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한뉴스] 글 박현 기자 |사진제공 연합뉴스
‘불혹(不惑)’이라 불리는 4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그라운드, 또는 코트 위에서 땀을 흘리며 열정을 불태우는 스타들이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젊은 선수 못지 않게 맹활약하는 이들이야말로 스포츠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 26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템파베이 레이스와의 경기. 8회초 템파베이 레이스가 4대 0으로 앞서고 있는 가운데 뉴욕 양키스의 교체 투수가 마운드를 향해 걸어나왔다. 그러자 관중들은 물론 덕아웃의 선수들까지 환호와 기립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그는 바로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구원 횟수인 652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는 최고의 마무리투수 마리아노 리베라였다. 경기장의 모든 이들이 그에게 박수를 보낸 이유는 리베라가 이 경기를 끝으로 은퇴하기 때문이었다. 1969년생인 리베라는 이날 40대 중반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위력적인 투구로 네 명의 타자를 아웃시킨 후 마운드에서 내려와 팀 동료들과 감동의 작별인사를 나눴다.
이처럼 국내외에 걸쳐 40대 나이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역으로 뛰는 선수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은 꾸준한 노력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젊은 선수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경기마다 특유의 노련함으로 체력적 열세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한 노하우다. 많은 팬들은 이들이 펼치는 스포츠드라마에 언제나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
관록과 경험 바탕
국내 각 스포츠종목에서 뛰고 있는 40대 노장 선수들의 수는 손꼽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관록과 경험을 바탕으로 매 경기마다 새롭게 도전하고 있다.
국내 프로축구 K리그 전남 드래곤즈의 골키퍼 김병지는 1970년생이다. 우리 나이로 45세인 그는 지난 1992년 울산 현대에서 데뷔, 1996년 소속팀의 K리그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또 2012년 6월 경남 FC 소속으로 K리그 통산 최초 200경기 무실점 기록을 달성했다. 또한 1995년부터 2007년까지 12회 연속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해 최다 올스타전 출전기록을 세웠다. 그는 국가대표로서도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본선에 출전해 조별리그 3경기에서 56개의 유효슈팅 가운데 단 9개 실점만을 허용, 골키퍼 종합방어율 2위를 달성해 야신상 후보로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올해 세계 세 번째 ‘고령’ 골키퍼로 눈길을 끌고 있는 김병지는 K리그 700경기 출전 달성도 눈앞에 두고 있다.
프로배구 V-리그 한국전력 빅스톰의 후인정(41)도 국내 몇 안 되는 40대 선수다. 어느 종목보다 높은 탄력과 민첩함을 필요로 하는 배구의 특성상 나이 40을 넘어서까지 코트에서 뛰는 사례가 드물기에 후인정의 분투는 놀라울 정도다.
지난 1994년 경기대학교 소속으로 가을철 대학배구대회에서 우승하며 주가를 올리기 시작한 후인정. 1997년 실업팀 현대자동차서비스에 입단한 그는 데뷔 시즌부터 전천후 활약을 펼쳐 팀을 슈퍼리그 준우승으로 이끌었으며 팀내 라이트 공격수로 입지를 굳혔다. 오픈 공격, 속공, 블로킹 등 공수 양면에 걸쳐 뛰어난 기량을 지닌 그에게는 ‘스커드 미사일’이라는 별명도 붙여졌다.
바로 높은 타점에서 구사하는 후위 공격(백어택)이 일품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2005년 프로리그 출범 원년에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올려놓았으며 자신도 MVP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2006년부터는 소속팀이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다했다. 또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 한국남자배구가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후인정은 지난해 한국전력 빅스톰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프로야구 LG트윈스의 좌타자 이병규(41) 역시 지난해 정규리그 타격왕과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상을 역대 최고령으로 수상해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그는 LG트윈스 입단 첫 해인 1997년 신인왕 획득을 시작으로 최다안타 타이틀 4회 획득, 2005년 타격왕 및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상 6회 수상 등으로 화려한 경력을 쌓아나갔다.
