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것으로 선고를 마칩니다.’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선고 시작부터 주문이 나올 때까지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이 7288자에 이르는 선고 요지를 또박또박 모두 읽어 내려간 21분 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은 탄식과 한탄을 번갈아가면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헌재가 공개한 결정문과 선고요지의 배치가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이 권한대행이 낭독한 탄핵사유는 공무원 임면권 남용, 언론의 자유침해, 세월호 사건에 관한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최서원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 순이었다. 이 권한대행은 공무원 임면권 남용과 언론의 자유침해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했고,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은 추상적인 문구와 함께 소추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듣는 사람에 따라 기각 결과를 연상하게끔 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 권한대행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밝혔다.
결국 8:0의 탄핵 인용으로 파면이 결정되었고, 5가지 탄핵 사유 중에서 1가지는 인용, 2가지는 증거불충분, 2가지는 대상 아님으로 판결했다. 탄핵 인용이 된 부분은 재산권 보장, 직업 선택의 자유, 기본권 보장 의무, 시장 경제 질서, 대통령의 헌법 수호 및 준수 의무 위배가 되었다. 또한, 헌재는 박 대통령이 검찰과 특별검사 수사를 거부한 점을 언급하며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면서 “이 사건 소추 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오·남용 행태가 국민 신임을 배반한 것은 물론 헌법을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국정개입을 허용하고 최씨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한 것을 탄핵 인용의 사유로 들었다. 재판관들은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요구한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헌재는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 의무 위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대외비 문건 47건을 최씨에게 유출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인정한 것이다. 이 밖에도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현대차에 최씨 지인 회사 11억원대 납품계약 및 최씨 소유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발주 압력, KT 광고 강요, 그랜드코리아레저 장애인 펜싱단 창단 후 최씨 소유 더블루K 에이전트 계약 강요, 롯데의 K스포츠재단 70억원 추가 출연 요구에 가담해 헌법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달라지는 대통령 예우…정치권, 헌재 결정 존중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불소추특권이 사라지며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다수 혐의를 가지고 있다. 또한, 특검 수사에선 최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를 돕는 대가로 433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약속한 혐의 등이 밝혀졌다. 구속 가능성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검찰의 구속기소가 결정되더라도 법원의 영장 발부까지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탄핵으로 퇴임한 대통령은 최대 10년간 경호·경비 외에는 다른 예우를 받을 수 없다. 탄핵으로 받을 수 없는 예우에는 교통·통신 및 사무실 지원, 본인과 가족에 대한 치료, 민간단체의 기념사업에 대한 지원 등과 함께 본인과 유족에 대한 연금이다. 그러나 이 예우는 사라졌다. 대신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국민연금의 액수는 대통령연금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한편, 정치권은 헌재 결정을 승복·존중하겠다면서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은 적극적 평가를 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헌재 결정을 존중·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사죄를 표시했다. 더민주은 “공정하고 정당한 결정”이라면서 “사회대개혁과 적폐청산, 국민통합에 매진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의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헌재의 고뇌와 숙의를 존중하고 인용 결정을 중하게 수용하겠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이번 국정농단 사건처럼 정치가 문제의 원인이 되는 시대를 끝내고 정치가 문제의 해법이 되는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은 “국정농단 세력을 심판하고,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국민과 함께 변화와 희망의 꽃을 가꾸겠다.”고 밝혔다.
마지막 주말 촛불집회…탄핵 반대집회 사망자 3명
11일 마지막 주말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20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탄핵 인용을 촛불 승리로 선언하고, 박 전 대통령 구속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퇴진, 국정농단 사태 공범자 처벌 등을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 적폐 청산도 요구했다. 이날 촛불집회에 앞서 ‘2017 촛불권리선언’으로 발표됐다. 선언은 촛불을 직접민주주의를 전진시키는 주권자 행동,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정당한 항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선언, 평화로운 공존의 권리 등으로 규정했다. 또한, 국가정보원·검찰 등 개혁, 18세 선거권 보장, 재벌총수 등의 범죄수익 환수 특별법 제정 등 10대 분야에서 실현할 100대 과제도 선정했다. 퇴진행동은 이날로 주말마다 열리던 촛불집회는 마무리했다.
이날 탄핵 반대집회 현장에서 판결에 불복하는 시위대가 극렬하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참가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명은 다른 참가자의 불법행위 결과 사망한 것으로, 다른 2명은 심장에 갑자기 문제가 발생해 사망했을 개연성이 제기됐다. 전날 경찰 소음차량 스피커에 맞아 숨진 김씨는 부검 결과 머리와 가슴 손상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이 나왔다. 당시 정씨가 경찰 버스에 탑승해 차벽차량을 들이받는 과정에서 뒤쪽에 있던 소음관리차량 스피커가 떨어졌다. 김씨는 이 스피커에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김씨 시신에는 특별한 외상이 없었고, 심인성 급사로 추정된다. 이씨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떠밀리는 과정에서 쓰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스피커에 맞은 김씨의 사망 원인을 제공한 정씨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 자택으로 옮긴 후 지지자들의 집회가 이어지자 바로 옆에 있는 삼릉초등학교 학부모들은 강남경찰서에 민원서를 제출하고, 16일 집회 금지 통고했다. 법원에도 집회금지 가처분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 특수본 2기 수사 본격화
특별검사팀은 지난 6일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13개 혐의를 공개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8개 혐의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의료법 위반 등 5개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이에 검찰은 27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전구속 영장을 청구하고, 서울중앙지법은 구속영장 실질심사 기일을 30일로 결정했다. 법원은 실질심사 기일을 정하는 동시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인장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기로 했다. 검찰은 28일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으로부터 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언론에 공개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검찰의 판단이 부당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중론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30일 자정 무렵에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박 전 대통령은 귀가할 수 있지만, 영장 발부시 즉각 구치소에 수감된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출두하게 되면 영장심사를 받는 첫 전직 대통령이 된다.
한편, 검찰은 SK그룹에 이어 롯데그룹으로 대기업 뇌물공여 수사를 착수했다. 검찰은 19일 롯데면세점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롯데는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 K스포츠재단에 75억원을 추가 지원했다가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돌려받았다. 롯데는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총 45억원을 출연했다. 검찰은 출연금의 성격을 뇌물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가성이 있을 경우 신동빈 회장 역시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우선 검찰은 보강 조사를 한 뒤 신 회장 소환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롯데 측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8일 검찰에 출석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최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등에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자금을 지원했는지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CJ그룹도 수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핵심 수사 대상은 뇌물수수 혐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에 대한 특혜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298억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개입한 혐의도 받는다. 비선의료진으로부터 성형시술을 받고 해외 사업을 도와줬으며,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개통한 차명폰을 사용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대선 국면이 전개되는 점, 구속 피고인들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점, 수사 장기화 시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수사가 신속히 이뤄졌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대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국민 대통합을 이유로 면죄부를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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