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한뉴스]글 박현 기자 | 사진 연합뉴스
유럽·중남미 한류팬 늘어
한류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그동안 주로 중국, 일본 및 동남아시아 지역에 국한됐던 한류가 이제는 중앙아시아와 아랍권을 넘어 프랑스를 기점으로 한 유럽과 멕시코, 브라질, 페루 등 중남미로 그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이끌고 있는 선두주자는 바로 한국의 대중음악인 K-pop이다. K-pop은 최근 유럽에까지 마니아층을 형성시키는 가운데 10~2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호응도를 넓혀가고 있다. 또한 대중음악과 함께 영화, 드라마 등 한국의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제 많은 이들이 한류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경향을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 한류팬들 열광적 반응
지난 6월 유럽 최초의 K-pop 공연이 프랑스 파리에서 펼쳐졌다. 바로 ‘2012 한국 방문의 해 기념’ SMTOWN LIVE WORLD TOUR in PARIS 공연이 파리 소재 공연장 ‘르 제니스 드 파리(Le Zenith de Paris)’에서 열린 것이다. 이 공연에서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f(x) 등 5개의 국내 정상급 아이돌그룹은 무대를 압도하는 노래와 춤,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1만4,000여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프랑스는 물론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스웨덴, 폴란드 등 유럽 전역에서 온 관객들은 그간 주로 인터넷, 특히 유튜브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 온라인을 통해서 접해오던 K-pop을 공연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며 뜨거운 열기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이처럼 이번 공연이 한류의 유럽 상륙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인지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류 확산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5월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멕시코를 시작으로 코스타리카, 베네수엘라, 페루, 푸에르토리코 등에서 연쇄 방영, 인기를 끌면서 중남미 지역의 한류팬들이 늘어난 가운데 K-pop의 열기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지난해 9월 ‘중남미 10개국 참가 K-pop 경연대회’가 열려 92개 팀이 참여한 가운데 큰 성황을 이뤘다. 페루에서는 지난 5월 수도 리마에서 한류팬 500여 명이 모여 한국 아이돌가수들의 이름이 쓰인 플래카드를 든 채 K-pop 공연 개최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 2002년 한국드라마가 첫 방영된 뒤 한류팬층이 형성된 멕시코에서는 배우 장동건, 배용준, 안재욱과 아이돌그룹 소녀시대, 동방신기, SS501 등의 한류팬클럽이 결성돼 연합페스티벌 개최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밖에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많은 10~20대 여성들이 K-pop에 맞춰 춤을 추거나 인터넷상으로 각 아이돌그룹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 늘고 있다.
한류, 1990년대 후반 중국에서부터
사실 한류는 국내 인기드라마가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에서 방영돼 현지인들의 인기를 얻게 되고 뒤이어 대중가요가 진출하면서부터 일게 된 한국 대중문화의 열풍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국내 TV드라마는 종래의 미국이나 일본 드라마와는 달리 가족 간의 화목과 우애, 남녀의 애틋한 사랑, 어른에 대한 공경과 예의를 강조해 중국인들에게 정서적인 동질감을 많이 느끼게 했다. 이 시기에는 ‘사랑이 뭐길래’, ‘별은 내 가슴에’ 등의 작품이 크게 각광을 받았다.
한류가 중국에 확산되면서 중국인들 가운데는 한국대중문화 수용의 차원을 넘어 한국의 가수나 영화배우, 탤런트에 대한 흠모는 물론, 한국어를 익히거나 한국 제품만을 선호하는 ‘합한족(哈韓族)’이라는 젊은이들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또 국내 인기 스타가 중국의 영화나 드라마에 주연급으로 출연하는 일도 차츰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는 그만큼 현지 팬들이 한류 스타들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나타내 준다고 할 수 있다.
