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년전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한 문경선비들 그 뜻을 기려... 임란문경의병기념비 설치

2017.05.30 09:21:08


5월 22일 문경시 영신숲에서 임란문경의병기념비 제막식이 있었다. 1592년, 부산에 상륙한 왜군들은 경상북도 문경까지 불과 보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치고 올라와 서민들은 앉은 채로 왜군들에게 당해야만 했다. 임진왜란 당시 문경지역의 의병활동 상황을 생생하게 기록한 의병일기 『용사일록』의 한 대목이다. ‘왜군들은 성을 점령한 뒤 군대를 머무르게 하고는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해 살육과 약탈을 자행하니, 마을에는 시체가 즐비해 형세가 그야말로 위급했다’ 의병의 활동이 있었으리라는 추측을 문경시 고윤환 시장의 주도하에 실무자 문화예술과 엄원식 계장은 3년간의 자료조사 및 고증을 거쳐 역사적인 사실로 밝혀냈다. 그리고는 문경출신 의병참가자 56위와 이들과 함께 한 수많은 무명 의병들의 넋을 기리고 이를 후손에게 전하고자 기념비를 세웠다. 행사에는 당시 창의한 의병들의 후손과 임진란정신문화선양회 회원을 비롯하여 지역 기관단체장과 지역민 500여명이 함께 했다. 42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어느 누구도 관심 갖지 않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역사적인 기념비가 섰다. 남이 알아주지도 않는 허허벌판에서 많은 발품을 팔아 기념비를 세우는 오늘이 있기까지 엄원식 계장의 정신이 돋보인다. 오늘의 이 제막식은 지역의 경사이며 대한민국의 경사다. 




『용사일록(龍蛇日錄)』

 우리는 임진왜란의 영웅으로 이순신, 류성룡, 권율, 이덕형 등 역사책에 나온 인물들만을 알고 있으나 각 지역에서 창의한 의병들과 이름 없는 무명용사들의 목숨을 건 치열한 구국정신이 없었다면 나라가 어떻게 되었을까?  용사일록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이틀 뒤인 1592년 4월15일부터 1597년 12월까지 저자 천연재 권용중이(1552~1598) 의병대장인 형 권의중의 (1547~1602) 곁을 지키며 활동한 내용을 소상히 기록한 일기다. 안동권씨 집성촌인 문경시 산양면 송죽리에 기거하던 권용중 선생의 임진왜란 당시 일기를 후손인 권태화 전 문경시의원이 보관해오다 의병자료 수집과정에서 알려지게 되었다. 주요 내용은 의병을 일으켜 조직을 갖추는 일, 백성을 회유하여 무기를 정비하는 일, 본인이 사는 곳은 본인이 지킬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전투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일, 문경을 중심으로 한 인근지역의 전투와 그에 대한 성과가 기록되어 있다. 더불어 의병활동에 참여한 인물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다. 의병은 자금 때문에 돈이 있는 선비들이 주도하여 의병의 조직을 갖추고 백성과 함께 전투를 벌였다고 한다. 또한 의병대장이었던  권의중은 본인이 의병활동을 한 점과 업적에 대해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으며 그 후손은 선대의 유지를 받들어 집안에만 보관했었다고 한다. 의병에 대한 기록이 전무하고 추측만 있던 상황인 2011년, 같은 지역 문경시 산양면 신전리 개성고씨 문중의 성재 고상증 선생이 쓴 임란일기 ‘용사실기(龍蛇實記)’가 발견되어 의병활동이 있었다는 확신을 한 문경시는 그 후 역사찾기 일환으로 적극적인 행보를 벌여 용사실록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용사실기와 용사일록 두 책의 상당부분 기록이 일치해 이를 토대로 기념비를 제작했다.


기념비 제막식

 기념비가 세워진 영신숲은 임진왜란 전적지다. 제막행사, 문경향교에서 주관한 고유제, 각계 축사 등의 순서로 진행이 되었으며 이 날 기념비와 함께 세워진 와비의 비문에는 지역 의병의 창의(昌義)와 활동, 타지역과의 연계를 통한 거의(擧義), 의병에 가담하고 활동했던 분들의 명단 등 모두 1,540글자가 새겨져 있다. 고윤환 문경시장은 기념사에서 “오늘 임란기념비 제막은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시키고 호국 문경의 위상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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