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찾게 되는 음식이 있다. 왜? 제철에 먹는 맛은 다르고 특별하며 무엇보다 제철의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때를 놓치면 그 계절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알이 꽉 찬 주꾸미
동의보감에서 주꾸미는 간장 해독 기능을 강화한다고 기록돼 있다. 알이 꽉 찬 봄 주꾸미는 산란을 앞두고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타우린 등 영양소도 풍부해 봄철 최고의 보양 음식으로 꼽힌다. 타우린 성분은 낙지의 2배, 문어의 4배, 오징어의 5배에 해당한다고 한다. 타우린은 각종 피로회복제의 주요 원료이며 간 기능 개선, 신경 안정, 심장 기능 강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철분 함량이 높은 편이라 피로를 풀어주고 피부색을 좋게 하며 빈혈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 이처럼 다양한 효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방 함량도 적어 많은 양을 섭취해도 큰 문제가 없다. 꽃샘추위에 입맛과 기력이 떨어진 이들의 건강관리에 제격이다.
맛은 어떨까. 주꾸미 산지에서는 주꾸미를 싱싱한 회로 먹는다. 입에 넣는 순간 짭조름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살짝 데처서 샤부샤부로 요리하면 시원한 국물과 통째로 먹는 주꾸미 특유의 감칠맛이 일품이다. 봄철 주꾸미는 머리에 투명한 밥알 같은 알이 가득해 더욱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매운 양념을 더한 주꾸미구이도 봄철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준다. 주꾸미 삼겹살 구이는 재료 궁합이 좋은 메뉴다. 주꾸미의 타우린과 불포화지방산인 DHA 성분이 돼지고기에 많은 콜레스테롤의 체내 흡수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비타민C가 풍부한 채소와 주꾸미를 함께 볶으면 주꾸미에 많은 철분의 체내 흡수를 돕는다. 특히 미나리를 곁들여 먹으면 간의 해독작용과 춘곤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볶을 경우 재빨리 볶아야 수분이 덜 빠지고 야들야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충남 서천 마량진항에서는 어업인들이 잡은 주꾸미를 소재로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축제장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주꾸미 낚시 체험 및 관광객들을 위한 주꾸미 시식 등 주꾸미 맛도 보고 봄의 향기도 만끽할 수 있다.
3~5월 제철에 미더덕 맛이 절정
미더덕은 『자산어보』에 음충(淫蟲)이라고 기록돼 있다. 실제로 식용하기 어려웠으며 멍게와 굴, 홍합 양식에 방해를 주는 기생 생물 취급을 했다. 그러다가 연구에 의하여 다른 생물 양식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1999년부터 양식이 허가되었다. 미더덕은 암수가 한 몸이며 입수공과 출수공이 따로 있어 입과 항문 역할을 한다. 미더덕의 가치는 순전히 사람의 손길에서 나오며 껍질을 깠느냐 안 깠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생산지는 창원시, 예전 마산의 한 면인 진동이 양식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영양학적으로는 불포화지방산인 DHA가 풍부해 동맥경화와 고혈압, 뇌출혈 예방,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다. 물에서 나는 더덕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분이 뛰어나다. 껍질을 제거한 후 먹는다는 것과 생김새, 영양 성분이 풍부하다는 점이 더덕과 많이 닮았다. 3~5월 제철이 되면 살이 오르고 크기도 커져 맛이 절정이다. 그러다가 더워지면 죽는 한해살이 수산물이며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미더덕을 제대로 먹으려면 회로 먹는 맛이 일품이다. 몸통에 구멍을 내어 물을 버리고 부드러운 살점을 먹으면 된다. 그 맛은 달큰하고 은은하다. 콩나물과 함께 먹으면 비타민C를 보충해 준다. 오독오독 씹히며 톡톡 터지는 미더덕과 콩나물과의 식감이 좋기 때문에 해물찜에 함께 넣어 먹기도 한다.
