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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뷰티/건강/맛집

김채환 여행기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를 찾아서

[인터넷 대한뉴스] 글,사진 김채환 여행전문가  사진제공=대한산악연맹

 

 

[한달동안 케냐 나이로비에서 시작하여 탄자니아, 잠비아, 짐바브웨, 보츠와나, 나미비아 등을 여행하였다. 그 중에 킬리만자로 등산을 싣는데, 아프리카는 우리나라와는 계절이 정반대여서 8월이 겨울이고 건기이기 때문에 여행하기에 쾌적하다.]

 

 

 

 

탄자니아의 모시(Moshi)는 킬리만자로(5,895m) 등반의 전진기지라 할 수 있는 곳으로 관광객들과 산악인들이 많이 머무는 곳이다. 아침 일찍 한적하고 시원한 거리로 나왔다. 해도 뜨기 전인데 모시의 길가에는 플라스틱 통들을 운반하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모여 있다. 아루샤로 우유를 팔려고 나온 사람들이다. 탄자니아 사람들은 차에 우유를 넣은 밀크티를 많이 마신다. 버스 뒤에는 “God bless us(신이여 우리를 축복해 주소서)”라고 붙여놓았다. 노점에서 숯이 밑에 들어있는 양철로 만든 주전자를 들고 다니면서 끓여 파는 커피를 한잔 사서 마셨다. 보기보다는 진한 커피향이 그런대로 괜찮다. 가격은 한잔에 100원 정도이다.

 

아프리카라고 하면 미개를 연상하고 종족분쟁이나 기아에 허덕이는 난민촌 텐트, 황토먼지를 연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모시 시내의 건물들은 깨끗하고 특히 아침공기는 맑고 신선하다. 숙소에서 아침식사 때에 나온 식빵은 간단히 버터만을 발랐는데도 고소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먹어본 식빵 중에 가장 맛이 좋았다.

 

 

하루짜리 킬리만자로 등산을 위해 마랑구로 향한다. 길가에 멋진 바오밥 나무가 보인다. 차를 잠깐 세워달라고 하여 사진도 찍고 구경을 했다. 바오밥은 쌩떽쥐베리의 동화 '어린 왕자'(Le Petit Prince)에 등장하는 거대한 나무로 많이 알려져 있다. 버스안내원이 나무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도록 재치 있게 나무 앞에 가서 서있는 센스를 보여준다. 버스가 멈출 때마다 킬리만자로의 정기를 받고 살아간다는 차카족 노점행상들이 모여든다. 마랑구 마을을 지나다 보면 킬리만자로 산자락을 타고 바나나와 함께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 커피는 '킬리만자로 커피'라는 상표로 유명하다.

 

1936년에 출간된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雪)’ 서두는 이렇게 시작된다. "킬리만자로의 정상 부근에는 말라 얼어붙은 표범의 시체가 하나 있다고 하는데, 그 높은 곳에서 표범은 무엇을 찾고 있었던 것인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까지 아무도 없었다." 1986년 조용필이 불러 유명한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 더 친숙한 산이다.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의 방황과 꿈, 희망을 대변하는듯한 긴 독백이 이어진 이 곡은 작가 양인자씨가 신춘문예에 낙방하고 자신의 작품이 언젠가 당선되는 날 당선소감으로 미리 쓴 것에 남편인 작곡가 김희갑씨가 곡을 붙여 1985년에 만든 노래이다.

 

정상까지 다녀오려면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고 등산 장비를 갖추어야 하기에 우리는 만다라 헛까지 다녀오는 하루 코스를 선택했다. A자 모양의 마랑구 게이트에 도착했다. 해발 1,980m에 있는 킬리만자로 국립공원 등반의 시발점이다. 킬리만자로 국립공원 입장료는 하루에 60달러로 상당히 비싸다. 점심도시락과 물을 한 병씩 받은 후에 이름, 국적, 여권번호를 적고 입산신고를 한다.

 

킬리만자로는 휴화산으로 생명의 근원인 물을 공급해주는 산이라는 뜻이다. 1848년 독일인 선교사에 의해 유럽에 알려졌다. 킬리만자로로 들어서는 마랑구 게이트에는 그들에 대한 기록이 적혀 있는 비석이 있고 독일인 최초 등정자인 한스 마이어의 얼굴 기념동판이 새겨져 있다. 킬리만자로는 만년설과 다양한 기온 분포에 따른 다양한 생물군이 서식하고 있어 198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높이와 강수량, 기온, 동식물의 분포에 따라 전혀 다른 5개의 식생대를 갖고 있는데, 대개 1,000m 단위로 그 모습이 바뀐다.

 

등산로 입구에는 마랑구(Marangu) 루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삼림지대인 만다라 산장까지는 보통 3시간이 걸린다.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 서문을 생각하고,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읊조리며 산길을 오른다. 작은 돌이 깔린 길, 흙으로 된 길, 통나무로 만든 길을 걸으면서, 킬리만자로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수풀이 우거진 산림 속을 걸어가는 길은 삼림욕을 하는 시원함과 상쾌함의 연속이다. 가이드가 카멜레온(chameleon)이 있다며 나뭇가지 사이를 가리킨다. 툭 튀어나온 눈은 사방으로 돌아가서 뒤쪽에 있는 것도 보는 돌아가는 눈이 신기하다.

