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오래된 건물 지하 골목에 자리한 전통재래시장에 들어가 어느 식당 앞에 다다르자 매콤한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뜨거운 팬 위에서 볶아지는 소리까지 들려오는 듯하다. 그 냄새의 주인공은 바로 제육볶음이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유난히 밥을 부르는 음식이다. ‘제육’은 한자어로 돈육(豚肉) 또는 제육으로 표현하는데, 제육은 저육(豬肉)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돼지고기를 볶아낸 제육볶음은 고추장 양념에 돼지고기를 넣어 매콤하게 볶아낸 것으로 이 음식은 식당에서도, 가정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친숙한 메뉴다. 제육볶음의 매력은 무엇보다 강렬하면서도 익숙한 맛에 있다. 고추장과 마늘, 간장, 설탕 등이 어우러진 양념은 돼지고기의 기름기와 만나 깊은 풍미를 만든다. 여기에 양파와 대파, 때로는 양배추나 당근을 더해 볶아내면 밥 한 공기가 금세 비워진다.
돼지고기는 예로부터 우리 식생활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 식재료였다. 특히 서민들의 밥상에서는 값비싼 소고기보다 돼지고기가 더 자주 올랐고, 그 가운데서도 양념을 더해 볶아내는 방식은 고기의 풍미를 살리면서도 많은 사람이 함께 나누기 좋은 조리법이었다. 제육볶음은 또 ‘함께 먹는 음식’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식당에서는 넓은 접시에 담겨 나와 여러 사람이 젓가락을 나누며 먹고, 가정에서는 상추나 깻잎에 싸 먹으며 식탁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 준다. 매콤한 양념과 따뜻한 밥,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며 하나의 밥상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입맛이 없을 때에도, 제육볶음은 늘 밥상을 다시 활기 있게 만든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나 익숙한 맛, 그것이 바로 제육볶음이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이유일 것이다. 한 접시의 음식 속에는 우리의 생활과 기억이 담겨 있다. 오늘의 밥상 위에 오른 제육볶음 한 접시도 어쩌면 그런 이야기 가운데 하나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