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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이 사랑한 색깔은 뭘까?

빨강·노랑·초록 등 감정을 자극하는 색의 세계

(대한뉴스 강선자 기자)=세상은 다채로운 색채로 가득 차 있다. 또한 인류의 문명과 함께 발전해 왔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의 화려한 빛깔은 천상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중국의 황제는 노란 금빛 장식을 걸치고, 왕과 제후는 빨간색을, 신하들은 남색 또는 보라색 옷을 입어야 했다. 빨강, 노랑, 초록으로 보는 색의 무한 세계를 살펴봤다

 

폴 고갱이 예술을 완성한 색깔 빨강(Red)

폴 고갱은 20세기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끼친 화가다. 그는 생전에 인정을 받지 못한 탓에 가난한 삶을 살았고 화가로서의 좌절도 끊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타히티섬이라는 문명이 없는 곳에서, 원주민에게서 느껴지는 건강한 인간의 모습과 열대 자연의 밝고 강렬한 색채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예술을 완성했다. 작품 해변의 타이티 여인그림의 치마가 강렬한 빨간색이다그림을 더욱 빛나 보이게 한다.

빨강은 여러 문화와 시대를 걸쳐 그 색깔만큼이나 다채롭고 다양한 의미가 있다. 가톨릭교에서 빨간색은 예수와 기독교 순교자가 흘린 피를 상징한다. 피의 색으로 희생, 폭력, 용기와 관련이 있다. 로마 신화에서 빨강은 전쟁의 신 마르스(그리스 신화에서는 아레스)의 색이다. 로마 군사는 빨간 튜닉을, 장군은 다홍색 망토를 입었고, 전투에서 이겼을 때 전신을 빨간색으로 칠해 승리를 축하했다. 시각적 주목도가 강하고 사람들을 흥분시키거나 열정을 끌어내는 역할을 하는 색이기도 하다. 한국의 축구 응원팀은 붉은 악마라고 하여 빨간색으로 색을 맞춰 응원했다.

빨강은 부유한 지위와 신분을 나타내기도 한다. 고대 로마에서는 신부가 결혼할 때 빨간 숄을 걸쳤다. 그리스와 발칸반도 국가에서는 아직도 빨간 면사포를 쓴다. 중국은 빨간색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한다. 자금성의 벽은 붉은색으로 칠해 황제의 지위를 나타냈다. 20세기로 들어와서 빨강은 사회주의자의 혁명을 상징했다. 오늘날 그들에게 빨강은 신령스럽고 복을 가져오는 색이다.

빨강은 정지·금지·위험·경고를 뜻하는 안전색채의 의미도 있다. 소화기, 경보기, 긴급 정지 표지 등에 쓰인다. 언어 새빨간 거짓말처럼 아무것도 없다는 상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자비, 비옥함, 사랑을 의미하기도 한다. 긍정적 의미로는 따뜻함, 에너지, 흥분을 뜻한다. 남성성을 상징하여 정력 체력, 열정, 성욕과 같은 육체적인 에너지를 나타낸다. 부정적 의미는 분노, , 피로, 격렬한 논쟁을 나타낸다. 빨강을 너무 많이 사용하거나 톤을 잘못 선택하면 공격적, 대결적, 반항적으로 보일 우려가 있다.

반 고흐가 즐겨 쓴 색깔 노랑(Yellow)

빈센트 반 고흐는 노란색의 화가라고 불릴 정도로 노란색을 가장 많이 쓴 화가에 속한다. 고흐가 프랑스 남부로 이주하여 그린 풍경화와 정물화에는 항상 노란색이 가득 차 있다. 노란 해바라기, 노란 밀밭, 밤하늘의 노란 별과 마을의 불빛들까지 그의 화폭에는 노란색이 자주 쓰였다. 고흐가 왜 그렇게 노란색에 집착했는지를 분석하는 의견도 여러 가지다. 친하게 지내던 의사가 처방해준 약의 부작용으로 모든 사물을 노랗게 보게 되었다는 말도 있었다. 아니면 정신착란의 전조 증세로 세상을 노랗게 보고 집착하기 시작했다는 추측도 있었다.


'색채론'의 저자 요하네스 이텐은 "노란색은 여러 가지 색 중에서 가장 환한 빛을 발한다. 어둠 속에서 스며드는 빛에서 한줄기 희망을 보듯 노란색은 감춰져 있던 마음에 희망의 빛을 비추는 색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희망을 담고 있는 노랑은 통계적으로 6%의 남자와 여자가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황금, 보물, 화폐, 재물을 상징하기도 한다. 따뜻함과 친절한 느낌이 드는 덕분에 스마일 운동의 로고에도 사용됐다.