 

인간들은 카멜레온을 지조 없거나 변덕스런 의미의 동물로 바라본다. 카멜레온의 입장에서는 많이 억울하다고 생각된다. 카멜레온이 몸색깔을 바꾸는 것은 생존을 위한 수단인데 인간들이 자신들의 편견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칠하여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카멜레온이라는 파충류의 동물을 가슴 속에 가장 친근하게 새겨놓은 사람은 연극배우로 시작하여 탤런트, 가수로 변신을 했던 박영규인 듯하다. “나의 사랑~ 사랑의 카멜레온, 카멜레온~ 카멜레온~ 나의 사랑 사랑의 방랑자여!”. 야생 카멜레온을 보면서 박영규의 노래가 떠오른다.

 

조그맣고 아담하게 만들어 놓은 나무다리를 지난다. 열대우림지역이어서 연못도 있고 계곡에서는 시냇물이 작은 폭포를 이루어 흘러내린다. 숲길에 검붉은 것들이 바글 바글 움직여서 살펴보니 불개미들(red ants)이다. 수천마리가 줄지어 입에 무엇인가를 물고 간다. 이끼가 붙은 나무 숲길, 냄새 열대우림의 숲 향기가 가득하다.

 

 

옆에 자라고 있는 열대우림의 우거진 나무들의 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이끼식물들이 치렁치렁 매달려 있어 마치 인디아나 존스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듯한 느낌이다. 옥수수 수염 같은 것이 길게 늘어뜨려져 있는데 숲 속으로 들어가면 음산한 분위기가 가득 풍긴다. 높은 산속이어서인지 봉우리가 보이다가도 한순간에 구름이 몰려와 시야를 가린다.

 

양손에 등산스틱을 짚고 수염이 덥수룩한 서양사람들이 내려온다. 웃으며 서로 '잠보(Jambo, 안녕하세요)라는 스와힐리어 인사를 나눈다. 나무로 만든 다리를 또 한 번 건너고 옆의 개울에서는 시원하게 시냇물이 흘러간다. 현지인들이 페트병으로 냇물을 받는 것으로 봐서 먹어도 되는듯하다. 한참 산을 올라가니 탁자와 의자가 있어서 점심을 먹기에 좋은 장소인 키삼비오니(Kisambioni) 간이휴게소가 나온다.

 

나무다리를 건너니 나무숲 사이로 산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글의 나무숲을 벗어나니 환하게 전망이 트이면서 산장이 품안으로 들어왔다. 표지판에 “환영 만다라 헛(Mandara Hut) 고도 2,720m” 라고 쓰여 있다. 푸른 언덕에 A자 모양의 산장이 몇 개 있고, 잔디밭에는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일일 트레킹은 여기에서 마치지만, 정상을 올라가는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입산신고를 해야 위로 올라갈 수 있다.

 

만다라 산장의 숙소 옆길로 오르면 마운디 분화구(Maundi Crater)로 가는 길이다. 만다라 산장을 출발해 몇 분 정도 올라가니 마운디 분화구, 호롬보, 만다라 가는 길을 안내하는 갈림길 표지판이 나온다. 10여분 올라가니 밀림지대에서 관목지대로 차차 모습이 바뀐다. 키보다 작은 관목으로 뒤덮인 언덕길과 야트막한 산등성이를 돌며 올라간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분화구에서 내려다보니 멀리 널따란 케냐 평원이 보인다.

 

킬리만자로 산에 사는 긴꼬리원숭이(colobus monkey)는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는데 나무 위에서 놀고 있는 원숭이 가족을 비디오로 촬영했다. 썩은 나무 둥치 위에서는 꽃이 피어나는 천연분재도 보인다. 늦게 내려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 마랑구 게이트 입구의 마을을 둘러보았다. 아이가 초콜릿을 달라고 고사리 같은 손을 내미는데 줄만한 것이 없어 조금 미안하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그러지 말라고 하는 듯 뭐하고 말을 한다. 집 부엌 옆에 초록색 바나나가 한 다발 놓여있다. 킬리만자로 산 주변의 바나나는 단단하여 굽거나 튀기기도 하고, 삶아서 먹기도 한다. 킬리만자로에서는 불그스름한 색의 열매가 매달린 커피나무나 파란 바나나가 매달인 나무가 주는 정취는 우리나라의 대추나무가 감나무와 다를 바 없겠지 하는 느낌을 받으며 발걸음을 마무리한다.

 

 

김채환(정치학 박사, 언론학 전공): 대학시절 학보사 학생기자로 시작하여, 일간신문사에서 10여년동안 기자를 했다. 퇴직 후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여행이 취미로 문명화된 곳 보다는 순박한 오지를 다니며 비디오 촬영하여 KBS 1TV ‘세상은 넓다’에 다수 방송출연 하였다.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4년 3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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