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한뉴스]글 이선아 기자 | 사진 연합뉴스
오는 30일은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다. 추석 무렵 어머니나 아버지를 따라 목욕탕에 갔던 경험이 누구나 한두 번은 있을 터. 지금이야 집에서 목욕을 하는 게 보편화 되어 있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온 가족이 목욕탕에 가는 일은 연례 행사 중 하나였다. 그래서일까. 묵은 때를 박박 밀어주던 어머니의 매운 손길이 추석 무렵이면 그리워진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목욕탕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방영된 적 있다. ‘시월드(시댁을 지칭하는 신조어)’에 갓 입성한 차윤희(김남주 분)에게 시어머니와 시할머니 게다가 동서까지 함께 목욕탕에 가야 하는 시련(?)이 온 것.
차윤희는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목욕탕에 안 가려고 하지만 결국 시어머니 손에 끌려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목욕탕에서 나올 때는? ‘시월드’에서 신나는 롤러코스터라도 타고 나온 것처럼 홀가분한 마음이 되어 왼쪽에는 시어머니, 오른쪽에는 시할머니의 팔짱을 끼고 당당하게 나온다. 역시 사람 친해지는 데는 홀딱 벗는 게 최고라는 시할머니의 대사가 가슴 속 깊이 새겨지는 부분이었다고나 할까.
대중목욕탕의 역사
사춘기 시절 어머니와 함께 대중목욕탕을 가는 일을 무척 꺼렸다. 벗은 몸을 보여주기도 민망하고 보기도 민망했다. 몇 년 동안 어머니와 함께 가지 않은 대중목욕탕을 가게 된 건 스무 살이 훌쩍 지나서였다. 어머니가 등을 밀어주는데, 어린 시절에 느꼈던 매운 손맛은 온데 간 데 없고 어깨와 허리 사이를 반복하는 나약한 움직임만 느껴졌다.
어머니의 등을 밀어주면서 비애감은 더 커졌다. 금방이라도 푹 내려앉을 것만 같은 앙상한 뼈마디를 보고 때수건을 세게 밀지조차 못했다. 어머니는 ‘지금 간질이는 거냐, 때를 미는 거냐’라고 놀리셨지만 당시 나는 때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다.
어머니와 딸 혹은 아버지와 아들이 오순도순 서로의 등을 밀어주는 모습은 훈훈하기 그지없다. 아이에게는 추억을, 부모에게는 사랑을 키울 수 있는 것이 바로 ‘대중목욕탕에서 때 밀어주기’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광경을 보기 어렵다. 대중목욕탕 자체가 남아 있는 지역이 드물기 때문이다. 대중목욕탕 표시(♨)를 멀리서만 봐도 반가운 마음이 드는 건 비단 나뿐일까.
사실 국내 대중목욕탕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은 편이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동네 개울이나 냇가에서 목욕을 즐겼고, 겨울에는 부엌이나 헛간에서 물을 데워서 목욕을 했다. 돈을 내고 목욕하는 대중목욕탕이 한국에 등장한 시기는 일제강점기다. 이 마저도 쉽지 않았는데, 일본인들이 대중목욕탕 설치를 시도했다가 조선인들의 큰 반발에 부딪쳤기 때문. 유교적 전통에 익숙한 조선인들은 여러 사람이 한 곳에서 목욕을 하는 것을 수치스러운 행위로 여겨 이를 거부했다.
그래서 1924년이 되어서야 대중목욕탕은 어렵사리 평양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됐다. 특이한 사항은 목욕탕을 시(市)에서 관리한 점이다. 이런 영향을 받아 광복 후에도 대중위생을 위한 복지시설로 지방자치단체가 목욕탕을 지어 공무원이 운영과 관리를 맡기도 했다.
한편 대중목욕탕은 그리스 문화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스·로마 시대에 대중목욕탕이 전성기를 이뤄 13세기까지 유럽 각지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중세에 이르러 대중목욕탕 문화가 난잡해졌고, 남성과 여성이 함께 목욕하는 일도 빈번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기 기독교인들은 대중목욕탕을 방탕하고 지저분한 곳으로 간주했다. 대중목욕탕에서의 목욕을 금기시했기에 제대로 씻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전염병이 퍼져 나갔다.
이 정도 문제면 목욕문화를 다시 장려할 법 한데, 중세 사람들은 체내에 세균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땀구멍을 막아야 한다는 비뚤어진 결론을 내기에 이른다. 17세기의 유럽인들은 깨끗한 수건으로 몸을 닦는 것으로 목욕을 대신했고 이런 문화는 계속 이어진다. 청결상태가 좋지 않으므로 세균 감염이 빈번했으며, 그 결과 페스트에 걸려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는 일까지 생겼다.
