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동물, 지명에 남다

2026.01.22 11:11:26

전국 곳곳에 새겨진 ‘말(馬)’의 흔적

2026년은'붉은 말의 해' 병오년(丙午年)이다.

 

십이지지 중 7번째에 위치한 말은 과거 주요 교통수단이자 전투 수단으로 매우 중요시된 동물이다. 신화와 전설 속 말은 신의 영역과 통하는 영물로 여겨지것도 이 영향이다

1일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 지명 가운데 말과 관련된 곳은 744개에 이른다.

 

말은 오랫동안 한반도의 길을 만들고 국가의 이동을 지탱해 온 존재였다. 자동차와 철도가 등장하기 전까지 말은 군사, 물류, 통신, 행정의 핵심 수단이었고, 그 흔적은 오늘날에도 전국 지명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마산’, ‘마장동’, ‘마령’, ‘마봉산’처럼 익숙한 이름들에는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이동과 국가 운영의 기억이 새겨져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경남 창원시의 마산(馬山)이다. 마산이라는 이름은 인근 산세와 해안선이 말이 엎드리거나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형상을 닮았다는 지형설이 널리 전해진다. 동시에 조선시대 경상우도의 해상 방어와 물류 거점이었던 지역적 성격, 군마 운용과 교통 기능이 결합되며 지명이 정착되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마산포라는 항구명은 개항기 도시 이름으로 확장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馬場洞)은 말과 직접 연결된 대표적인 도시 지명이다. 이 일대는 조선시대 국가가 운영하던 공식 마장, 즉 군마 사육·훈련장이 자리했던 곳이다. 국가의 기동력과 군사력을 뒷받침하던 공간이 도시화 이후에도 지명으로 남아, 오늘날까지 역사성을 증언하고 있다.

 

인천 서구의 마전동(馬田洞) 역시 말 방목지 또는 군마 경작지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전해진다.

산과 고개 이름에도 말의 형상이 흔히 반영돼 있다.

전국 각지에 분포한 마봉산(馬峰山), 마두산(馬頭山)은 봉우리의 형상이 말의 등이나 머리를 닮았다는 데서 이름이 붙었다. 전북 진안과 완주 일대의 마령(馬嶺)은 말이 넘나들던 고개이자 교통 요충지를 의미한다. ‘마치재’, ‘마현(馬峴)’처럼 고개를 뜻하는 지명 역시 과거 이동로와 말 교통의 흔적을 보여준다.

 

섬과 해안 지명에서도 말의 이미지는 반복된다. 제주 서귀포의 마라도(馬羅島)는 섬의 윤곽이 말 머리를 닮았다는 설이 대표적이며, 남해안과 서해안 일부 지역에는 ‘마항’, ‘마포’처럼 말과 포구 기능을 연결한 이름들이 남아 있다. 특히 제주는 고려·조선시대 국가 최대의 말 생산지로, 마방목지를 비롯해 말과 관련된 지명이 밀집된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말 지명이 단순한 형상 비유를 넘어, 한반도 교통사와 국가 운영 구조를 반영한다고 해석한다. 말은 군사 이동, 공문 전달, 조세 운송을 담당했던 핵심 인프라였으며, 역참 제도와 목장 체계는 지명으로 고착되었다. 길이 곧 국가였던 시대, 말은 곧 권력이었고, 그 기억이 오늘의 지도 위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와 고속철이 일상이 된 지금, 말은 생활 속에서 거의 사라졌지만 지명 속 말은 여전히 길을 달리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부르는 지역 이름 하나하나에는 수백 년 전 사람들의 이동 방식과 삶의 풍경이 켜켜이 쌓여 있다. 지명은 곧 살아 있는 역사이며, 말은 그 역사 속에서 가장 오래 달려온 동물이다.

다양한 지명과 유래담 등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디지털문화대전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한뉴스(www.daehannews.kr/) - copyright ⓒ 대한뉴스.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프로필 사진
조선영 기자

'정직,정론,정필'의 대한뉴스

PC버전으로 보기

㈜대한뉴스 | 03157 서울시 종로구 종로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1007-A | Tel : 02)573-7777 | Fax : 02)572-5949 월간 대한뉴스 등록 1995.1.19.(등록번호 종로 라-00569) | 인터넷 대한뉴스 등록 및 창간 2014.12.15.(등록번호 서울 아03481, 창간 2005.9.28.)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원모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혜숙 Copyright ⓒ 2015 대한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