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공간 서로와 배우이자 소리꾼 조아라가 ‘몸소리말조아라’의 6번째 공연 <수궁가가 조아라>를 통해 만난다. 2014년 국립극단 ‘한 여름 밤의 작은 극장’을 통해 첫 선을 보인 후, 올해 서울시 국악활성화 우수국악작품육성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공연을 더욱 발전시켜 ‘서로’에서 관객과의 친밀한 소통을 시도한다. 미산 박초월제 수궁가를 기본으로 하되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을 쉽게 풀고, 지금의 시대상을 담아 재창작한 판소리 극으로, 그 안에 숨겨진 다양한 의미들을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공연이 될 것이다.
판소리 다섯 바탕 중 하나인 ‘수궁가’는 어릴 적 접한 동화‘별주부전'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수궁가가 조아라>는 수궁에서 살아 돌아온 토끼의 이야기 이면에 놓인 토끼와 자라의 삶에 주목한다. 물 속 세상과 물 밖 세상, 토끼를 속이는 자라와 용왕을 속이는 토끼, 간이 필요한 자라와 간을 절대로 줄 수 없는 토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수궁가'의 이야기가 다르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조아라는 고수토끼와 함께 유랑하는 일명‘구명 토끼'로 분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한 판 놀이로 풍자한다.
달리고 달려 빵빵한 스펙을 쌓았음에도 세상 살기가 막막해 수궁이라는 이상향을 꿈꾸며 떠나는 토끼는 헬조선의 N포세대 같고 자라는 평생 자식들을 책임지느라 성실히 살아온, 어디로도 떠날 수 없는 우리 부모님만 같다. 심지어 자라는 병든 용왕과 부패한 신하들 등쌀에 떠밀려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하는, 세상의 모든 '을'을 대표한다. 모두 짜인 시스템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을'들이다. 수국을 경험하고 돌아온 토끼와 물 밖 세상을 경험한 자라. 이들에게 위험한 세상과 부패한 수궁은 여전히 그대로일지 모르나, 이 둘의 만남을 바라본 관객들이 앞으로 또 어떤 울림을 만들어낼지는 두고 볼 일이다.
토끼가 수궁에 갔다 온 이야기를 듣기 위해 수많은 동물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북 치는 고수토끼와 함께 이곳저곳을 유랑하며 이야기판을 벌이는 토끼는 2년 전 자라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수궁에 가게 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혼란스러운 세상, 이리 휘둘리고 저리 쫓기다 보면 정작 자기가 뭘 원하는지도 알 수 없다. 아무리 달려도 늘 제자리인 토끼는 자라를 만나 수국(水國)으로 벼슬하러 가기를 꿈꾸지만, 막상 도착한 수국은 토끼의 간만 노리는 더 썩은 세상이다. 토끼는 번뜩 꾀를 내어 용왕을 속이고 세상 밖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번엔 수궁에 묶인 몸인 자라가 꺼이꺼이 울며 토끼에게 속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속고 속이고,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세상 속에서 토끼와 자라는 과연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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