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선욱 슈만협주곡 협연, 노련미 돋보여
특유의 어깨춤과 느낌으로 도이치 캄머필 이끌어
다른 음악회에 비해 유난히 합창석이 꽉 찬 것을 보니 지휘자 파보예르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젠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차이나 칼라 연주복 차림의 예르비는 청중의 박수 갈채속에 쉴 틈없이 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첫 곡은 ‘서곡, 스케르초와 피날레 Op.52’, 이곡은 교향곡으로 작곡되었지만 교향곡적 형식이 조금 약해서 관현악곡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교향곡으로서의 드라마가 탄탄하고 화려하게 그려져 있음을 이번 연주를 통해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피날레는 리듬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주였다.
다음은 2006년 리즈콩쿠르의 4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로 조성진의 쇼팽콩쿨 우승 이후 또다시 주목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협연으로 슈만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54를 연주했다.
슈만은 이곡을 독주자를 위한 협주곡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오케스트라의 일부로 작곡했다. 그래서 김선욱의 오케스트라를 배려하는 어울림의 연주와 카덴차의 화려한 연주는 이제 중견 피아니스트로서의 노련함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천정에 줄을 매달아 당겨주는 것 같은 탄력있는 터치, 2악장의 숨죽이듯 치는 아련한 피아노 소리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또 연주가 끝나자 벌떡 일어서 오케스트라에 박수를 보내는 모습에서 연주자의 순수함이 보며 미소지었다. 이어진 앵콜곡은 브람스가 ‘고뇌의 자장가’라고 말했던 인터메조 Op.117중 1악장이었는데 인생의 가을을 보여주듯 쓸쓸한 연주였다.
20분의 휴식시간에도 1부 감흥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2부 슈만이 남긴 곡 가운데에서 많이 연주되는 ‘교향곡 4번 d단조 Op.120’이 시작되었다. 슈만의 4개의 교향곡중 시기적으로는 2번째 작곡되었지만 다시 고쳐 출판해 4번이 되었다. 총 4악장 곡으로 3,4 악장이 쉼 없이 연주하게 되어있지만 각각의 특징 있는 연주가 돋보였다. 1악장의 느린 서주에서 빠른 템포로 가기까지 긴장감은 서정적 슈만을 정열의 슈만으로 바꾸어주었다.
파보 예르비는 특유의 어깨춤과 스텝으로 지휘대가 좁을 정도로 열정적인 지휘를 선보였고 도이치 캄머필의 단원들은 자신의 솔로파트를 연주할 때 뿐 아니라 모든 연주에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으로 역시 파보 예르비와 최고의 궁합임을 다시 보여주었다. 그리고 앵콜곡으로 브람스의 헝가리안 댄스 6번, 3번, 10번을 연주했다. 자주 들려주는 곡이지만 연말에 들으니 새로웠다.
이날 연주에서 앵콜곡은 모두 브람스의 곡을 준비했다. 슈만은 클라라와의 행복한 결혼생활동안 이렇게 멋진 곡들을 작곡했고 브람스는 이들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며 클라라를 향한 짝사랑에 불멸의 명곡들을 남겼다. 슈만과 슈만의 부인 클라라, 또 브람스 이 세 사람은 200년이 지난 지금도 함께 하고 있음에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 속에 음악회가 끝났지만 가슴이 먹먹해져 자리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