노랑은 저항의 의미로 쓰이기도 했다. 2014년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희생자를 기리는 상징적 색깔이 되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홍콩 학생들이 중국 정부에 대항하는 의미로 선택한 무기가 노란 우산이다. 2001년 태국에서는 탁신 총리가 총선에서 승리하자 재벌의 부패에 시위하며 노란 셔츠를 입었다. 이와 반대로 친재벌 시위대는 빨간 셔츠를 입었다고 한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황금빛 노랑이 지혜를, 고대 유럽에서는 노랑이 이성을 상징했다. , 노랑의 지혜는 태어나면서 갖추어진 본능적인 지혜가 아니라, 배움으로써 손에 넣는 지식을 상징한다. 노랑의 날카로운 지성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상당히 지적이고 뛰어난 판단력을 소유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날카로운 비판 정신이 지나쳐 빈정거림과 야유를 상징하기도 한다.

노랑은 운동 신경계를 활발하게 작용시켜 소화불량과 변비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식당이나 화장실에서 종종 노란색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단절감과 불안감을 주기도 해 맥박과 호흡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있다. 노랑은 가장 성스럽지만 악마적인 색으로도 알려졌다. 지혜와 깨달음의 색인 동시에 악의, 속임수, 지배욕 등의 파괴적인 특성들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랑의 부정적 의미를 살펴보면, 영어에서 노랑은 '비겁하다'라는 뜻을 가진다. 프랑스인들은 불안한 웃음을 노란 웃음'이라고 하며, 독일 미신 사전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겐 노란색 물건을 주어서는 안 된다, 결혼식에 노란색 꽃을 사용하면 불행이 닥친다등 불길한 색으로 묘사하는 부분도 있다. 축구경기에서는 경고의 의미로 'yellow card'를 사용하고 있다. 유치원, 학원 차 혹은 어린이들이 타고 있는 차 역시 주의를 요한다는 의미의 노랑이 사용된다.


수술복 색깔 초록(Green)

의사가 수술할 때 입는 복장의 색깔은 초록색이다. 왜 의사의 상징인 흰색 가운을 입지 않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흰색 수술복에 수술 중 빨간색의 피가 묻었다면 얼마나 선명하게 보일까. 흰색은 피의 색채와 명도 대비가 강하게 나타나 자극적으로 보일 것이다.

환자는 피를 보고 놀라 쇼크 상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빨간색과 초록색은 보색 관계이지만 빨간색이 강하게 보이지 않는다. 즉 초록색의 수술복이 빨간색 잔상을 흐리게 하여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인에게 녹색은 생동, 성장, 새로운 인생, 부활을 뜻하는 색이었다. 또 치유와 보호력을 나타내며, 에메랄드 같은 초록색 보석의 가루는 안구의 연고로 쓰이기도 했다. 중세까지 사람들은 녹색 광물을 이런 의학적인 목적으로 사용했다. 이슬람에서 녹색은 신성한 색인데, 모하메드의 현수막이 녹색이며 천국을 상징한다.

초록은 다른 색들처럼 모순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불교에서 초록색은 생명을 뜻하지만 연한 초록색은 죽음의 왕국을 뜻한다. 서양에서 초록색은 젊음과 성장의 색이지만 질병과 아픔,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

독성이 있는 초록색도 있다. 18세기 말 등장한 구리를 주성분으로 하는 선명한 초록색 물감은 유독한 비소를 사용해 제조됐고, 안타깝게도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

초록색은 스트레스 치료제이기도 하다. 색채 연구가이기도 한 괴테는 초록색에 관하여 더 이상 바라지도 않고 바랄 수도 없는 색이라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가장 안정된 색으로 정의했다. 초록색 칠판과 의사들의 초록색 가운, 교통 신호등이나 비상구 등에서 초록색으로 표현된 것들이 비슷한 이유다. 일하다가 심신이 지치고 힘들 때 심호흡을 하고 초록색으로 된 사물이나 산을 바라보자. 훨씬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기업에서 종종 전략적으로 초록색을 사용하는데 컬러 마케팅으로 성공한 브랜드 중에 S-Oil이 있다. 주유소는 운전자들에게 기름을 넣는 동시에 잠깐의 휴식 장소이다. S-Oil 브랜드의 초록색은 타 주유소 브랜드보다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준다는 평가다.

한편, 검정은 어둡고 슬픈 느낌을 주어 심리적 압박감을 준다고 한다. 자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죽고 싶은 심리의 촉매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빨강의 고채도 원색을 주로 접하고 사용하던 고흐, 마티스, 고갱 등의 화가들은 자살을 시도하거나 정신 병력이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림에서 원색을 활용한 보색 대비로 강렬하게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자주 접하고 보는 색상이 건강이나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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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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