바다향을 가득 머금은 멍게
멍게 이름은 ‘우멍거지’에서 왔다는 속설이 있다. 어린 남자아이의 벌어지지 않은 성기 끝(포경 상태)을 말한다. 앞뒤 빼고 ‘멍거’만 부르다가 멍게가 되었다고 한다. 또 멍게양식의 최대 산지인 통영과 경남 지역에서 ‘멍게’라는 명칭을 많이 사용해 일반화되었다고 한다. 그 외 ‘우렁쉥이’라고도 불리며 원추형의 돌기가 많아 ‘바다의 파인애플’이라고도 한다. 멍게는 얕은 바닷속에서 군락을 이루어 바위 등에 붙어 서식한다. 4월이면 멍게 맛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5월은 되어야 멍게 맛이 돌고 6월에는 최고의 맛을 낸다. 온도가 올라가면 멍게의 감칠맛을 결정하는 글리코겐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멍게 특유의 향은 신티올이라는 성분 때문이며 이것이 숙취 해소에 좋다. 타우린 성분은 노화를 방지한다. 인슐린 분비 촉진에 도움을 주어 당뇨병 예방에도 좋다. 멍게 껍질에 들어있는 콘드로이틴황산 성분은 무릎관절의 염증 예방에 효과가 있고 관절을 유연하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외에도 칼륨, 철분, 아연 등 여러 영양분이 풍부하다. 멍게의 단점은 따뜻한 물에 약하다는 것이다. 수온의 온도가 24℃ 이상으로 올라가면 멍게물렁증 이라는 질병에 노출되어 탄성을 잃고 말랑말랑해지며 폐사하게 된다.
멍게는 어떻게 요리하면 맛있을까. 『본초강목』에는 “멍게를 먹어보면 쌉싸름한데도 자꾸 침이 생기고 삼키고 싶어진다”라고 기록했다. 특유의 향긋한 바다향을 즐기려면 신선한 멍게 속살을 초장에 찍어 회로 먹는다. 짭조름한 맛이 혀끝을 자극한다. 오래두고 먹으려면 소금에 절여 고춧가루와 양념을 넣어 만드는 젓갈이 좋다. 2~3일간 숙성 후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바다 맛을 느낄 수 있다. 멍게에 여러 가지 채소와 섞어 멍게비빔밥을 만들면 입맛 돋우는데 최고다. 그런데 어지간히 멍게를 넣어서는 맛이 없고 100그램 이상 듬뿍 넣어야 제격이다. 그 외 멍게전, 멍게튀김, 멍게김밥 등 다양하다.
산란기 앞두고 씨알이 굵은 봄 갑오징어
갑오징어는 오징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로 몸통에 있는 배 모양의 뼈가 ‘갑옷’ 같다 하여 갑오징어라고 불린다. 다리는 짧고 통통하며 돌기가 두드러진다. 제철은 4월부터 6월까지이며 따뜻한 봄날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맛있게 먹는 방법은 삶거나 구우면 살점이 딱딱해지므로 살짝 데쳐서 갑오징어숙회 또는 갑오징어무침으로 먹는다. 살점이 두툼하고 넉넉해서 씹는 맛이 좋다. 쫄깃쫄깃 탱글탱글한 식감에 한 번 맛보면 다른 오징어는 못 먹을 정도이다. 갑오징어를 손질한 후 반건조시켜 버터와 함께 볶아내면 주전부리 간식으로 안성맞춤이다. 서천군어민회는 해마다 5월이 되면 장항항 물양장 일원에서 ‘장항항 수산물 꼴갑 축제’를 개최한다. 꼴갑 축제의 ‘꼴’과 ‘갑’은 이맘때 서천에서 많이 잡히는 꼴뚜기와 갑오징어를 줄인 말로, 두 어종 모두 영양이 풍부한 봄철 별미로 사랑을 받고 있다. 축제장을 찾으면 제철 싱싱한 꼴뚜기와 갑오징어를 맛볼 수 있고 체험행사, 상시 행사, 기획 행사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