이후 한류는 대만, 홍콩,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됐으며 국내 연예인들의 현지 방문과 팬 사인회 등이 줄을 잇기도 했다. 1990년대 말 대만에서는 국내 댄스그룹 ‘클론’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으며 베트남에서는 드라마 ‘의가형제’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배우 장동건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또한 태국은 한류의 동남아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데,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 및 각종 방송프로그램의 DVD나 VCD를 지금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2004년 4월 NHK에서 ‘겨울연가’가 한국드라마 최초로 지상파방송을 통해 일본시청자들과 만나게 됐다. ‘겨울연가’는 40~50대 이상 일본여성들에게 젊은 시절의 향수를 일깨워주며 폭발적인 반응을 가져왔고 남자주인공 배용준을 빗댄 ‘욘사마 신드롬’까지 크게 불어 지금까지도 그 여파가 식지 않고 있다.
한류 열풍은 아랍권에까지 미쳤다. 2006년 10월부터 이란 국영TV IRIB에서 방영되기 시작한 드라마 ‘대장금’은 무려 90%에 가까운 경이적인 시청률을 올리며 이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드라마 속 궁중 의상의 화려함과 다채로운 음식 등 시각적 효과 외에도 파란만장한 삶 속에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주인공의 모습에 많은 현지인들이 감동한 결과로 평가된다. 이후 2009년 드라마 ‘주몽’이 또 한번 반향을 일으키는 가운데 주연배우 송일국은 이란 방문 시 국빈 대접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이란은 한국과 달리 채널 선택권이 폭넓지 않아 시청률 점유에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했다는 측면도 일부 지적됐다. 하지만 이란의 역사적 배경과의 유사함 속에 ‘대장금’과 ‘주몽’이 극적 구성과 치밀한 묘사로 현지인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간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한류 열풍의 뒤안길 돌아봐야
현재 해외의 한류 열풍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냉철하게 국내 대중문화의 현주소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류를 꾸준히 지속시키기 위해선 ‘한류 생산지’인 국내 대중문화계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얼마 전 아이돌그룹 동방신기, 카라와 소속사 간의 분쟁에서 보듯이 가수와 소속 기획사와의 불공정한 노예계약 시비, 길게 갈 경우 7~8년에 이를 정도로 지속되는 연습생 기간, 한류 붐에 편승한 사이비 연예기획사의 난립은 한류의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류 열풍이 소수의 유명 연예인들에 집중되어 있는 사실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연장에서 열창하던 아이돌스타가 영화나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연속 출연하다 보니 팬들이 식상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더욱이 K-pop이 주로 아이돌그룹의 댄스음악 위주로 편중되어 있는 점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방송 프라임타임대에 발라드, R&B, 록,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의 대중음악이 고르게 제시되는 가운데 아이돌뿐 아니라 실력 있는 중견가수들의 진출도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또 상설공연장을 더욱 늘려 인디 밴드의 활동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그밖에 TV드라마의 이야기 구조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툭하면 출생의 비밀이나 삼각·사각관계 설정, 등장인물의 엿듣기나 전화 통화에 의한 내용 전환, 심지어 비상식적이거나 극단적인 인물·가족 관계 설정 등은 ‘막장’ 논란과 더불어 한류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콘텐츠 다양화, 법규·제도·인프라 개선 시급
K-pop과 TV드라마, 영화로 대표되는 한류가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중남미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국어, 한국제품, 한국음식 등을 넘어 한국이란 나라와 한국인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한류의 지속적인 확산을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선 대중문화산업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법규·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즉 가수나 배우가 소속사와 동등한 위치에서 계약이나 제반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법적 지위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약에 있어 공정거래법을 엄격히 적용, 일방의 횡포에 의해 피해가 가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대중문화의 다양성 확보가 요구된다. 한류의 핵심적인 콘텐츠로 떠오른 K-pop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이돌스타들뿐 아니라 작곡·연주에 있어 실력 있는 뮤지션들을 발굴해 내는 작업도 꾸준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 스타급 배우 외에도 무게감 있는 중견 연기자나 조연급 배우, 뛰어난 연기력을 지녔으면서도 인지도가 약한 배우에게도 충분한 활동 공간이 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참신한 시나리오나 드라마작가를 폭넓게 등용, 콘텐츠를 다양화하는 일도 필수적이다.
한류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인프라 확충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을 포함한 주요 대도시에 한류문화전시관이나 공연장을 설립, 방한하는 각국 한류 팬들은 물론 국내 팬들까지 직접 대중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1년 9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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