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는 왜? 라는 물음은 요즘 같은 한국정치의 실상에서 자꾸 되물어 보게 된다. 우리가 투표하는 이유는 내가 지지하는 후보자가 대통령이 되면, 국회의원이 되면 삶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여겨서다. 특히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책권자의 의지와 결단은 국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지난날 탄핵소추된 박근혜대통령 수사를 주도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된 후 이번엔 자신이 탄핵 위기에 몰렸다. 국민의 원성은 높아지고 사회는 양극화로 갈라지고 일반 서민들의 삶은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작금의 정치 상황을 지켜보면서 문득 지도자像에 대한 단상이 떠오른다. 지난날 대통령을 지내신 지도자들의 이야기다. 아는 사람은 잘 알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김영삼 대통령은 다음 대통령으로 김대중을 점찍었다. 왜 그랬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여 상도동 자택에서 김영삼 대통령께 물어봤다. 돌아온 답변은 나라의 지도자는 개인 의리보다는 국민과의 의리가 먼저라고 말했다. 당시 나눴던 대화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또 어느 날 전두환 대통령이 광진구 어린이회관에 자리한 대한뉴스 사무실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대담 중에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 계십니까? 라고 물었더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김대중 대통령을 언급했다. 다음은 그날 전두환 대통령이 말한 내용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 대통령에 당선 후 첫 전화라고 말했지. 지난날 내가 큰 아픔을 드렸는데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대통령이 된 것이며 누구 잘잘못을 따지려고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오히려 고맙다며 많이 도와달라고 말씀하셨지. 김대중 대통령은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훌륭한 지도자야” 그렇게 말했던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역시 대통령 자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개인감정, 정치적인 생각을 떠나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만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정신은 소위 지도자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다.
또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당명예대표다. 대중들은 허 대표를 사기꾼이라는 사람, 시대를 앞서 읽는 사람 등 엇갈리는 평가를 한다. 그는 1987년 신민당 후보로 대선 출마를 하면서 혁명 공약 33가지를 내세우며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 2022년 제20대 대선까지 무려 8차례나 대선에 나서면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장기간 대선에 시도한 인물로 손꼽힌다. 그는 평소 특유의 기행과 실현이 불가능할 것 같은 선거 공약을 내세우며 큰 화제가 되었다. 비웃음을 샀던 공약들 중 ‘1억원 결혼 수당’이나 ‘국회의원 수 100명으로 감축’ 내용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다른 방식으로 부활하기도 했다. 여러 지자체는 저출산으로 인구 절벽이 현실로 다가오자 강도 높은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신혼부부 1억원 대출과 셋째 출산 시 대출금 전액 감면을 소위 ‘저출생 대책’ 공약으로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원 정족수 감축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그러자 이를 보는 국민들은 허경영표 공약이 완전 황당무계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허 대표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지도자가 없어서 국민들이 안심하지 못하고 지치고 흔들린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민주당 따로 국민의힘 따로 주장하는 소리가 다 달라서 어느 쪽 말이 옳은지, 옳은 정치란 무엇인지 걱정이 많습니다. 지난날 내건 공약에 대해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들 했지만, 현재는 그 공약을 실현하는 데도 있고 또 그렇게 돼 가는 것도 있습니다. 모든 것은 국민들을 위해서였을 겁니다. 만약에 허 대표께서 대통령이 되셨다면 국가의 미래 청사진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궁금합니다”라고. 하지만 현재 허 대표는 최근 대법원이 2022년 20대 대선 방송 연설 중 허위사실 유포의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2034년까지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왜 허 대표에게 미래 청사진을 묻는지 궁금할 것이다. 본인은 지금까지 허 대표를 만난 일도 없고, 한때는 다른 사람들처럼 어떻게 저런 황당한 공약이 있을까 여겼다. 그런데 가만히 진단해보니 드는 생각은 허 대표가 다른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미 30여 년 전에 예견했던 내용들이 현실로 닥쳐왔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 부양 문제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한 심각한 경제문제를 내포한 역삼각형 인구구조로 바뀌어 가고 있다. 희망찬 미래를 설계할 청년 세대가 연애와 결혼, 출산, 취업, 내 집 마련, 대인관계까지 포기한 6포 세대가 된 지 오래다. 그래서 그의 말처럼 정부 부처 가운데 통일부 폐지건은 차치하더라도 취업부 신설은 현실적으로 따져봤을 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언젠가 허경영 대표와 인연이 된다면 그 많은 공약은 책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인데 어떻게 그런 내용을 기획했는지, 모든 국민이 고루 잘 살게 하려는 그의 정신세계와 깊고 넓은 마음자리에 대해 물어보고 듣고 싶다. 만나서 덕담을 나누다 보면 그동안 대중들이 그에 대해 갖고 있던 황당하다는 편견과 선입견이 조금은 벗어지지 않을까. 나라를 걱정하는 지도자라면 허경영 같이 파격적인 발상을 하는 사람과도 머리를 맞대어 좋은 정치, 희망찬 정치를 펼쳤으면 좋겠다. 답답한 사회 풍토를 걱정하며 몇 자 적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