국가대표로서도 1998년 방콕과 2002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2006년 WBC대회 4강 진출 등에 큰 활약을 펼쳤다. 2007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 센트럴리그 주니치 드래곤스에 입단해 그해 소속팀의 일본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2010년 귀국해 친정팀 LG트윈스로 복귀,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독보적 영역 구축
외국의 경우에도 드물지만 팀내에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핵심전력에 포함된 40대 선수들이 있다.
유럽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라이언 긱스(42)는 팀의 ‘살아 있는 신화’다. 빠른 돌파와 왼발 크로스 및 정확한 패싱 능력을 지녀 최정상급 측면공격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1990년 입단 후 지금까지 팀이 정규리그에서 13차례 우승하며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우뚝 서는 데 기여했다.
리그 통산 100호골을 기록한 2007년에는 축구선수로는 특별히 대영제국훈장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2005년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박지성과도 같은 팀에서 뛰어 국내에도 잘 알려진 긱스는 최근 중앙미드필더와 플레잉코치를 겸하고 있으며, 현재 1,000경기 출장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일본인 우익수 스즈키 이치로(42)는 ‘야구천재’라는 명성에 걸맞게 공격, 수비, 주루 등 야구의 모든 면에 능통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2006년과 2009년 WBC대회에서 톱타자로 활동하며 일본의 우승에 공헌했다. 한국과의 경기에서도 눈길을 끌어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낯이 익다.
지난 1991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에 입단한 그는 1994년부터 2000년까지 7년 연속 리그 타격왕에 올랐다. 이후 2001년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뛰며 10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외야수 부문 골드 글러브를 수상했다. 이어 2012년 뉴욕 양키스로 팀을 옮긴 후 지난해 8월 미·일 통산 4,000안타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왼발의 마술사’로 불리며 브라질의 1998년 프랑스월드컵 준우승, 2002년 한일월드컵 우승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던 히바우두(43) 또한 축구계의 대표적인 40대 노장이다. 그는 선천적으로 O자형으로 벌어지는 안짱다리를 지닌 약점에도 불구하고 폭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볼 배급능력과 예측불허의 왼발슛, 정상급 개인기를 펼쳤다.
특히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동안 환상적인 플레이를 선사한 히바우두는 1999년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상을 연이어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후 이탈리아, 그리스,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 활동을 전개했으며 현재 브라질 3부리그 모지 미링의 구단주 겸 선수로 여전히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호주 프로야구 시드니 블루삭스의 마무리 좌완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구대성(46)의 사례는 매우 드라마틱하다. 구대성은 지난 1993년 국내 프로야구단 빙그레 이글스(한화 이글스의 전신)에 입단,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1996년 다승과 구원 부문을 동시에 석권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1999년 소속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그는 이듬해 시드니올림픽 야구 종목에서 한국이 동메달을 따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특히 일본과의 경기에서 완투승을 거둬 ‘일본 킬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후 일본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생활을 경험하고 2006년 다시 국내로 복귀해 한화 이글스의 한국시리즈 준우승과 WBC대회 4강 진출에 기여했다.
2010년 국내에서 은퇴한 구대성은 호주 프로야구에 진출해 마무리투수로 2년 연속 구원왕에 올랐으며, 최근 종료된 2013~14시즌에서도 21경기에 등판해 1승1패11세이브를 기록하며 또 다시 구원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팀내 ‘정신적 지주’ 역할
대부분 20, 30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스포츠에서 40대 ‘노장’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이들이 젊은 선수들과 거리낌 없이 어깨를 맞부딪치고 땀을 흘리며 원숙한 경기력을 보여줄 때 팬들은 환호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더욱이 부상이나 슬럼프 등을 극복하고 오랜 기간 펼쳐온 선수생활의 발자취는 많은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준다.
이들은 소속팀이 위기에 처해 있거나 한층 분발해야 할 때 팀내 ‘정신적 지주’로서 후배 선수들을 독려하고 팀을 이끄는 역할도 맡는다. 그럼으로써 팀웍과 분위기를 일신해 더 나은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뒷받침해준다. 지금까지 수많은 어려움과 난관을 겪으면서도 끊임없이 한길을 걸어온 이들 노장선수의 선전으로 말미암아 스포츠 현장은 오늘도 뜨겁게 달아오른다.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4년 3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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