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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도서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실력도 음악에의 열정도 프로 못지않는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인터넷 대한뉴스] 글 조선영 기자

▲ 세종문화회관 예선 당일 미멜과 카라스만돌린

 

우리 민족은 흥을 가진 즐거움을 아는 민족이다. 고단한 생활 속에서도 노래를 흥얼거리며 어려운 시절을 함께 이겨냈고 다시 일할 힘을 얻었다. 그리고 6, 70년대에는 트로트에 삶의 기쁨과 슬픔을 담아 서로 나누고 위로해주었다. 요즈음도 회식의 마무리는 노래방이고, TV 드라마에 나온 악기를 배우는 붐이 일기도 한다. 1990년대 초에는‘사랑을 그대품안에’라는 드라마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한 색소폰연주 장면 때문에 한동안 성인들 사이에서 색소폰이 크게 유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 또는 가족들 앞에서 노래나 악기로 근사하게 한 곡 연주하는 꿈을 한 번쯤은 꿔봤을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사람들이 바로‘생활예술오케스트라’단원들이다. 이들 중에는 학창시절에 음악전공의 꿈을 가졌으나 포기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노후에 즐거운 삶을 위한 취미로 함께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10월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을 시민예술제에 참가하기 위한 예선무대에 실력은 아마추어지만 감성과 음악에 대한 열정만은 훌륭한 대가인 50여 개팀이 참여했다. 그 뜨거운 현장에 유독 눈에 띄는 두 팀이 있었다. 고운 색색의 한복을 입는 45명의 어머니로 구성된‘미멜과 카라스만돌린’과 턱시도를 입은 42명의 색소포니스트로 구성된‘서울색소폰오케스트라’다.

 

 

 

미멜과 카라스만돌린, 미멜은‘아름다운 멜로디’, 카라스는‘기쁨’이라는 뜻

 

세종문화회관 2차 예선 때 어머니의 가슴으로 한땀 한땀 지은 고운 한복을 입고 무대에서 아리랑을 연주하는 그 모습은 충, 효의 정신과 클래식음악이 어우러진 모습이었고, 한분 한분이 모두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어머니였다. 이 팀을 분당의 정자동 연습현장에서 다시 만나봤다.

 

무더위 속에 한창 10월 본선 준비를 하고 있는 단원들은 마치 여고시절에 친구들과 음악실에 모여 연습하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이 팀의 윤자희 지휘자는 1차 음원 예선을 위해 단원들과 1박 2일 합숙을 하며 연습했고, 예선통과 소식을 듣고 실연 2차 예선을 위해 꼬박 두 달을 저녁까지 연습했다고 했다.

그 고된 연습의 여파로 부상자들이 속출하기도 했다며 웃으며 덧붙였다. 카라스 명선화 단장은 단원들 모두 두 달 동안 가족들의 배려 없이는 힘들었을 거라고 했다. 명 단장도 가족들의 식사는 사 먹이고 가정보다 만돌린연습에 올인했다며, 하지만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고도 했다. 명 단장은 잡지에서 처음 만돌린악기를 보고 소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이곳저곳 찾아보다가 우연히 모집광고를 보고 배우기 시작한 게 벌써 10년차라며 지금은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만돌린을 연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고 한다.

 

피아노학원을 운영했을 정도로 음악수준이 준프로인 미멜의 강순애 총무님은 7년 전 마음이 힘든 시절에 만돌린을 시작하면서 다시 행복을 찾아 너무 기쁘다고 했다. 이원애 단원은 가족들이 모두 악기를 하나씩 연주해 본인도 한 가지 악기를 배우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6년 전 만돌린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지금은 가족들이 자신의 연습과 연주 스케줄에 맞춰줄 정도로 든든한 후원자들이라고 했다.

 

그리고 무척 애교가 많아 보이는 최옥임 단원은 전원생활을 위해 시골로 이사를 가서 2차 예선 때 함께 하지 못해 너무나 아쉬웠는데 본선 때는 꼭 같이 하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최옥임 단원은 만돌린 배우는 과정에서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 그만두려 했는데 윤 지휘자가 4년제 대학에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4년만 해보라고 권해 계속한 게 벌써 7년이라고 했다.

