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미 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를 막기 위한 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 의회의 승인 없이 대통령 권한만으로 무역협정을 폐기하는 데 법적 논란이 있고, 북한의 핵 도발로 한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의회의 거센 반발에 놀란 트럼프 행정부가 “당분간 한미 FTA 폐기를 논의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변경함에 따라 FTA 폐기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앞서 케빈 브래디 하원 세입위원장은 한미 FTA로 미국의 일부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폐기하기보다는 양국간 경제동맹을 강화하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내법상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으로 한미 FTA를 폐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협정문과 한미 FTA 이행법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으로 한미 FTA를 폐기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 헌법은 관세와 무역은 의회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회 승인 없이 NAFTA와 한미 FTA 등을 폐기할 수 있는지가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다. 미 의회는 한미 FTA 개정이 의회 협의 사안이라는 점을 이미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거론한 것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과 한국과의 한미 FTA 개정 논의에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4일 산업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수행한 한미 FTA 종료 시나리오 분석 결과, 한미 FTA가 종료되면 미국의 손실이 더 크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2016년보다 2억 6천만 달러(약 2941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미 FTA가 적용된 지난해 기준으로 대미 공산품 수출은 655억 7천만 달러(74조 1597억원), 미국으로부터의 공산품 수입은 364억 4천만 달러(41조 2136억원)다. 대미 무역수지는 291억 2천만 달러(32조 9347억원) 흑자였다. 하지만 한미 FTA 종료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대미 수출은 2.0% 감소하지만, 미국에서의 수입은 그보다 많은 4.3% 감소한다. 이 때문에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현행보다 2억6천만 달러 커지는 것이다.
공산품 관세 절감효과도 미국 제품이 더 컸던 만큼 FTA가 종료되면 그만큼 혜택이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공산품의 관세 절감혜택은 11억 6천만 달러(1조 3120억원) 사라지지만, 미국은 13억 2천만 달러(1조 4929억원)의 관세 절감혜택이 없어진다. 농산물에서는 미국이 연간 7억 7천만 달러(8709억원), 한국은 약 2천만 달러(226억원)의 관세 절감혜택이 없어진다. 농산물의 경우 미국은 연간 약 7억 7천만 달러, 한국은 약 2천만 달러의 관세절감 혜택이 없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이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던 농산물 중 일부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EU 등 한국의 FTA 체결국으로 수입선이 전환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미FTA를 통해 우리나라의 서비스 분야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은 사업 철수나 지분 매각을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 현재 국내에 진출한 미국계 외국법 자문사와 변호사는 각각 22개소, 103명에 달한다. 이와함께 방송채널사용사업 간접투자 한도가 기존 50%에서 100%로 확대 허용됨에 따라 간접투자를 100%로 확대한 미국계 사업자의 경우 지분을 50%로 다시 축소하기 위한 매각을 검토해야 한다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무역 정책을 총괄하는 미 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협정에 대해 일부 수정을 희망한다고 언급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5일 “우리는 한국과의 (FTA)합의에 대해 일부 수정하고자 하는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한미 FTA 폐기 검토를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차이를 보였다. 미국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안보 상황에서 한미 FTA 폐기를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비롯한 백악관 경제 참모들이 협정 폐기에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상공회의소도 “한미 FTA를 폐기하면 백악관과 업계의 관계는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5일 “한미 FTA 폐기는 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뿐만 아니라, 한미 관계를 악화시키고 반미 감정을 일으킬 수 있어 우려된다.”며, 한미 FTA 폐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한미 FTA가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도 인지하는 바이다.”라고 해 여지를 남겼다. 이와 더불어 미국 산업계, 축산업계, 전미제조업자협회도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검토 발언 이후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한미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각료들과 공화당 의원들이 한미 FTA 폐기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폐기 가능성은 더 낮아졌고, 미 백악관은 의회 반발이 거세지자 당분간 한미 FTA 폐기와 관련한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의회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서울 무역센터에서 무역업계 오찬간담회에서 “한미 FTA 협상에 여러 가지 카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FTA와 같은) 협상은 서로 각각 전략을 갖고 있다.”며, “여러 카드는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자동차업계 간담회 후 “한미 FTA 폐기를 포함해 여러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이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청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 등에는 말을 아꼈다. 이후 백 장관의 한미FTA 폐기 가능성 검토발언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간 정부는 “한미FTA 폐기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백 장관이 처음으로 폐기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백 장관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정부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는 취지이며, 정부가 한미FTA 폐기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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