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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철의 맛, 잠시 머물다 가는 달콤함

21세기에는 잊혀져가는 제철 과일이지만 얼마 전만 해도 사계절의 추억이 있었다.

 

(대한뉴스 이경화 기자)=가을이 무르익을수록 시장의 색은 짙어진다. 복숭아가 자취를 감추면 샤인머스캣이 등장하고, 감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제철 과일은 언제나 계절보다 한 발 앞서 우리 곁에 찾아와, 짧게 머물다 사라진다. 그 짧은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인지, 제철 과일 한 조각에는 늘 ‘지금 이 순간’의 감각이 스며 있다.

 

냉장고에 사시사철 같은 모양의 과일들이 있지만, 제철 과일은 다르다. 햇살의 농도, 바람의 향기, 땅의 온도까지 품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제철 과일을 먹는 일은 단순한 섭취가 아니라 계절과의 대화다. 사과의 단단한 식감에는 초가을의 서늘함이, 감귤의 향기에는 겨울의 시작이 스며 있다.

 

요즘은 제철의 의미가 흐려진 시대다. 수입 과일이 넘쳐나고, 비닐하우스 속 온도는 언제나 일정하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지금만 맛볼 수 있는 달콤함’은 흉내 낼 수 없다. 그것은 기다림과 그리움이 섞인 맛이기 때문이다.

 

제철 과일 한입을 베어 물면, 계절이 혀끝에 닿는다. 사라지는 맛일수록 마음에 오래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해마다 그 과일을 다시 기다린다. 제철 과일을 먹는 일은, 결국 지금의 나를 사랑하는 일이다. 잠시 머물다 가는 계절처럼, 이 순간도 언젠가 사라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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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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