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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도서

시_오월 (류성훈)

오월  /  류성훈

 

 

혼이 베개에 묻을 만큼 오래 잠들고 싶던 날, 귓구멍에서 내 가려운 잠을 파냈다 모두가 뭉근한 불 위에 누웠던 때가 언제였을까 한 이불에서 발을 뻗었을 때가 언제였을까 혼자 왔다가, 혼자가 아니었다가, 혼자가 아닌 줄 알았다가, 혼자가 아니고 싶다가, 결국 혼자가 되는 삶들을 건조대에 널던 오늘은 달과 지구의 공전거리가 가장 멀었다 행성과 위성이 멀어도 지고 가까워도 진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 아무데도 살지 않는 가족을 떠올렸고 어디에도 연락하지 않았다 가족의 달에는 가족도, 가족 없는 희망도, 희망 없는 가족도 있으니 우리는 꼭 희망이 없이 살아도 나쁘진 않았다 그것은 단어에 불과하고 오타에 가까울 테니 가령 살아,라고 쓰다 사랑,이라고 쳤을 때 언제든 어떻게든 삶은 실수이고 그래서 아름다워 보였듯이, 내가 글을 쓰는 게 잠시 다행인 때가 있었듯이 잠 속에서, 잠 밖에서, 또는 마지막 이승에서 나는 더 많은 봄을 보고싶다 생각했다

 

 

 

(류성훈 : 문학박사, 2012 한국일보신춘문예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