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한뉴스]글 조애경 기자 | 사진 안지형, 엄명하 기자
“낳아주시고 길러주셔서 고맙습니다”
제41회 어버이날을 맞아 지난달 4일 서울 종로 탑골(파고다)공원에서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이벤트가 진행됐다. <대한뉴스> 주최로 해마다 진행되는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이벤트는 탑골공원을 찾은 60세 이상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대상으로 가슴에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한 끼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간식을 나누어드리며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달해왔다.
윤기옥(75) 할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서울 종로 낙원상가 근처를 거닐다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평소 길을 걷다 쉬어가는 벤치 넘어 ‘파고다공원 정문에서 간단한 간식을 나누어준다'는 희끗희끗한 벽보를 발견한 것. 시력이 좋지 않아도 한 번에 알아챌 만큼 큼지막한 손 글씨를 보니 매해 찾아오는 이들이 또 왔구나 싶었다.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애틋하게 시작하는 글귀에 10년 가까이 못 본 손녀 생각이 스친 윤 할아버지는 서둘러 파고다 공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을 두고 발걸음을 재촉한 것이 얼마 만인가' 싶은 찰나 도착한 정문 앞. 이미 그곳은 먼저 온 노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말 많은 최 영감도, 안 보인다 싶던 박 영감도 대열에 끼어 있다. 처음에는 무슨 날만 되면 북적거리다 사라지는 사람들한테 괜히 심통도 부렸지만, 이제는 자식도 찾지 않은 늙은이를 매해 꾸준하게 찾아오는 이들이 마냥 고맙기만 하다.
나눔 현장, 따뜻한 손길 이어져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탑골공원 일대가 붉게 물들었다. 손수 만든 카네이션으로 가슴을 붉게 물들인 1,000여 명의 독거노인 때문이다. 이날 일일이 어르신들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린 박점희 (사)한국어머니 배구연맹 회장은 “간식을 받고 기뻐하는 어르신들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며 “이번 이벤트를 통해 평소에 전하지 못했던 어버이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어버이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특별한 추억도 쌓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나눔 현장에는 따뜻한 손길도 이어졌다. (사)한국어머니 배구연맹, 삼청로타리클럽, 종로 주목산악회, (주)쿡시 자연을 담은 차통, 노지기회 등 회원들은 간식 포장부터 배식, 뒤처리까지 봉사활동에 적극적이었다. 또 정직한 기업 삼육두유에서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검은 곡류 브랜드 바람을 일으킨 유기농 검은참깨 두유, 삼청로타리에서 고급 빵과 한과 명인으로 잘 알려진 김규흔 신궁전통한과의 최상품 약과 등 어르신들에게 제공된 영양가 있는 간식도 대가를 바라지 않은 선행의 결과물이었다.
엄경섭 삼청로타리 회장은 “이번 행사는 단순히 보이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충효사상이 배어 있는 뜻있는 행사”라며 “아무리 생활수준이 나아졌다고 해도 아직도 아침, 점심을 거르시는 어르신이 많다. 앞으로도 소외된 이웃과 어르신들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어르신들에게 향이 살아 있는 진한 생강차를 대접한 (주)쿡시 자연을 담은 차통 정은순 대표도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가슴에 꽃을 단 어르신을 마주할 때마다 부모님 생각이 났다는 정 대표는 “우리는 전통적으로 어른을 섬길 때 뭐든 최고를 올렸다. 예를 들어 제사상에 과일도 제일 큰 것, 고기도 가장 좋은 것을 올리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국산 토종생강을 고유의 기술로 저온 숙성한 최상급 생강차를 대접했다. 효(孝)를 담은 생강차 반응이 좋아서 덩달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봉사단체인 노지기회 신민철 회장은 “어르신들이 어깨를 펴고 더욱 당당하셨으면 좋겠다”며 “이번 행사가 점점 사라져가는 어른에 대한 존경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효,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행사를 주최한 김원모 <대한뉴스> 발행인은 “세월이 흘러 노을과 함께하는 나이가 되었을 때 봉사자에게 받는 고마운 손길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한데 모았을 뿐”이라며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행사가 올해로 17회를 맞았다. 어른을 섬기고 공경하자는 취지에 공감한 박점희 (사)한국어머니 배구연맹 회장도 행사를 함께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고, 해마다 뜻을 같이하고자 하는 분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버이날을 맞아 곳곳에서 어르신들에게 행복한 웃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이 있는 5월에 직장인들은 특히 어버이날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조사기관이 최근 남녀 직장인 562명을 대상으로 ‘5월 가정의 달 지출 계획'을 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81.1%가 가장 부담스러운 날(복수응답)로 어버이날을 꼽았다. 이는 선물과 용돈 등 경제적 지출이 많은 데다, 바쁜 와중에 시간을 쪼개서 여행 또는 식사 자리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이에 김 발행인은 “5월 8일만 어버이날이 아니라 1년 365일이 어버이날이다. 어버이 은혜를 곱씹고 감사한 마음을 항상 가져야 한다”며 “현금만 챙겨드리면 할 도리를 다한 양 부모 앞에서 큰소리를 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식에게 무시당하면서 용돈을 받았다고 좋아하는 부모는 없다. 부모님을 통하지 않고 이 세상에 바로 나온 사람이 있는가. 그런데도 우리는 삶에 치여 부모님을 잊고 산다. 부모님을 정성껏 모시지 않고는 내 자식에게 존경을 받을 수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김 발행인은 “종이 카네이션을 부모님 가슴에 달아드리며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은혜에 보답하겠노라 약속한 마음이 무뎌지고 있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점점 무뎌지는 그 마음을 돌아봐야 한다”며 “내 자식을 훌륭하게 키우고 싶다면 부모님의 취미와 가장 잘 잡숫는 간식 하나 정도는 알아야 한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효의 시작은 작은 관심이다.
물질적인 무언가를 얼마만큼 해드릴까 고민하기보다 부모님께서 좋아하는 간식을 사 들고 자녀의 손을 잡고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 매일 아침저녁으로 안부를 묻는 것이 부모님을 더 기쁘게 한다. 현재 부모님의 모습이 훗날 내 모습이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떠들썩한 어버이날은 뒤로하고 자문해보자. ‘부모님이 가장 잘 잡숫는 간식을 나는 알고 있는가.'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3년 6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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