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6 (일)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월간구독신청

공연/전시/도서

역시 백건우! 스페인 음악의 열정과 다양함,건반에 담다

20160717-_KYB1412.jpg
 
지난 17일 스페인내셔널오케스트라의 첫 내한공연이 있었다. 오랜만에 일요일 오후 공연의 여유로움을 느끼며 좀 더 일찍 공연장에 도착했다. 팸플릿을 읽으며 생소한 스페인 음악에 대한 기대와 처음 보는 지휘자 안토니오 멘데스와 스페인내셔널오케스트라에 대한 기대로 조금 늦어지는 공연시작이 더 지루하게 느껴졌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고 투리나의 환상적 무곡이 첫 곡으로 연주되었다. 호아킨 투리나의 1919년에 작품인 이곡은 처음 피아노 독주곡으로 작곡되었으나, 후에 오케스트라 연주곡으로 편곡되어 총 3악장으로 구성된 곡이다. 각 악장에는 부제가 있는데 1악장은 ‘행복감’으로 관악기와 타악기, 저음현의 어울림이 돋보였다. 2악장은 ‘꿈 또는 환상’ 인데 리듬이 특이했고 또 그 리듬이 돋보이는 리듬감 있는 연주가 더욱 좋았다. 3악장은 ‘유흥’이다. 가장 열정적인 악장으로 마지막에 한껏 고조된 상태로 끝나는 경쾌한 마침이 마치 플라멩고 춤이 끝나면 스페인어로 외치는 ‘Ale!’를 기다리는 듯 느껴졌다.
 
다음은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협연하는 파야의 ‘스페인정원의 밤’으로 처음 1악장에서현악기는 비장하게 트레몰로로 연주하다 피아노와 격한 만남을 갖고 오케스트라와 대화를 주고 받듯이 피아노연주가 이어졌다. 2악장에서는 관악기와 피아노의 화려한 트릴이 돋보였다. 특히 피아니스트의 오른손과 왼손이 아래위로 겹치는 연주 또한 눈길을 끌었다. 3악장은 선율적 아름다움이 담겨있었고 마지막 끝날 때 피아니스트와 지휘자의 호흡이 아주 좋았다.
 
잠시 휴식 후 다시 백건우협연의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가 시작되었다. 피아노는 1악장 시작부터 끝까지 고난이도 테크닉을 보여주었다. 2악장 아다지오 아사이는 1악장의 격정적 연주 후 쉬어가듯 아름다운 선율의 피아노솔로에 플룻, 오보에, 클라리넷 이렇게 관악기가 더해지자 피아노는 가볍게 멜로디를 밑에서 받쳐주었다. 2악장이 끝날쯤 잉글리시 호른과의 듀엣은 잊히지가 않는다. 이렇게 다양한 관악기의 소리는 3악장에서 더욱 빛이 났다. 짧은 악장이지만 다른 악기들도 거침없이 또 자유롭게 자신들의 소리를 밷어냈다. 큰북의 일격 또한 멋졌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깊이 수도하는 자의 내면을 보여주듯 정적 속에 무언가에 도달하려고 요동치던 거대한 소용돌이가 어느덧 사라져버리고 잔잔함을 여운으로 남겨주었다.
 
마지막은 100여명에 가까운 대편성의 구성으로 파야의 ‘삼각모자 모음곡 1&2’를 연주했다. 중심을 잡은 대편성의 현악기, 팡파르를 울리는 것 같은 웅장함의 금관, 빠고 현란한 목관, 다양한 타악기 연주, 피아노와 첼레스타의 교차연주등 정말 복잡한 조합이지만 어느 하나도 빠지면 안되는 그런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번 스페인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을 보며 노장과 신예의 조화가 정말 잘된 조합이라는 생각을 했다. 요즘 주목받는 젊은 지휘자 안토니오 멘데스가 지휘대에서 펄쩍펄쩍 뛰며 역동적인 지휘를 하고 일흔의 협연자는 중간중간 같이 호흡하며 흥분을 잡아주었고 계속 눈을 맞추며 클라이막스까지 함께 올라가 주었다.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로 파트별 수석들은 젊어보였고 단원들은 세월이 있어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은 관객들에게 스페인의 열정과 다양함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