목욕으로 미녀 되기
천하의 미녀로 알려진 클레오파트라와 양귀비는 목욕하는 방법도 남달랐다. 클레오파트라는 매일 당나귀의 싱싱한 젖을 넣은 물로 목욕했고 양귀비는 어린 아이의 오줌을 섞은 물에 몸을 담갔다. 클레오파트라나 양귀비와 같은 미녀가 되고 싶다고 이러한 방법은 쓰지 말자. 당나귀의 싱싱한 젖을 구할 곳을 알아내고 어린 아이의 오줌을 목욕물에 넣을 강단이 있다면 모를까 말이다. 대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도 피부 미인이 될 수 있으니 이를 이용해 보자.
20분의 황금시간
대중목욕탕을 이용하면 시원하게 때를 벗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집에서의 목욕은 개인적인 공간에서 마음대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욕조 목욕을 통해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 보자.
욕조 목욕의 포인트는 물의 온도다. 42도가 넘는 물이라면 10분 이내로, 40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이라면 20분 이상 목욕을 하는 게 효과적이다. 특히 입욕제가 포함된 허브 오일은 각각의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체질에 따라 맞춰서 활용하자.
캐모마일이나 라벤더와 같은 에센셜 오일은 스트레스로 굳은 신경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불면증 해소에 좋다. 미지근한 물에 오일을 5방울 정도 떨어트린 후 욕조 안에 20분 정도 누워있으면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울한 기분으로 고민이라면 과일류의 오일을 추천한다. 오일을 구하기 어렵다면 오렌지, 귤, 레몬의 껍질을 이용해도 된다.
샤워로도 기분을 전환할 수 있다. 샤워기의 수압이 적당하면 마사지 효과까지 볼 수 있어 일석이조. 뜨거운 물에 타월을 적셔 꽉 짠 다음 어깨에 올리는 것을 반복하면 뭉친 근육이 풀리면서 신경을 이완해준다. 샤워 마지막에는 찬물로 10초 정도 온몸을 적시는 것을 잊지 말자. 뜨거운 물에 축 늘어진 피부의 탄력을 증가시켜주고 신진대사를 높여 몸을 활기차게 하는 효과가 있다.
매일 20분 정도의 목욕은 피부를 건강하게 하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까지 깨끗이 날려 버릴 수 있는 최고의 ‘처방’이다. 요즘 과도한 스트레스로 심신이 지쳐있다면 오늘부터 매일 욕조에 20분씩 들어가 그 피로를 풀어 보자. 다음날 훨씬 상쾌하고 맑은 기분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피부미인 목욕법
술: 술을 물에 넣으면 뜻밖에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이 혈관을 넓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체내 노폐물을 제거해 피로 회복에 효과가 있기 때문. 체온보다 12도 정도 높게 데운 물에 술 720㎖ 정도 넣으면 적당하다.
우유: 우유를 넣은 물로 목욕을 하면 건조하고 튼 피부, 민감한 피부, 주부 습진으로 갈라지고 부은 피부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 우유에는 수분과 영양을 주는 작용도 있다. 40도 정도의 물에 우유 1ℓ쯤을 섞어 목욕을 즐겨 보자.
커피: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의 작용으로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졸음도 물리칠 수 있다. 커피 원두에는 지방이 함유돼 있어 피부를 곱게 만드는 작용도 한다. 거칠게 갈아낸 커피를 냄비에 넣고, 마실 때보다 조금 짙게 달인 다음 그 즙 1ℓ를 탕에 섞는다. 마실 때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를 자루에 넣은 후 욕조에 담가도 된다.
해조류: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이 많이 함유돼 있어 미용과 건강 촉진에 효과가 있다. 식용으로 쓰는 해조는 모두 쓸 수 있다. 생미역 3~4줄기를 욕조에 넣고 목욕하거나 적당한 크기로 잘라 자루에 담아 쓰면 된다. 말린 미역은 물에 불려서 그 즙도 함께 사용한다. 다시마는 3장 정도를 2~3㎝ 폭으로 자른 후 물 2.5~3ℓ에 넣고 달인 즙과 건더기를 함께 욕조에 넣는다. 염장품은 소금기를 빼고 쓰자.
전분욕: 전분(녹말가루) 1컵과 베이킹 파우더 1컵을 물에 잘 반죽한 후 미지근한 물을 받아놓은 욕조에 잘 푼 다음 20분 정도 목욕한다. 건조한 피부, 아토피 피부염라면 특히 보습효과를 볼 수 있다.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2년 9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교보문고, 영풍문고, MBC(내), 반디앤 루니스, 테크노 마트 프라임 문고를 비롯
전국 지사 및 지국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 보기 쉬운 뉴스 인터넷대한뉴스(www.idhn.co.kr) -
- 저작권자 인터넷대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