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중심·경제강국’을 내세운 2020년도 정부 예산안이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5천억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올해에 이어 2년째 9% 이상 증가율로, 경기 하방 위험에 적극 대응해 경제 활력을 제고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정부는 지난 8월 29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올해 본예산 469조6천억원보다 43조9천억원 증액한 513조5천억원의 ‘2020년 예산안’을 확정, 9월 3일 국회에 제출했다.
불확실성과 변동성 확대로 엄중한 상황 직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국내경제도 경기지표의 부진 속에 하방 리스크까지 커져 우리 경제는 엄중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내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 수행이 긴요한 상황으로, 최대한 확장적 기조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분야별 재정 지출 내역을 보면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이 23조9천억원으로 올해보다 27.5% 증가할 전망이다. 수출·투자 활력 제고와 제2의 벤처붐 확산, 소재개발 기업 지원 사업이 크게 늘면서 예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R&D 예산도 올해(20조5천억원)보다 17.3% 늘어난 24조1천억원으로 편성됐고, SOC 예산도 올해(19조8천억원) 대비 12.9% 증가한 22조3천억원으로 책정됐다.
정부 예산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보건·복지·노동 예산은 올해(161조원)보다 12.8% 증가한 181조6천억원으로 편성됐다. 이 중 고용 안전망 확충을 위한 일자리 사업 예산은 올해(21조2천억원)보다 21.3% 증가한 25조8천억원으로 편성됐다. 국방 예산도 올해(46조7천억원)보다 7.4% 늘어난 50조2천억원으로 사상 최초로 50조원대를 돌파했다.
경제활력 제고로 혁신성장 가속화에 역점
정부는 경제활력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아 내년 예산 편성을 통해 혁신성장 가속화, 경제활력 제고, 포용성 강화, 국민편의·안전 제고 등 4가지 방향에 역점을 뒀다.
먼저 내년 혁신성장 가속화에 올해(8조1천억원)보다 59.3% 많은 12조9천억원을 편성했다.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산업 육성을 위해 D(데이터). N(네트워크(5G). A(인공지능)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 플랫폼과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자동차 등 3대 핵심사업에 46.9%(1조5천억원) 늘어난 4조7천억원을 투입한다.
국가 R&D 예산의 증가폭도 눈에 띈다. 정부는 최근 10년 중 가장 큰 폭인 17.3%를 증액, 총 24조1천억원을 책정했다.
최근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경제보복조치에 맞서소재·부품·장비산업의 자립화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도록 이 분야에 올해보다 163% 증가한 2조1천억원을 투입한다. 추가 소요에 대비해 목적예비비를 5천억원 증액하고, 특별회계 신설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2023년까지 총 23만명의 실전형 혁신인재를 양성한다. 또 제2 벤처붐 확산에는 5조5천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자금과 마케팅 지원 통한 수출·투자활력 회복
정부는 정책자금과 수출마케팅 지원을 통한 수출, 투자 활력 회복을 위해 무역금융을 4조2천억원 확대해 수출 부진을 해소하고 정책자금으로 14조5천억원을 풀어 중소·중견기업의 경영 애로를 덜어준다.
또한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을 3만개를 보급하는 한편, 스마트 산단 10개소를 조성하는 등 제조업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예산도 대폭 늘렸다.
정부가 혁신성장과 경제활력 제고에 올인하면서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는 23조9천억원으로 27.5%(5조2천억원) 늘린다. 증가율은 12개 분야 중 가장 높다.
지역경제에 활력이 될 수 있도록 생활 SOC 10조4천억원을 투입하고 국가 균형발전프로젝트 33개 사업에 전면 착수하며,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7개 지역에 대해서도 R&D와 사업화자금 615억원이 맞춤형으로 지원된다.
정부는 내년 일자리 예산을 올해(21조2천억원)보다 21.3% 늘린 25조8천억원으로 편성했다. 사상 최대 규모이다.
특히 취약계층 직접 일자리로 17만개를 더 만들고,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직업훈련과, 예방적 고용서비스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고용 예산 늘려 포용성 크게 강화
일자리를 포함한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81조6천억원으로 12.8%(20조6천억원) 늘어난다.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4%로 상승,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초연금(11조5천억→13조2천억원) 등을 크게 증액하고 실업급여(7조2천억→9조5천억원)의 액수와 기한을 늘린 영향이다.
정부는 우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한다. 또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20만명의 구직자를 대상으로 최대 6개월간 월 50만원을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도 내년에 본격 시행한다.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생애주기별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노인 기초연금을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하고, 노인일자리도 13만개로 늘린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육성을 위해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융자지원을 3천억원 늘리며 특례신용보증도 5조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주거 일자리 중심의 청년 희망사다리를 보강하기위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역세권 중심의 임대주택을 2만9천호 공급한다. 전월세 보증금에 대한 저금리 대출도 1조8천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한다.
삶의 질 체감할 수 있도록 국민편의·안전 제고
정부는 국민들의 삶의 질 제고를 체감할 수 있도록 생활편의, 안전과 관련된 투자도 대폭 확충했다. 이를 위해 스마트 인프라 구축에 1조2천억원을 투자한다.
또 미세먼지 저감 투자는 당초 2022년으로 계획된 저감 목표를 1년 앞당겨 4조원으로 크게 확대했다. 이외에 건강보험에 대한 지원규모를 1조1천억원 늘리는 한편, 국방·외교 예산도 최대한 확대 반영했다.
특히 사병봉급 인상 등의 영향으로 국방예산은 7.4% 늘어난 50조2천억원으로 처음 50조원을 넘어섰고, 남북협력기금 사업비 확대(1조1천36억→1조2천176억원)로 외교·통일 예산은 5조5천억원으로 9.2%(5천억원) 늘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은 우리 경제에 역동성을 불어넣을 활력소 예산, 국민의 생활과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 예산,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조치에 대한 돌파구 예산으로 집약될 수 있다”며 “경제강국의 발판이 되고, 국민의 생활과 삶, 복지, 안전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