변화와 맞지 않을 수 있다.
어떻게 신청하나
사망보험금 유동화 서비스는 5개 생보사를 시작으로 다른 보험사로도 확대될 예정이다. 10월 유동화 대상자에게 문자메시지 혹은 카카오톡을 통한 안내가 이뤄진다. 제도 운용 초기에는 불완전판매 방지 등을 위해 대면 영업점을 통해서만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신청 후 유동화 금액 수령일로부터 15일 혹은 신청일로부터 30일 중 먼저 도래하는 기간 이내에 철회하거나 취소도 가능하다. 연지급 연금형을 먼저 출시하고 후속 전산작업 등을 거쳐 월지급형을 추가 출시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유동화가 가능한 대상자는 75만9000건에 총 35조4000억원(지난해 말 기준)에 달한다. 제도가 첫 시행되는 만큼 유동화 대상이 되는 계약자들에게 보험사가 개별적으로 대상자임을 통지하는 서비스를 시행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좋은 제도를 잘 만들었다"며 "개별적으로 다 통지해 주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금융위에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1차 출시하는 5개 보험사가 10월 중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혹은 카카오톡을 통해 대상자임을 공지하며, 이후 상품을 출시한 전 보험사가 정기적으로 신규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 계약자들을 선별해 통지한다. 제도 운영 초기에는 불완전판매 방지 등을 위해 대면 영업점을 통해서만 신청·접수를 받을 계획이다. 이후 비대면 접수로 확대한다.
사망보험금을 현금뿐 아니라 현물 및 서비스 형태로 전환해 제공하는 서비스형도 개발 중이다. 보험사가 직접 유동화 금액을 제휴 요양시설에 지급해 계약자 이용료로 사용하거나 주요 질병에 대한 건강관리 서비스와 연계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