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미래는 늘 만화책과 SF영화 속에 있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사람 말을 알아듣는 기계, 운전석이 없는 버스는 그저 “언젠가”라는 상상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그 시절 어른들은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차가 어떻게 도로를 달리겠느냐”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 상상 속 장면들이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닌 시대에 접어들었다. 직접 운전대를 잡고 전국 도로를 누비던 세대가, 이제는 운전석이 없는 자율주행버스에 몸을 싣는 시대가 됐다. 운전대 없는 버스가 실제 도로 위를 달리고, 인공지능이 교차로의 흐름을 판단하는 장면은 더 이상 놀라운 공상이 아니다. 자율주행버스는 젊은 세대에게는 익숙한 신기술일지 모르지만, 시니어 세대에게는 ‘상상이 현실로 바뀌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하는 경험에 가깝다. 한 시대를 살아온 이들에게 그것은 기술의 발전이라기보다, 시간이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왔는지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자율주행버스는 한 세대 전 아이들이 꿈꾸던 미래과학이, 오늘의 일상으로 스며든 가장 상징적인 사례다.
대한민국 자율주행버스, 실험을 넘어 공공교통의 미래로
대한민국의 자율주행버스가 더 이상 미래 기술의 전시물이 아닌, 공공교통의 현실적 대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주도로 각종 실증 사업과 시범 운행을 거쳐 이제는 정기 노선 운행과 제도적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2010년 자율주행 셔틀버스 처음으로 시범운행
자율주행버스의 역사는 201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 주도의 자율주행 기술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2016년 판교 제로시티 실험도로에서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처음 시범 운행됐다. 이 시기는 기술 가능성을 검증하고, 임시운행 허가제 등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때 실제 이동수단으로 주목
이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자율주행버스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전환점이었다. 올림픽 기간 중 운영된 자율주행 셔틀버스는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이동 수단으로 기능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세종시, 판교, 광주 등 주요 스마트시티에서 노선 기반 실증 사업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율주행버스는 실험 단계를 넘어 공공교통 체계 편입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게 된다. 세종시 BRT 구간에서의 정기 운행, 서울 상암과 도심 주요 구간에서의 순환·심야 노선 실증은 자율주행버스가 도시 교통망의 일부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운전자 동승 조건 완화와 관련 법·제도 정비가 병행되며 상용화의 문턱도 낮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버스의 가장 큰 가치로 ‘교통복지’를 꼽는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 구조 속에서 운전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농어촌과 교통 소외 지역의 이동권을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단순한 무인 기술이 아니라 공공 서비스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는 이유다.
또한 자율주행버스는 스마트시티 구현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 교통 관제, 스마트 신호 체계, 도시 데이터 플랫폼과 결합될 경우 교통 효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수소 기반 친환경 차량이 결합되면서 탄소중립 정책과도 맞물리고 있다.
산업적 파급 효과도 크다. 반도체, 통신, 인공지능, 자동차 산업을 모두 아우르는 자율주행버스는 대한민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집약한 결과물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패키지형 도시 교통 솔루션’으로 발전시켜 해외 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전략 자산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완전 무인 운행에 대한 시민 신뢰 확보,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운영 비용과 수익 구조 문제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과 사회적 합의라고 입을 모은다.
자율주행버스는 이제 ‘언젠가 올 미래’가 아니다. 일상의 도로 위에서 조용히 실험을 마치고, 공공교통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한민국 자율주행버스의 다음 과제는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국민의 삶 속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기자가 체험한 서울시 자율주행버스
서울시는 심야·출퇴근·생활권 중심 노선에 자율주행버스를 투입하며 대중교통 체계 안으로 기술을 끌어들였다. 그 중심에는 국내 자율주행버스 기술을 대표하는 ROii (로이)가 있다. 스타트업의 실험적 도전을 넘어, 실제 도심 도로에서 시민을 태우고 달리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운전석과 운전대가 없는 자율주행셔틀
청계광장~광장시장을 순환하는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셔틀이 9월 23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청계A01’ 노선은 왕복 4.8km 구간을 차량 2대가 순환하며,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평일 10:00~16:50(기점 기준 16:00 막차 출발)으로, 1일 11회·30분 간격(점심시간 제외)으로 운행한다.
