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한뉴스]글 이선아 기자 | 사진 서연덕 기자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창경궁에서 한국 고궁의 가을과 차(茶)가 어우러진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전 세계 다인들이 참석하는 세계선차문화교류대회 들차회가 바로 그것. 들차회는 야외에 찻자리를 마련해 차를 마시는 자리로 자연과 더불어 차향을 음미하며 휴식을 취할뿐더러 명상의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웰빙(Well-being)’ 행사다.
세계선차대회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월간 ‘차의 세계’가 주관하는 세계선차문화교류대회는 세계인들의 차문화 축제다. 이번 행사는 ‘한국 속의 세계 선차 문화’라는 주제로 선차 문화를 주도하는 세계 다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세계선차문화교류대회는 중국과 대만에서 개최된 지난 여섯 차례의 대회와 달리 한국에서는 처음 열려 그 의미를 되새겼다.
정신수양의 향기
야외에 자리를 마련하고 여러 명이 차를 나누어 마시는 들차회. 격조 높고 품위 있는 고궁인 창경궁에서 열린 만큼 한·중·일 250여 참석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번 들차회는 두 가지 형식으로 진행됐다. 미리 정한 참가자가 공고사항에 맞춰 약정한 시간에 찻자리로 이동해 차를 나누는 무아차회, 참가자가 자유롭게 찻자리를 준비해 손님께 차와 다식을 드리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의 두리차회로 열린 것이 특징. 무아차회는 조용한 가운데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찻자리가 이어지고 두리차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대화와 차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 차 문화의 일면을 엿볼 수 있던 것도 이번 행사의 큰 특징이다. 중국인 참석자들은 둥글게 모여 앉아 자유로운 분위기로 손님을 맞이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인 짱셩 씨는 “한국의 고궁에서 이렇게 들차회를 가지니 무척 좋다”며 “이번 한국은 첫 방문이지만 한국인들이 정이 많아 기분 좋게 여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인들의 다도는 조용하고 경건한 가운데 진행됐다. 기모노를 곱게 차려 입은 일본인들은 엄숙하게 다도를 시연하여 눈길을 끌었다. 차를 대접하는 사람을 일생에 한 번밖에 만날 수 없는 사람처럼 귀하게 대해야 한다는 ‘일기일회’를 강조하는 일본 다도. 평소 보기 힘든 광경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한편 이번 들차회의 총괄 진행을 맡은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전정애 교수는 “시민들과 세계인이 어울려 다양한 차를 고궁에서 즐길 수 있고 우리 전통문화인 차 문화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또한 “차는 ‘정신수양의 음료’라며 이런 좋은 자리를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갖는 시간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정애 교수는 이번 행사의 위원장이자 평소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효부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아흔을 바라보고 있는 시어머니와 함께 들차회를 찾아 훈훈함을 더했다. 전 교수의 지인들은 “행사 때마다 함께 동행하시는 모습이 아름다고 본받고 싶다”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 “전 교수가 시어머니와 함께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깊은 차의 향처럼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따뜻한 마음을 전달한 듯해 모처럼 보기 좋은 광경”이라고 칭찬일색이었다.
우리나라 선차 문화 세계에 알려
들차회에 앞서 세계선차대회조직위원회는 지난달 1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제7회 세계선차문화교류대회를 개최했다. ‘세계 속의 한국 선차문화’를 주제로 열린 이날 대회는 지난달 18일 오전 9시 30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공연장에서 개막했다. 이어 한국 국제선차문화연구회와 하동녹차연구소의 공동 주관 하에 세계선차 학술대회가 열렸다. 45편의 논문을 엄선한 가운데 국내외의 18명의 학자들이 열띤 발표를 해서 눈길을 끌었다. 19일에는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4개국 15개 팀이 선보이는 세계선차공연이 진행됐으며 오후 6시 30분에 리버사이드호텔에서 만석을 이룬 폐막식이 거행됐다.
사실 세계선차문화교류대회가 7회를 맞기까지는 한 사람의 공이 크다. 바로 세계선차대회조직위원회 위원장이자 월간 ‘차의 세계’ 발행인인 최석환 씨다. 한 사람의 ‘다도문화’ 사랑이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고,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날 전 세계인의 차 행사로 발전할 수 있던 것이다. 들차회 자리에서 많은 다우들은 오랜만에 만난 다우와 담소를 나누며 최석환 위원장에 대해 공로를 아끼지 않았다. 보는 이들마다 “행사를 여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라고 하자 최석환 위원장은 “제가 뭘 애쓴 게 있나요. 차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라고 공을 돌렸다. 또한 그는 “제가 만든 차 기(旗)가 이번에 한국을 떠나면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다”며 아쉬운 마음을 밝히기도 했다.
차에 대한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던 행사에서 기자는 오늘의 자리가 있기까지 한 사람의 공이 컸다는 걸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중국과 일본을 수차례 오가며 이날 이룬 것이 그동안 그가 꾸준히 노력한 땀의 대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국내 차 문화를 알리기 위해 애 쓰고 있는 최석환 위원장에게 ‘수고했다’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가고 있는 그에게 박수라도 보내고 싶다. 차는 화려하지 않다. 조용히 퍼져나가며 자신의 향을 널리 퍼트린다. 이러한 모습은 최석환 위원장과도 비슷하다. 내년에는 그의 이런 뜻이 전해져 더 많은 다우들과 전 세계의 다인들이 함께 하길 바라며 다음 행사를 기대해 본다. 한편 <대한뉴스>는 앞으로도 국내 차 문화를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는 많은 곳을 탐방해 독자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차 문화를 사랑하는 독자들의 많은 기대 바란다.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2년 11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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