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한뉴스] 글 이선아 기자 | 사진제공 연합뉴스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음력 8월의 한가운데 혹은 가을의 가운데 날로 ‘한가위’라고 불리기도 하는 추석.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수확을 감사하는 명절인 추석은 신라 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절이다.
예부터 추석에는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며 마을 잔치를 벌였다. 추석 이튿날에는 ‘반보기’라 해서 여성들이 모처럼 친정 나들이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오늘날에도 친정을 방문하는 풍속은 이어지고 있다. 설날과 더불어 추석에도 고향방문을 위한 귀성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1989년 연휴가 3일로 길어지면서 명절 민족 대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상인들 추석 대목 잡기 ‘한창’
추석과 같은 민족 대명절은 상인들에게 반가운 날이다. 추석 대목에 한몫 단단히 보기 위해 평소보다 두 배, 세 배의 물건을 마련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것은 당연지사. 북한과 휴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56년에도 추석 시장 풍경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1956년 9월 17일 동아일보의 한 기사를 살펴본다.
‘해마다 추석맞이에 가장 크게 대목을 보는 것은 역시 유과며 과일이며 하는 제물거리를 파는 장사들. 그러나 어제 남대문 시장 유과 상을 찾았더니 어찌 된 명문인지 금년에는 그다지 팔리지 않는다고. 추석을 며칠 앞두고는 주로 지방에서 소매상들이 서울에 올라와서 사간다고 하는데 올해는 지방에서 유과를 사러 온 사람들이 도무지 없었다고 한다.
한편 고무신 가게는 전혀 딴판. 주로 여자 고무신과 어린이들의 꽃신을 많이 갖다 놓았는데 이것이 추석을 약 일주일 앞두고부터는 부쩍 많이 팔리기 시작. 어제 현재로 평상시의 매상고의 약 2배를 팔았다고. 과일장수도 이번 대목을 보기 위해서 지방으로부터 감. 사과, 배 등 여러 가지 과일을 어느 때보다 많이 올려놓고 ‘대목’을 보려고 잔뜩 벼르고 있고…. 그러나 가장 흥성대는 곳은 역시 고깃간.
시내 고깃간에는 지금 대목을 기다리는 듯 다섯 여섯 마리의 쇠고기가 매달려 있는데 고깃간 사람들은 “아직은 많이 팔리지 않고 있으나 추석 바로 전날이면 고기 자르는 칼에 불이 나도록 사러오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며 지금 생각으로는 한몫 단단히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못 기쁜 듯한 표정.’
이렇듯 과거에 추석은 잔치 준비로 모처럼 왁자지껄한 날이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초라해지는 날이기도 했다. 1966년에는 추석 전에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한 가정주부가 돈이 없어 추석음식을 제대로 준비 못 해 자살한 것이다.
당시 9월 20일 자 경향신문을 살펴보면 이렇다. ‘추석을 앞둔 28일 밤 10시 45분 김동화 여인(40. 금호동)이 집에서 음독자살했다. 김 여인은 돈놀이를 하다가 돈을 떼어 추석이 다가왔으나 남편의 구박과 떡을 해달라고 졸라대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음독, 국립의료원에 입원 중 숨졌다.’
변화하는 도시의 추석
지금이야 명절에 상품권을 선물하는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지만 1970년대에는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상품권이 대량소비시대의 상징’처럼 여겨진 것이 그 시대의 시각이다. 1975년 9월 19일 경향신문에서는 ‘이해 타산, 낭비풍조 여전 도시’라는 제목으로 도시의 추석 문화에 대해 비판했다.
‘도시의 추석 기분은 백화점과 슈퍼마켓 그리고 귀성객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수십만 장씩 쏟아지는 상품권이 대량소비시대의 상징처럼 뿌려지는 게 특색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햇과일, 햇곡식으로 오붓한 추석상을 차리려고 시장에 나오는 주부들의 발길에서 추석이 가까워져 오고 있음을 알았지만 이제는 백화점, 슈퍼마켓, 유흥가의 요란한 선전포스터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친지나 이웃을 찾아 인사를 나누는 오랜 풍속도 번거로운 도시생활 속에서 차차 잊혀가고 있다. 송편을 넉넉히 빚어 가난한 이웃에 나눠주고 평소 존경하던 분이나 웃어른에게 인사 다니는 대신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해관계를 따라 선물꾸러미가 분주히 오간다.
사업을 꾸려 나가기 위해,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청탁을 위해 노리는 목적이 각가지다. “매년 과일상자를 사가는 사람이 줄고 있다”는 상인들의 얘기에서 선물로는 상품권이 점차 많이 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간편한 종이 한 장으로 인사를 치르고 거기에 적인 액수로 보내는 이의 정성을 가늠하려는 세태다.’
컴퓨터에서 추석 선물을? ‘신기’
국내에 PC 통신 문화가 정착되면서 추석 무렵에 온라인 장터가 열리기도 했다.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추석 선물을 살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신기하게 느껴지던 때다. 1998년 9월 21일 자 한겨레신문에는 ‘컴퓨터 안에 추석 장터 열렸네’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상거래 서비스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해놓았다.
‘추석 선물 할인판매 장터가 인터넷과 피씨 통신에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쇼핑 시간을 아껴 추석 선물을 안방에서 장만하려는 사람들에게 제격인 온라인 상거래 서비스다.
추석 선물 정보방에서는 최대 60%까지 값을 낮춘 종합선물세트, 전통술, 건강식품 등 기획 상품들을 따로 모아 전시하고 있다. 실물 사진과 간단한 상품 소개 글을 본 뒤 그 자리에서 전자지갑이나 온라인 송금, 신용카드 결제 등 방식으로 대금을 치르면 된다.’
한가위는 가족과 함께
2013년 올해 추석은 어떤 모습으로 후대에 어떻게 기록될까. 올해는 9월까지 늦더위가 지속될 것이란 예보가 나오면서 추석선물로 더위에 약한 신선식품보다는 가공식품이나 공산품에 대한 선호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포털 사이트 쇼핑 카테고리에서 ‘추석선물’을 검색하면 10만 건 이상의 상품이 나오며, 올 추석 선물세트로 ‘중저가 실속형’이 대거 등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추석문화도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지 않은 건지.
다만 50여 년 전과 변함없는 것들도 있다. 바로 ‘추석물가’와 ‘귀성본능’이다. 추석선물세트 값이 오른들, 기름 값이 오른들 고향을 찾아 가는 우리의 마음은 그래도 들뜨기만 한다. 올해는 주말을 포함해 추석 연휴가 5일이나 된다. 유난히 긴 연휴인 만큼,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는 시간을 오래도록 나눠보자.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3년 9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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