시험운전자가 운전대에 앉아 운행하는 기존의 자율주행버스와 달리 운전석과 운전대가 아예 없는 자율주행셔틀로, 이는 서울 시내 첫 운행 사례로 꼽힌다. 긴급 상황 대처 등 안전을 위해 상시 탑승하는 시험운전자 1인을 제외하고 한 번에 승객 8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마을버스보다 조금 더 작은 크기의 이 버스는 국내 자율주행 기업 오토노머스 에이투지(Autonomous A2Z)가 개발해서 만든 ‘ROii(로이)’라는 이름의 차량이다. ‘청계A01’이라는 번호가 차량 앞에 검은색 글씨로 새겨져 있다.
청계A01의 앞부분에 있는 작은 스크린에 ‘자율주행 시범운행’이라는 내용이 표시되어 있었다. 옆면에 부착된 스크린을 통해 잔여 좌석이 몇자리 남았다는 사실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작은 마을버스처럼 생긴 청계A01 안으로 들어갔다. 기존 버스나 승용차와 달리 앞부분에 운전석이 없다. 내부에는 둥글게 좌석이 배치돼 탑승객들이 둘러앉은 형태로 버스에 몸을 맡긴다. 자율주행 셔틀 안에는 터치스크린과 게임기의 조이스틱처럼 생긴 장치로 차량을 통제·조정하는 통제사(편의상 통제사로 부르기로 한다) 한 명 입구 옆에 동승해 있었다. 버스 요금 정산 장치에 갖고 있는 대중교통 카드를 터치하면 시험운행 기간 동안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청계A01은 청계천 주변의 도로를 다른 자동차들과 함께 천천히 달렸다. 청계광장에서 시작해서 청계1가 광교, 2가 삼일교, 3가 관수교, 4가 배오개다리, 5가 광장시장, 4가 세운교 순으로 왕복 4.8㎞를 비교적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신호등이 나오는 교차로를 지나가거나, 다른 자동차들이 끼어들 때는 통제사 터치 스크린과 조이스틱 모양의 장치를 활용해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나가며
자율주행버스는 더 이상 ‘언젠가 올 미래’가 아니다. 조용히 실험을 마친 기술은 이제 도심의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다. 기술이 앞서 가는 만큼, 시민의 이해와 사회적 합의가 함께 따라야 한다.
운전대 없는 버스가 도로 위를 달리는 풍경은 대한민국 교통의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기술은 준비됐고, 이제 남은 것은 우리가 그 변화를 어떻게 일상으로 받아들일 것인가다.
지금 자율주행차가 신기한 것처럼 혹 50년 후에 어린이들은 “옛날에는 차를 사람이 운전했대”라고 하지 않을까
버스 안에서 통제사 최용준, 체험학습 나온 어린이들과 일문일답

통제사님 소개부탁합니다
제 이름은 최용준이라고 하고요. 저희는 오토노머스 에이투지 차량을 만드는 회사 소속이 아니고 모빌릭스라는 회사예요. 저희는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모빌리티 산업을 혁신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현재 서울시 자율주행 버스 로이 운행 서비스를 맡고 있습니다.
버스에서 하는 일은
자율주행버스는 정해진 노선과 속도에서는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지만, 무단횡단, 불법 주정차, 악천후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 앞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보이기 때문에 수동과 자동으로 상황에 따라 조정하고 있습니다. 또 이곳은 어린이 보호구역이 있는 도로이기 때문에 무인버스가 금지되어 있어 동승이 필요합니다.

임연우(서울 금호초3), 임지수(금호초1) 남매
자율주행버스 로이를 탄 느낌이 어때요?
오늘 자율 휴업일이라서 엄마랑 동생이랑 함께 탔는데 버스 로이가 너무 귀엽고 신기해요.
하고 싶은 말
청계천 도로를 무단횡단 하는 분들이 많으셔서 버스 로이가 가다 서다 해서 아쉬웠어요. 빨간불인데도 횡단보도가 짧아서인지 사람들이 길을 건너니까 파란불에 갈 수 있다고 학습한 로이가 너무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 로이한테 미안했어요. “로이야! 사람들이 질서를 안 지켜서 미안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