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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하철 대장홍대선 역사 위치… 홍대 레드로드에 이전 놓고 일촉즉발 대치

국토부 역사 이전 기습 날치기 처리 9월말 착공 예정
문화 소멸·민생 피해·안전사고 우려

한여름 작열하는 땡볕 아래 분노의 외침으로 더욱 새빨갛게 타오르는 거리가 있다. 기자가 8월 11일 급한 발걸음으로 찾은 곳은 바로 홍대 ‘레드로드’이다. 대장홍대선 레드로드 역사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일동은 온몸이 햇볕에 그을려 가며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문화사수, 민생피해, 안전사고 우려로 레드로드 한복판 전철역 결사반대”의 구호가 하나의 거대한 목소리처럼 울려 일촉즉발의 긴장감까지 감돌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속내를 모르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관련 중앙정부 및 기업 종사자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위기 상황에 관심을 갖도록 현장의 긴박한 상황을 전한다.

 

뜨거운 감자 ‘대장홍대선’은

대장홍대선은 부천 대장 신도시와 마포구 홍대입구역을 잇는 총연장 21km 규모의 광역철도 노선이다. 정부는 올해 중 착공해 2031년 개통할 계획이다. 그런데 대장홍대선 역사가 레드로드에 착공될 것이라는 발표와 함께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분명히 짚고 넘어갈 점은 역사 위치가 레드로드이기 때문이다. 레드로드는 경의선숲길에서 당인리발전소를 거쳐 한강, 절두산성지를 연결하는 안전과 문화·관광·자연이 어우러진 관광특화의 거리이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2023년에 “길이 살아야 도시가 살고, 문화경제가 꽃핀다”라는 미래 청사진 속에 젊음과 열정의 상징인 붉은색의 ‘레드로드’가 탄생했다. 대한민국구석구석 한국관광 100선 가운데 9번째로 꼭 한번 찾고 싶고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선정돼 서울을 찾는 외국인 52%가 방문하는 명소로 거듭났다. 레드로드 지키기 최전선에 맞닥뜨린 지자체장들과 비롯해 상인과 시민 그리고 예술인은 “레드로드 한복판 전철역 결사반대”라고 강력하게 입을 모았다.

Q 지금 레드로드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최차수 상임위원장에게 듣는다.

대장홍대선 신설 알았으나 레드로드로 역사 변경 소식은 날벼락

처음 원안대로 홍대입구 사거리에 시행되어야

 

대장홍대선 역사 신설이 처음 예정되었던 위치가 아니고 지금의 레드로드로 바뀌었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7일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열린 ‘레드로드 역사 반대 비상대책회의’에 박강수 마포구청장님을 비롯해 홍대걷고싶은거리 상인회, 소상공인연합회, 레드로드 상인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입장을 공유했습니다. 6년 이상 장기 공사가 진행되면 완전히 폐허가 됩니다. 시공사 현대건설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엘지 오피스텔 건물이 역사 공사 구간과 일부 겹치는데 그곳 건물주 80%가 찬성을 했기 때문에 역사 설치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찬·반 동의를 얻으려면 한 건물내에서만 의견을 물을 것이 아니라 주변 상권 자영업자 및 시민들에게 미리 고지하고 공청회를 거쳐야 마땅합니다. 우리는 어떠한 연락을 받은 것이 없으므로 분명 잘못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공사가 진행되면 보도 축소, 관광객 접근성 저하, 소음과 공사 차량 유입 등 인근 상가의 영업 피해가 막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소상공인 1만명 이상 파산 예고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정부는 꼭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홍대입구역 사거리 방향으로 역사 위치를 변경해 줄 것을 강력히 청원합니다.

 

엄이태 공동위원장에게 듣는다.

무너져가는 소상공인 지뢰밭 앞에 선 병사 같은 심정

 

현재 예정된 역사 위치 레드로드는 특히 K-컬처를 즐기기 위해 여행 온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훨씬 매력적인 장소로 손꼽히는 핫플레이스이며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버스킹, 국제 댄스 페스티벌, 아트페어 등 연중 문화행사가 열리는 상권 중심부입니다. 또한 기존 주차장 길을 없애고 홍대 입구 중심가는 주말에 전면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사가 시작되면 연말·연시나 핼러윈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열리는 날에는 이태원 참사처럼 안전사고에 빨간불이 켜질 것입니다. 전문기관에서 조사한 환경평가 진단 결과에 따르면 역사를 변경하여 주변 보도 폭과 공간 확보로 보행 흐름을 분산시키고, 공사로 인한 지역사회 갈등과 피해 발생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코로나19를 이겨내고 다시 어렵게 쌓아 올린 공든 탑이 공사기간 6년 사이에 문화와 상권이 무너질 것을 생각하면 마치 지뢰밭 앞에 선 병사 같은 심정입니다. 상인들은 다 죽으라는 이야기입니까.

조강훈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장에게 듣는다.

세상을 바꾸는 힘 문화에서 나와

 

레드로드 문화를 지키려는 격앙된 목소리를 전해 듣고 바쁜 일정을 쪼개 잠시 들렀습니다. 홍대에 도착하니 예전 생각에 빠져들어 차에서 내려 잠시 주변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소년 시절 미술 실기시험을 치르러 홍대 왔을 때는 주변 풍경이 전철역도 없었고 온통 논밭이었습니다. 예술인이 되어 한때는 이 주변에서 건물 지하 및 3~5층에서 후배 양성을 하며 창작의 꽃을 피웠습니다. 그런데 30년 만에 상전벽해가 되었습니다. 레드로드라는 숲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공을 들였을지 짐작이 됩니다. 그런데 앞으로 6~7년간 공사를 하면 문화의 맥이 끊기고 대한민국 문화도 낙후시키는 겁니다. 한번 형성된 문화는 꼭 지켜야 할 것입니다.

실시간 국민청원 및 서명 현장을 나가며

홍대 레드로드를 지키려는 국민청원 및 동의 서명에 지나가던 20대 청년들이 결의에 찬 모습으로 서명을 했다. P곳곳에 걸린 현수막 문구는 상인들의 구구절절한 심정이 읽히고 또 모든 힘을 다해 저항하겠다는 결의가 거리를 꽉 메웠다. 또한 박강수 마포구청장, 백남환 마포구의회 의장 등 공직자들도 불볕더위도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지나가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레드로드가 없어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함께 걱정에 동참했다. 정부는 꼭 한 번 더 검증을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