 

오예숙 단원은 우연히‘걸어서 세계속으로’라는 프로그램에서 집시의 만돌린 연주를 보고 윤 지휘자와 5년째 인연을 맺었고, 이부희 단원은 친구와 함께 만돌린을 시작한 게 벌써 10년차라고 했다. 그리고 예선 당일 칠순을 맞이한 윤평자 단원은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고 좋아했었는데, 바이올린을 하다가 우연히 만돌린을 배우고 싶어 팀에 들어와 인사를 하는데 젊은 단원 한 명이“어 우리 엄마랑 동갑이시네”해서 한참 웃었다고 하며“난 아직 젊어”라고 한마디 덧붙였다. 유영미 단원은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성당에서 기도 중에 들려온 만돌린소리에 감동받아서 많이 울었다며 그 감동을 잊지 못해 3년 전 시작했다고 한다.

 

10년차 고하경 단원은 혼자하기보다 함께하고 싶은 악기를 찾다가 만돌린을 배웠고, 이연환 단원은 10년차로 연주할 때면 너무 행복하고 끝나고 나면 성취감에 신이 난다며 동료들의 명연주자라는 칭찬에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젊을 때 시작한 것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렇게 사연 있는 45명의 단원들 이야기를 모두 들어볼 순 없었지만 제1만돌린, 제2만돌린, 만돌라, 만돌첼로 이렇게 4파트로 나뉘어 각자의 소리가 모여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희열을 느끼며 연주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리고 이 팀은 해외 봉사연주도 많이 다니는데, 항상 한복을 준비해간다고 한다.

연주도 잘해야 하지만, 한복을 입고 연주를 함으로써 교포들에게 고향의 향수를 전해주고, 아이들에게는 우리조상의 숨결과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에 나라에서 주는 훈장이 있다면 이렇게 문화사절단으로 한복을 준비해서 아리랑을 연주하는 나라사랑과 어머니의 정신을 보여주는 이 팀이야말로 당연히 최고의 문화훈장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기자뒷말

 

우리엄마들은 남편과 자식을 위해 한평생을 산다. 하지만 우리들은‘엄마니까 당연하다’고 여기며 엄마를 외롭게 만들기도 한다. 가족을 위한 삶으로 시간을 보내고 나면 벌써 중년을 넘어선 나이가 되고 깜박깜박하는 모습에서‘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고민하고, 또 시간이 흘러 어느덧 인생의 노을을 맞게 된다. 미멜과 카라스 만돌린은 아름다운 노을을 준비하기 위해 함께 모여 음악을 통해 혼자의 고독한 길보다는 동행이라는 행복한 길을 선택한 우리 엄마들이 있는 곳이었다. 단원들이 연주하는 만돌린의 선율 위에 행복이 함께 떠다니는 것이 보였다. 취재를 하면서 기자도 우리 엄마단원들과 맘껏 수다를 떨며, 그 안에 있는 행복을 한 아름 선물로 받고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다.

 

 

 

 

 

 

 

노련함에서 나오는 카라스마를 가진 윤자희 지휘자

 

꼭 유명한 대학을 나오고 공부를 많이 해야 훌륭한 지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팀을 이끄는 리더십과 단원들의 절대적인 신임이 우선일 것이다. 미멜과 카라스만돌린의 윤자희 지휘자는 세종문화회관 예선무대에서 거의 30년에 가까운 연륜에서 나오는 여유로움이랄까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무대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우선 칠순을 맞은 단원을 소개하고 긴장하고 있는 단원들을 풀어주며 심사위원들을 향해“우리는 경연에 나온 것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하려고 나왔어요”라고 말하는 순간 단원들은 이곳이 대회장이 아니라 항상 연습을 하던 연습실이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연주를 시작했을 것이다.

평소에도 한 명이라도 찾아오면 가르쳐주고 팀에 함께 연주할 수 있게 차근차근 알려준다고 했다.‘연주를 잘 못해도 화를 낸 적이 없다’고 단원들이 말하자“왜 화가 안나겠어요? 저는 많이 내려놓는 편입니다. 내가 욕심을 가지고 더 잘하려고 해도 그 실력의 차이는 얼마 되지 않고 마음만 상하지요. 연주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듣는 사람도 행복해요. 프로들은 무대를 고르며 연주를 하지만, 우리는 부르는 곳은 어디든 가서 기쁘게 연주하고 박수 받고 행복을 느끼며 돌아옵니다. 앞으로도 행복하기 위해서 우리 팀원들과 연주할 겁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4년 8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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